'사상 최대 위기' 정유업계, 국제선 속속 재개에 한숨 덜까

by이연호 기자
2020.05.28 16:37:33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항공사 6월부터 국제선 노선 운항 추가 재개
정유업계, 코로나19 직격탄 맞았던 항공유 수요 회복에 기대
국제유가 반등세+석유제품 수요 회복 기미에 "최악은 벗어났다"

[이데일리 이연호 기자] 다음달부터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항공사들이 국제선 운항을 추가로 재개할 계획을 밝히면서 정유업계가 기대감을 표하고 있다.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항공유 수요가 항공사들의 운항률 상승에 따라 회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진=뉴시스.
2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다음달부터 13개 노선의 운항을 추가로 재개해 총 110개 국제선 노선 중 25개 노선(주간 운항 횟수 115회)을 운항할 예정이다. 아시아나항공도 코로나19로 줄였던 미주, 동남아 등 일부 국제선 노선의 운항을 6월부터 재개하며 총 17개 노선(주 61회)을 운항한다. 제주항공, 에어부산, 진에어 등 저비용항공사(LCC)들도 잇따라 국제선 노선 운항을 재개할 채비를 속속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1분기 합계 4조3775억 원의 사상 최대 규모 적자를 냈던 국내 정유4사의 표정 역시 밝아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고가로 정유사 입장에서는 쏠쏠한 수입원 역할을 했던 항공유 수요 회복은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동안 코로나19로 전 세계가 출입국을 통제하고 나서자 정유사들은 다른 곳에 쓸 수 없는 항공유분의 수요가 급감해 재고가 쌓이는 상황을 안타깝게 지켜볼 수 밖에 없었다.



회사별로 조금씩 차이는 있지만 국내 정유4사의 전체 매출에서 항공유는 약 15%의 비중을 차지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여파로 이 비중은 10%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항공유는 코로나19로 가장 직격탄을 맞은 석유 제품”이라며 “국제선 노선 운항 재개로 인한 항공유 수요 증가에 기대를 걸고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코로나19로 급락했던 국제유가가 이달 들어 반등세를 보이며 정제마진 회복에 대한 희망도 생겨나고 있다. 정유업계에 따르면 5월 셋째 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0.4달러로 사상 첫 10주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여전히 마이너스 정제마진이지만 그동안 위축됐던 석유제품의 수요가 해소되는 움직임이 일면서 저점을 찍었다는 분위기가 조심스레 나오고 있다. 정제마진은 정유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수치다. 원유를 정제해 나온 휘발유·경유 등 다양한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운임 등을 제외한 이익을 가리키는 것으로 정유업계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유업계는 국내의 경우 정부가 지난 6일부터 코로나19 위기 대응을 기존 ‘사회적 거리두기’에서 ‘생활 속 거리두기’의 생활방역체계로 전환하면서 석유 제품 소비가 증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람들의 외부활동이 활발해지면 자연스레 에너지 소비도 증가하기 때문이다. 또 다른 정유업계 관계자는 “3~4월과 5월 초까지는 수요가 최악이었다. 하지만 5월 초부터 사람들의 움직임이 많아지면서 주유소의 기존 기름 재고가 빠지기 시작하고 주유소들이 이제 정유사에 발주를 다시 넣는 분위기”라며 “당장 손익을 계산할 수는 없지만 전체적으로 돌아가는 게 선순환 구조가 돼 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이 관계자는 “3월말부터 시작해 4월의 수요가 너무 안 좋았기 때문에 2분기 역시 적자가 예상되긴 하지만 확실히 최악은 조금 벗어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