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카카오의 결별…손해보험 합작사 설립 무산(종합)

by전선형 기자
2020.05.26 18:31:35

자동차·운전자보험 등 상품판매 전략에서 이견
카카오페이, 삼성화재 빼고 독자 설립으로 선회
카카오와 삼성,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유지키로

[이데일리 전선형 김유성 기자] 삼성화재가 카카오페이의 ‘디지털손해보험사 합작사 설립’ 계획이 결국 무산됐다. 지난해 보험·IT의 첫 합자사 설립으로 금융업계 뜨거운 관심을 끌었지만, 결국 양쪽의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설립 추진 9개월 만에 없던 일이 됐다. 삼성과 카카오의 주도권 싸움이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삼성화재 건물 전경.(사진=삼성화재 제공)
26일 삼성화재와 카카오페이는 전일(25일) 디지털손보사 설립 추진을 중단키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다만 두 회사는 보험 상품 개발과 판매 등에 대한 협력 관계는 유지키로 했다.

앞서 삼성화재와 카카오페이는 지난해 9월 디지털손보사 설립을 약속하고, 지난해 말 경기도 판교에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린 바 있다. 3월 초 예비인가, 올해 안 본인가를 신청한다는 밑그림을 그리고 준비 작업을 진행해왔다.

삼성화재와 카카오페이가 결국 갈라선 배경은 지분 관계와 출시 상품 구성 등에 있어 견해 차이를 넘지 못했기 때문이다.

디지털손보사를 출범키로 했을 당시에는 경영권은 카카오페이가 가져가고 삼성화재와 카카오가 전략적 동반자 겸 주요 주주로 참여키로 했다. 삼성화재는 15~20% 수준의 지분을 보유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3자 간 지분구조에서 서로 의견이 엇갈리면서 예비인가 작업이 지연되기 시작했다.

특히 두 회사는 디지털손보사 판매 상품 정하는 과정에서도 이견이 컸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 등 삼성화재가 이미 시장선점을 하고 있는 상품들에 대한 판매 여부를 두고 입장 차를 좁히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과 운전자보험 등 삼성화재가 시장점유율 1위를 하고 있는 상품을 카카오페이가 디지털손보사 상품 리스트에 넣으려고 하면서 상황이 꼬였다”면서 “삼성화재 입장에서는 경쟁자가 늘어나게 되고, 상품에 대한 경쟁이 떨어져서 판매 상품 리스트에 포함하는 것을 완강히 거부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군다나 사업 전략 수립을 위한 과정에서도 차이도 있었다는 게 금융권 설명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협의가 필요한 사안에 대해 의사 결정 방식을 놓고 양측이 다른 입장을 보인 것도 디지털손보사 설립이 무산된 이유 중 하나”라고 귀띔했다.

삼성화재와 결별한 카카오페이는 독자적인 디지털보험사 설립을 계속 추진해 나갈 예정이다. 카카오페이가 직접 경영권을 가져가고 카카오가 전략적 재무 투자자로 참여하는 것이다.

카카오페이 관계자는 “보험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일상의 위험으로부터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디지털 보험사 설립은 계속 추진해 나갈 것”이라며 “금융당국과의 협의를 마치는 대로 신속하게 사전인가 신청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카카오페이가 삼성화재가 아닌 다른 중소형 보험회사와 손을 잡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카카오톡이라는 막강한 플랫폼을 보유한 카카오와 손을 잡고 싶어하는 후보군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삼성화재와 카카오페이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는 유지된다. 판매채널 제공 등 다양한 방법으로 협력하고 생활밀착형 보험 출시를 위한 포괄적 업무 제휴는 확대할 예정이다.

특히 카카오페이 간편보험 메뉴에서 삼성화재 판매 보험 종류를 확대하고, 보험 안내장 및 증권 발송 등 카카오 생태계를 활용한 고객 서비스 협업도 강화할 예정이다. 현재 삼성화재는 카카오페이 간편보험 메뉴를 통해 반려동물보험, 운전자보험을 판매하고 있다.

삼성화재 관계자는 “포스트 코로나 시장 환경 변화를 감안해 조만간 디지털을 통한 생활밀착형 소액보험 시장 진입 전략을 재수립할 계획”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