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盧 10주기 추도식…화두는 '새로운 노무현'

by조용석 기자
2019.05.23 18:32:34

전국에서 몰려든 참배객으로 오전부터 교통체증 극성
추도식 참석자 전년 대비 2배↑…“그립고 마음 아프다”
한국당 제외 여야 정치권 집결…부시 전 대통령 참석
“슬픔 딛고 숙제할 때”…새로운 노무현 방점 찍어

이낙연 국무총리가 23일 오후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10주기 추도식에서 묵념하고 있다.(사진 = 연합뉴스)
[경남 김해=이데일리 조용석 기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 10주기 추도식이 1만명이 넘는 참배객이 참석한 가운데 23일 오후 엄수됐다. 참석자들은 슬픔을 딛고 노 전 대통령이 바랐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힘을 모아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노 전 대통령과 함께 임기를 보낸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은 그를 “인권에 헌신한 분”으로 추억했다. 이날 오후 추도식이 엄수된 경남 김해 봉하마을 일대는 오전부터 몰려든 참배객들로 극심한 교통체증을 빚었다. 노 전 대통령 묘역에서 약 8㎞ 떨어진 진례·진영톨게이트부터 시작된 교통체증은 봉하마을에 가까워 갈수록 극심해졌고, 결국 오후 2시 시작하는 추도식에 늦을 것을 염려한 많은 추모객들이 차에서 내려 단체로 걸어가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추도식을 찾은 더불어민주당 지도부 역시 봉하마을을 2㎞정도 앞둔 상황에서 차가 움직이지 않자 시민과 함께 도보로 이동했다. 올해 추도식 참석자는 약 1만2000여명으로 지난해 9주기 추도식(6000명) 때보다 2배나 늘었다.

추도식 참석을 위해 부산에서 왔다는 박택용(64)씨 부부는 “올해는 10주기라 그런지 작년보다 3배는 더 많은 사람들이 온 것 같다”며 “10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노 전 대통령이 그립고 마음이 아프다”고 돌이켰다. 발디딜 틈 없이 추도식장을 메운 추모객들은 노 전 대통령의 상징색인 노란색 티셔츠, 풍선, 모자, 손수건, 머리띠를 착용하고 고인을 기렸다.

추도식은 부시 전 미 대통령과 김정숙 대통령 영부인, 권양숙 여사 등 유족, 문희상 국회의장,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 당대표와 원내대표, 이낙연 국무총리, 노영민 대통령비서실 비서실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한국당은 황교안 대표 대신 조경태 최고위원과 참여정부 마지막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박명재 의원 등이 참석했다. 모친상을 당한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은 첨석하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씨는 부시 전 대통령에게 감사인사를 전하며 “잘 알려지지 않은 일이지만 돌아가신 아버님께선 항상 부시 전 대통령의 지적 능력, 전략적 판단에 감탄했다”며 “짚어야 할 건 반드시 짚고 전략적 사고의 핵심을 놓치는 법이 없다고 개인적으로 여러 번 말하셨다”고 말했다.



추도식에 참석한 이들은 떠나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슬픔을 이겨내고 이젠 그가 미처 풀지 못한 숙제를 해결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추도사를 통해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새로운 노무현’을 찾으려 한다”며 “위대한 국민은 끝도 모를 것 같던 절망의 터널을 박차고 나와 광장에 섰다. 그리고 지금은 국민의 힘으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완성하지 못한 3가지 국정목표를 △평화와 번영의 동북아 시대 △국민과 함께 하는 민주주의 △더불어 사는 균형발전 사회라고 언급한 뒤 “이제 노무현의 그 꿈을 향해 다시 전진하겠다”며 “당신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이제 우리는 ‘새로운 노무현’을 찾으려 한다”고 결의를 다졌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역시 “노 전 대통령께서 꿈꾸시던 세상을 이루기까지는 갈길이 멀다. 그래도 저희들은 그길을 가겠다”며 “대통령님을 방해하던 잘못된 기성 질서가 여전히 남아 있다. 그래도 저희들은 멈추거나 되돌아가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참배 뒤 기자들과 만나 “올해를 ‘새로운 노무현’을 시작하는 해로 선포를 했다”며 “노무현 재단과 더불어민주당이 추도행사부터 시작해 모든 기념행사를 함께 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추도행사에서는 민주당을 향한 질책도 쏟아졌다. 이해찬 대표가 권 여사를 예방하러 사저로 올라가는 길에 한 시민이 큰 소리로 “이해찬 대표, 정신 바짝 차리고 하세요”라고 소리쳤고 모여있던 사람들도 큰 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민주당이 한국당에 너무 끌려다는 것 아니냐”며 “민주당이 잘 하는 것도 있지만 행정부개혁과 경제정책 등 더 잘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