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유튜브 ‘5·18 역사왜곡’ 85건 삭제..의의와 한계는?

by김현아 기자
2020.06.29 17:13:29

방심위 삭제요청 8개월만에 100건 중 85건 삭제
기준 모호..검색해보니 비슷한 영상 나와
구글, ‘증오표현’만 언급..구체적인 삭제 이유 안밝혀
방심위도 답답..최대 영향력 답게 책임감 가져야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구글 본사(구글 LCC)가 8개월 만에 우리나라 심의기구가 요청한 유튜브 5·18 민주화운동 역사왜곡 동영상에 대해 삭제 조치를 내렸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위원장 강상현, 이하 방심위)가 지난해 10월 요청한 100건의 접속차단 요구에 대해 85건을 삭제한 것이다.

이는 최근 구글이 방송통신위원회(위원장 한상혁)의 시정명령을 받아들여 월정액 상품인 유튜브프리미엄에 대해 해지시 환불 정책을 이용기간 기준으로 바꾼데 이은 것으로, 구글이 우리나라의 이용자 보호와 콘텐츠 심의 규정에 대해 존중하는 것으로 입장을 바꾼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구글은 이번에 85건의 5·18 역사왜곡 동영상을 삭제하면서 어떤 기준으로 삭제했는지 방심위에게도 설명하지 않아 대한민국 최대 미디어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에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지적이다.

▲구글이 차단한 것으로 알려진 ‘광주온 북한특수군 이런 정신상태로 북한군 어떻게 막겠는가’를 유튜브에서 검색한 화면


방심위 국제공조점검단 한명호 단장은 “구글(유튜브)은 방심위 결정에도 명백한 불법정보가 아닌 한 삭제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지만 2주 전 갑자기 구글 본사에서 ‘민주화운동 역사왜곡 및 차별·비하 동영상에 대해 심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왔다”며 “100건의 요청 동영상 중 85건을 자체 커뮤니티 가이드 정책위반으로 판단하고, 삭제 조치했다”고 말했다.

구글이 삭제한 동영상은 ‘광주 온 북한 특수군, 이런 정신상태로 북한군 어떻게 막겠는가’, ‘북한군 광주왔다 1,2,3’, ‘광주시민 친북이 왔다는 증거’ 등의 제목이다. 5·18 민주화운동 당시 광주에 북한 특수부대원이 침투했다거나, 故 김대중 대통령이 폭동을 사주했다는 등 역사적 사실을 현저히 왜곡하는 내용으로 2019년 방심위가 시정요구(접속차단)를 결정한 사항이다.

하지만 이데일리가 해당 제목으로 검색을 해보니 해당 영상은 보이지 않지만, 유사한 제목의 영상은 줄줄이 검색됐다. ‘광주 온 북한 특수군, 이런 정신상태로 북한군 어떻게 막겠는가’로 검색하면, ‘5.18은 북한이 침투한 남한의 내전이었다’ 등의 영상이 검색된다.

▲삭제 동영상 접속시 화면 내용




어찌된 일일까. 한 단장은 이에 대해 “구글코리아는 본사에서 약관 위반으로 판단했다고만 하고 구체적인 삭제 기준은 밝히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데일리가 구글코리아에 기준을 묻자 돌아온 답도 같았다. 구글코리아는 ‘유튜브는 현지법을 위배하거나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위반하는 콘텐츠를 삭제하라는 법적 요청에 대응한다’며 ‘2019년 6월 증오심 표현과 관련된 정책을 업데이트 하며 이미 입증된 폭력적 사건의 발생을 부인하는 콘텐츠는 삭제된다는 것을 명시하기도 했다’고만 답했다.

100건의 대상 콘텐츠 중 85건만 삭제한 이유와 삭제 기준을 물었는데, 추상적이고 모호한 답변만 돌아온 것이다.

▲민주당 특위가 구글코리아에 삭제를 요구한 영상. 여전히 유튜브에서 검색된다.
이번에 방심위가 구글에 삭제를 요청한 콘텐츠 100건 중 40여건은 민주당이 요청한 것이고, 한 건은 민원인이 나머지는 민주언론시민연합이 제기한 것이다.

그런데 구글은 지난해 3월 민주당허위조작정보대책특별위원회(위원장 박광온)이 일본군 성노예 강제 동원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왜곡한 혐의를 받는 콘텐츠에 대한 삭제 요구에 대해서는 응하지 않았다.

특위가 지목한 영상 중 <거짓말쟁이 조선인의 망언 “위안부 이야기” 실은 매춘부였다>, <한국인의 지어낸 이야기 ‘위안부’ 실은 고급 보수를 받은 매춘부였다> 등의 영상은 지금도 유튜브에서 유통되고 있는 것이다.

방심위는 이 같은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해외 플랫폼에서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올해 1월 전담 조직인 국제공조점검단을 출범시켰지만, 스스로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는 이상 해결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