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쫓아내야" 진위공방…방통위장이 불붙인 `권언유착` 의혹

by최영지 기자
2020.08.06 17:30:25

권경애 변호사 "전화통화 상대, 한상혁 맞다"
"윤석열·한동훈 나쁜 놈이라고 말해"
정치권·법조계 "진상규명 불가피…특검·국정조사 필요"

[이데일리 최영지 기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변호사가 이른바 검언유착 의혹에 대한 MBC 보도 직전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으로부터 `한동훈을 내쫓을 보도가 곧 나갈 것`이라는 취지의 전화를 받았다고 폭로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한 위원장의 부인에 이어 이 변호사가 언급한 통화시각 등에서 일부 오류가 확인됐지만, 미래통합당이 특검 또는 국정조사까지 거론하고 나서면서 권언유착이라는 또다른 의혹은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이 2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발단은 민변 출신 권경애(55·사법연수원 33기) 법무법인 해미르 변호사가 전날(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MBC 보도 몇 시간 전에 `한동훈은 반드시 내쫓을 거고 그에 대한 보도가 곧 나갈 것이니 제발 페북을 그만두라`는 호소(?) 전화를 받았다”며 “날 아끼던 선배 충고로 받아들이기에는 그의 지위가 너무 높았다. 매주 대통령 주재 회의에 참석하시는, 방송을 관장하는 분이니 말이다”라고 썼다.

이를 두고 일부 언론은 권 변호사와 통화한 인물로 한 위원장을 지목했지만, 한 위원장은 이날 “지난 3월31일 채널A 기자와 검사장 간의 유착 의혹을 보도한 MBC 보도 직전 권 변호사와 통화했다는 보도는 명백한 허위사실”이라며 자신이 통화한 시간은 MBC 보도가 나가고 1시간 이상 지난 오후 9시9분이라고 밝히고선 한동훈 검사장에 대한 이 같은 언급이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자 권 변호사는 재차 “3월31일 제가 한상혁 위원장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시간은 오후 9시경이 맞다”며 “그 날 저는 MBC 보도를 보지 못한 상태로 야근 중에 전화를 받았고 통화한 뒤 몇 시간 뒤에 보도를 확인했다”며 자신이 애초 올린 글에서 통화시각을 착각했음을 인정했다.



다만 “한 시간 반 가까이 이어진 그날 통화내용 중에는 `윤석열이랑 한동훈은 꼭 쫓아내야 한다`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고 분명히 했다. 특히 권 변호사가 공개한 대화에 따르면 권 변호사가 “촛불 정권이 맞냐. 그럼 채동욱 쫓아내고 윤석열 내친 박근혜와 뭐가 다르냐, 임기가 보장된 검찰총장을 어떻게 쫓아내냐. 윤석열은 임기가 보장된 거고”라고 반문하자 한 위원장이 “장모나 부인 만의 문제가 아니다, 내가 김건희를 잘 안다. 윤석열도 똑같다, 나쁜 놈이다. 한동훈은 진짜 아주 나쁜 놈이다. 쫓아내야 돼”라고 답했다.

권 변호사는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관련해 정부를 강하게 비판해 온 인사다. 아울러 그는 “MBC가 A검사장으로만 보도했음에도 한동훈의 이름과 부산을 언급하셨는지 내내 의문을 떨쳐 버릴 수 없다”고도 했다.

이처럼 권언유착 의혹을 두고 권 변호사와 한 위원장이 진실공방을 이어가자 정치권까지 이에 가담했다.

여권에 날을 세우고 있는 미래통합당은 한 위원장의 사퇴를 거듭 촉구하며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차원에서도 해당 사안을 중요하게 다루겠다는 방침이다. 박성중 통합당 의원도 “공작보도의 한 축이거나 주도했을 가능성이 농후해, 검찰 등 관계기관은 조속히 한 위원장의 휴대전화를 압수하는 등 이번 사건의 내막을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법조계에서도 불거진 권언유착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은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검찰청 검찰개혁위원을 지낸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장은 “권 변호사의 주장의 진위 여부를 따져야 하지만 방송통신위원장의 신뢰성에 문제가 제기된 만큼 해프닝으로 끝날 사안이 아니다”며 “검찰수사나 정치권에서의 국정조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전날 이동재 전 채널A 기자에 대해 강요미수 혐의로 재판에 넘기면서 공범으로 한 검사장을 적시하지 못해 검언유착 의혹을 규명하지 못하고 수사 동력을 잃은 상황이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배제하고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에 대한 책임론도 나오고 있다. 한 검사장은 “이 사건을 검언유착이라고 왜곡해 부르는 것을 자제해달라”며 “지금까지 수사가 진행되지 않은 MBC, 소위 제보자X, 정치인 등 공작 혹은 권언유착 부분에 대해 이제라도 제대로 수사할 것을 요청 드린다”며 반격을 가하는 모습이다.

다만 추가로 제기되고 있는 권언유착 의혹을 밝히려면, MBC 보도 과정에서 제보자X로 불린 지모씨와 관련 내용을 미리 알고 있던 친여권 성향 정치인들의 관여 의혹 부분도 확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정진웅)가 지금까지 MBC 관계자와 지씨를 조사한 것은 각각 두 차례와 세 차례에 불과하다. 또 MBC 압수수색 영장은 법원에서 기각돼 검찰의 부실 청구 논란이 제기된 바 있어 향후 수사를 통해 이를 밝힐 수 있을지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