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이 한 건물에서 한달..北 점심시간 2시간 확고
by김영환 기자
2018.10.16 16:12:33
개소 한달맞은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
24시간 365일 상시 소통채널로 자리매김 중
김창수 사무처장 "눈 밭에 발자국 남기는 심정"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지난달 14일 운영을 가동해 남북이 함께 같은 건물에서 상주한 지 한달이 지났다. 분단이나 적대국 사이에 연락사무소가 있었던 유례는 많지만 공동으로 연락사무소를 운영하는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김창수 공동연락사무소 사무처장 겸 부소장은 16일 “연락사무소의 업무 하나하나에 대해 ‘흰 눈밭에 뒷사람을 위한 발자국을 남기는 심정’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부소장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공동연락사무소 개소 한 달을 맞아 가진 브리핑에서 “북측에도 ‘우리가 하는 것 하나하나가 표준이 될 수 있다.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는 이야기를 했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개성 남북 공동연락사무소는 4·27 남북 정상회담의 합의에 따른 것으로 지난달 14일 정식 개소했다.
공동연락사무소에서 남북이 함께 지내면서 서로 얼굴을 마주할 시간이 급격하게 늘었다. 지난 한 달여간 단순 유·무선 통화를 제외한 남북간 연락과 협의는 60회 이상 진행됐다. 우리측 천해성 소장과 북측 전종수 소장간 회의는 2차례가 열렸고 김 처장과 북측 황충성 소장 대리간 부소장급 회의는 10차례 이상 개최됐다. 김 처장은 “그게 의미가 없다. 복도에서 만나서 이야기할 수도 있다”고 했다.
양측이 긴밀하게 협력하면서 남북간 업무도 몰라보게 빨라졌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10.4 기념행사 평양 개최다. 북측이 업무가 종료된 오후 9시45분께 김 처장에게 만남을 요청했고 약 두 시간이 지난 오후11시55분께 10·4 선언 11주년 공동기념행사를 평양에서 개최하자는 내용의 문서를 전달했다. 남북이 한 건물에 상주했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10·4 선언 공동행사에서 불의의 모친상을 당했던 김현 전 의원이 빠르게 남측으로 귀환할 수 있었던 것도 남북 공동연락사무소가 기능하면서 가능했다. 김 처장은 “10월4일 저녁에 (김 전 의원의) 모친상을 듣고 아침에 입경 조치를 신속히 했다”며 “평양-서울이 채 3시간이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잦은 만남 속에 서로에 대한 신뢰도 작으나마 쌓이고 있다. 처음 공동사무소 내 장소 이동시마다 북측 인원들이 안내를 이유로 같이 다녔지만 현재 숙소와 식당, 사무실은 자유롭게 이동이 가능하다. 차로 약 3분 거리로 가깝지만 자유로운 활동 공간을 넓혀야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다.
김 처장은 “황충성 (북측 소장) 대리에게 ‘송악산이 보이는데 등산하자. 박연 폭포도 가자’고 제안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황 소장 대리는 “박연 폭포만 갈거냐, 황진이 무덤은 안가냐”고 되물을 정도로 우호적인 모습을 보였다.
북측 인사들의 생활 패턴도 엿보인다. 공동연락사무소에서는 오후 12시부터 점심 시간을 갖는데 북측은 오후2시까지를 점심시간으로 정해놓고 있다. 점심시간이 1시간인 우리와는 다른 문화다. 김 처장은 “북측은 이 점심을 소중히 여겨서 이 때 연락관 접촉을 하면 싫어한다”고 귀뜸했다.
애로 사항도 있다. 앞으로 다양한 분야에서 남북 교류가 추진되는데 특히 산림과 보건, 체육협력, 서해경제특구 공동연구 등 남북 협의가 이곳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실무회담과 남북 접촉이 빈번해질 때를 대비해 연락사무소의 역할을 늘리는 게 필요하다는 것이 김 처장의 주장이다.
통신망의 구축도 필요하다. 공동연락사무소 직원들은 인터넷이 되지 않아 위성TV를 통해 남측 소식을 접하고 있다. 일과를 마치고도 이렇다할 여가거리가 없어 숙소 1층에 설치된 헬스장에서 탁구 등을 치는 것이 전부다.
김 처장은 “문재인 대통령도 공동 연락사무소가 상주 연락사무소로 발전해 나갈 전망에 대해 많이 이야기하는 만큼 그런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