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사장님은 웃고, '깃발' 사장님은 울린 배민 수수료 개편

by이성웅 기자
2020.04.06 16:48:35

배민 '오픈서비스' 도입 후 첫 주말…희비 갈린 자영업자
'울트라콜' 애용하던 업주들은 주말 매출 뚝
신규·영세업체들은 배민 의도대로 주문 증가
김범준 배민 대표 "비용 부담 늘어난 업주에 사과…4월 수수료 50%만"

배달의 민족 광고 서비스 과금 구조. (그래프=이미나 기자)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치킨 프랜차이즈를 운영하는 A씨는 지난 주말 매출이 평소 대비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A씨는 ‘배달의민족’에서 정액제 광고 상품인 ‘울트라콜’을 10개 이용하면서 주말이면 평균 매출 200만원 가량을 올려왔다. 그러다 지난 1일 배달의민족에서 ‘오픈서비스’를 시행한 후 새로 도입된 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자 매출이 급감했다.

삼겹살집을 운영하는 B씨는 지난 3월 전체 주문이 89건에 불과했지만, 오픈서비스 도입 이후 나흘 만에 주문이 25건으로 늘었다. 고정료 부담과 배달영업 노하우가 없다고 느껴 울트라콜 1개로 간간이 주문을 받았지만, 오픈서비스 가입 후 주문량이 급증한 것. 이에 B씨는 ‘야식’ 등 다른 카테고리 추가도 고려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오픈서비스’ 노출 예시.(자료=우아한형제들)
지난 1일 우아한형제들이 운영하는 배달 앱 배달의민족이 새로운 수수료 체계 오픈서비스를 도입하고 첫 주말이 지나서면서 자영업자들 사이 이에 따른 명암이 갈렸다.

일명 ‘깃발 꽂기’ 경쟁에서 밀렸던 업주들은 매출이 상승했지만 울트라콜을 애용해온 업주들은 매출이 급감해 가뜩이나 어려운 코로나19 상황에 수수료 비용 부담이 더 늘어났다. ‘수수료 꼼수 인상’이라는 소상공인연합회와 정치권의 뭇매를 맞은 우아한형제들은 6일 오픈서비스 제도의 허점을 인정하고,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배달의민족이 오픈서비스를 도입한 이후 자영업자들 사이에서 새 제도에 대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오픈서비스 반대론자들은 배달의민족이 배달 앱 시장 내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과도한 수수료 수익을 노린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오픈서비스로 되려 배달 수익이 늘었고, 기존 울트라콜 제도의 폐단이었던 ‘깃발 꽂기’ 경쟁이 사라졌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오픈서비스는 배달의민족이 도입한 정률제 수수료 방식의 새 요금체계다. 주문이 성사되는 건에 한해 건당 5.8%(부가세 포함 6.38%)의 수수료가 부과되는 것이 골자다.

배달의민족은 오픈서비스를 도입한 이유로 기존 정액제 모델인 울트라콜의 폐단을 꼽았다.

울트라콜은 점주가 원하는 곳에 깃발을 꽂아 리스트 상단에 노출 시킬 수 있는 수수료 정액제(부가세 포함 8만8000원) 상품이다. 기본 2~3개, 많게는 10개 이상의 깃발을 꽂아 자금력이 충분한 업주의 경우 여러 지역에 자신의 가게를 노출 시킬 수 있었다.



이 때문에 기존 6.8%(부가세 포함 7.48%)의 수수료를 내고 상단에 3개까지 노출되던 ‘오픈리스트’ 대신 울트라콜로 점주가 몰렸다. 또 깃발 경쟁에서 밀린 영세업체들은 소비자에게 자신의 가게를 노출하기 어려운 상황도 발생했다.

배달의민족은 울트라콜 체제에서 광고 효과를 못 누리던 전체 52.8%에 해당하는 업체들이 오픈서비스 체제에선 비용 절감 효과를 누릴 것으로 예상했다. 주로 신규·영세업체들이 여기에 해당한다. 실제로 배달의민족은 오픈서비스 도입 이후 5일간 비용 절감과 비용 증가를 경험한 비율이 거의 반반 수준인 것으로 분석했다.

문제는 나머지 47.2% 업체들이다. 울트라콜로 배달 수익을 유지하던 A씨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울트라콜이 이용이 업체 당 최대 3개로 제한되고, 노출이 하위로 밀리면서 오픈서비스 이용 없이는 소비자 눈에 띄기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이 같은 현상을 부인하지 않으면서도 “이는 제도가 변경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가피한 진통이다”며 “전체적인 주문은 전주 대비 늘었다. 새 제도의 폐해가 아닌, 기존 제도의 폐단이 사라지는 것으로 해석해달라”고 반박했다.

(자료=우아한형제들)
지난 주말 배달의민족 주문 건수는 전주 대비 2% 소폭 증가했다.

A씨와 달리 B씨처럼 오히려 매출 증가를 경험했다는 업주들도 나오고 있다.

순댓국집을 운영하는 C씨 역시 이달 들어 지난 4일 총 주문 26건으로 이미 3월 총 주문량의 25% 이상을 판매했다.

‘한식’과 ‘찜탕’ 카테고리에 등록한 C씨는 “고정료 없이 카테고리를 늘릴 수 있고, 이에 따라 노출 빈도도 높아져 만족스럽다”며 “기존에 장사 잘 하던 사람, 광고비 많이 써서라도 주문 많이 받던 사람, 배달전문업주 등은 불만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우아한형제들은 수수료 가중 논란을 의식한 듯 개선책을 마련하고 비용 증가 업주 등에 대한 보호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일시적인 수수료 절감책을 발표했다.

김범준 우아한형제들 대표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영세 업소와 신규 사업자일수록 주문이 늘고 비용 부담이 줄어든다는 개편 효과에만 주목 하다보니, 비용 부담이 갑자기 늘어난 업주들의 입장은 세심히 배려하지 못했다”며 “코로나19 확산 지원책으로 월 최대 15만원 한도 내에서 3, 4월 수수료의 절반을 돌려드리는 정책을 확대해 4월 오픈서비스 비용은 상한을 두지 않고 절반을 돌려주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