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좋은 시절' 상반기까지?…하반기 커지는 공급 과잉 우려

by경계영 기자
2021.07.26 18:21:25

석유화학사 2분기도 실적 개선 전망
하반기부터 공급 늘지만 수요↑ 제한적
상반기 정점…호황 끝날 수 있다는 우려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국내 석유화학사가 1분기에 이어 2분기에도 최대 실적 기록을 경신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중국을 중심으로 석유화학제품 공급 규모가 확대되면서 실적이 상반기 정점을 찍고 하반기 하향 곡선을 그릴 것이라는 우려가 커진다.

LG화학 탄소나노튜브(CNT) 공장 전경. (사진=LG화학)
LG화학, 사상 최대 실적 경신 전망

26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는 LG화학(051910)의 2분기 연결 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10조4651억원, 1조181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0.9%, 106.7%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분기 실적에 반영되는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의 리콜 비용 4000억원을 고려하면 1분기에 이어 역대 최대 실적을 다시 쓰는 셈이다.

또 다른 대형 3사인 롯데케미칼(011170)과 한화솔루션(009830) 역시 실적 개선세를 지속할 전망이다. 롯데케미칼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각 4조3706억원, 5979억원으로 지난해 2분기보다 63.0%, 1717.3% 증가할 것으로 보이고, 한화솔루션도 매출액이 41.0% 늘어난 2조7581억원, 영업이익이 117.5% 증가한 2794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예상된다.

금호석유(011780)화학은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00.9% 증가한 2조618억원, 영업이익이 같은 기간 505.0% 늘어난 7266억원으로 1분기에 이어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울 전망이다.

이들 석유화학사는 수요에 비해 달리는 공급으로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오른 영향을 톡톡히 누릴 것으로 분석됐다. 지난 상반기 코로나19 관련 가전 외장재, 포장용기, NB라텍스 장갑 등 수요가 급증한 데 비해 미국 한파와 일본 지진 여파로 일부 설비 가동이 차질을 빚었다.



中 중심 석유화학제품 공급 확대 예고

호황을 누렸던 상반기와 달리 하반기 업황은 공급 과잉 우려가 불거지면서 꺾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플라스틱, 섬유 등을 만드는 기초소재로 ‘석유화학 산업의 쌀’로도 불리는 에틸렌 증설 현황을 보면 국내에서만 2월 여천NCC가 34만t 증설을 마쳤고, 한화토탈과 LG화학도 각각 15만t, 80만t을 증설했다.

NH투자증권은 올해 계획된 에틸렌 설비 증설 규모가 전년 대비 6.0% 증가한 1170만t으로 예상 수요 증가 규모 820만t을 크게 웃돌 것이라고 봤다. 2023년까지도 증설이 예정돼있어 폴리에틸렌(PE), 폴리프로필렌(PP) 등 다운스트림 석유화학제품의 물량 압박이 심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
노무라증권도 2022·2023년 중국을 중심으로 대규모 증설이 예정돼있어 가격에 하락 압력을 줄 수 있다면서 석유화학사 이익이 2분기 정점을 찍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실제 업계에 따르면 에틸렌 평균 가격은 2분기 t당 1039달러까지 올랐지만 3분기 들어 975달러로 내려왔다. 에틸렌 가격에서 원재료인 나프타(naphtha·납사) 가격을 뺀 에틸렌 스프레드도 같은 기간 435달러에서 292달러로 하락했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8·9월은 계절적 성수기로 꼽히지만 그 효과가 제한적일 것”이라며 “코로나19가 다시 확산하면서 특수를 누릴 것이라는 기대가 낮고 가공업체도 완제품 재고를 줄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중국 내 고부가합성수지(ABS) 설비 가동률이 60~70%에 머무른다는 데 주목했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 등 제조업 지표를 고려했을 때 가전, 자동차 등 석유화학 전방산업이 급격하게 악화할 가능성이 제한적”이라며 “중국을 중심으로 한 증설이 예정대로 진행되는지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