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SW로 공간의 경험을 혁신하겠다”…메타버스로 출근하는 직방

by김현아 기자
2021.06.15 18:22:45

“집이 아니라 사는 공간을 혁신”
단순 매물 중개에서 나아가 매매계약 보증까지
온택트파트너스 모집..창업 중개인에게 1년 최소 5천만원 보장
사옥 없앤 직방, 메타버스 안에서 소통

[이데일리 김현아 기자]



안성우 직방 대표


“스타트업은 세상에 새로운 필요성이 생겼을 때 먼저 찾아 제공하는 회사죠. 초심으로 돌아가 소프트웨어(SW)를 이용해 공간의 경험을 혁신하고 싶습니다.”

안성우(43)직방 대표가 오랜만에 모습을 드러냈다. 국내 1위 부동산 앱인 직방의 전신인 채널브리스를 만든 지 10년 만이다. 직방은 ‘방 구하기’로 시작해 아파트 거래 중개로 영역을 확대해왔다. 그런데 앞으로의 10년은 ‘집’이라는 하드웨어(HW)가 아니라 산다는 의미의 ‘주(住)’를 책임지는 회사가 되겠다고 밝혔다.

안 대표는 “자동차와 휴대폰에서 하드웨어(HW)를 위한 소프트웨어(SW)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지 않느냐”면서 “휴대폰이 전화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퍼스널 모바일 컴퓨팅 디바이스로서의 기능(SW)을 구현하기 위해 하드웨어가 존재하듯 공간 역시 바뀌고 있다”고 강조했다.

“집이 아니라 사는 공간을 혁신”

공간은 ‘산다’는 걸 의미한다. 안 대표 역시 △살 곳을 구하거나 사는 곳을 파는 일(허위매물 걱정 없는 부동산 비대면 거래)부터 △사는 곳의 인테리어나 보수 공사, 청소 등을 편리하게 하는 일(온택트파트너스)△사는 곳이 달라도 함께 원격으로 근무할 수 있는 메타버스(meta-verse)에 승부수를 던졌다.

그는 공간의 경험을 혁신할 무기는 기술이라고 했다. ‘직방’을 단순한 부동산 거래 중개회사가 아니라 ‘종합 프롭테크(proptech)’ 회사로 키우겠다는 의미다. 프롭테크란 자산을 뜻하는 ‘프로퍼티(property)’와 기술을 뜻하는 ‘테크놀로지(technology)’의 합성어다.

안성준 직방 대표. 사진=직방 제공


“부동산 가장 고가의 e커머스 될 것”

안 대표는 “부동산은 가장 고가의 e커머스라고 본다”며 “허위매물(거짓·과장·중복 매물) 문제가 부동산 이용자들과 중개사들 입장에서 여전히 가장 큰 불편”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광고를 싣는 단순 연결 플랫폼이 아니라, 소비자들이 구매 결정에 필요한 실질적인 정보를 주고 플랫폼이 결과에 책임까지 지는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날 직방이 발표한 ‘온택트파트너스’도 같은 맥락이다. 온택트파트너스는 직방과 함께 주(住)를 책임질 사람들이다. 부동산에 관련된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직방을 디지털 도구로 활용해 이용자들에게 편의를 제공하게 된다. 공인중개사는 물론 에어컨·냉장고 등 집 청소 전문가, 도배·장판·누수 등 집수리·보수 전문가, 방충·방역 전문가 등이 직방과 제휴하게 된다.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공인중개사 협력 모델이다. 안 대표는 △제휴파트너스(기존 사업을 개별로 영위, 파트타임도 가능)△창업파트너스(1년 전속, 업무지원비 포함해 연간 5000만원 최소 수익 보장)△협력파트너스(매물정보 공유, 지역 중개사무소와 파트너 구축)등 3가지 모델로 가능하다고 했다.



그는 “고가인 부동산 거래나 상담은 주로 오프라인으로 이뤄져 중개인들은 보통 하루에 2명 정도 밖에 만나지 못하는데, 우리가 개발한 3D 단지나 모델하우스, VR투어 등을 보고 비대면으로 상담하면 손님을 여럿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용자 입장에서도 직방 자회사인 거래중개사가 공동 날인하기에 안심하고 거래할 수 있다”면서 “앱 화면에서 매물의 동·호수를 포함한 전경이나 일조량, 아파트 내부, 주변 시세 등을 보고 상담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부연했다. 이용자에게는 신뢰와 편의를, 중개사에게는 시장 확대의 기회가 된다는 의미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포화된 중개인 시장, 괜찮을까?


그럼에도 국내 최대 부동산 중개 플랫폼의 중개시장 직접 진출로 인한 중개인들과의 갈등을 염려하는 시선도 있다. 비대면 계약시 직방 자회사가 공동날인하는 만큼, 수수료를 절반씩 나누는 것도 중개인 입장에선 꺼릴 수 있다.

이에 대해 그는 “개업한 중개사분들 중에서 아파트를 주로 하시는 분들은 3만 명 정도인데 이 분들은 불만을 가지실 수 있다”면서도 “하지만 7,8만 명에 달하는 토지나 건물 등 다른 중개인분들은 디지털 도구를 활용해 훨씬 더 잘 사업하실 수 있다. 저희가 가장 신경쓰는 부분도 온택트(비대면)로 부동산 상담을 하는데 필요한 디지털 교육”이라고 강조했다.

직방은 온택트파트너스들을 위해 컨설팅 및 교육을 최소 4주에서 8주까지 무료로 제공하기로 했다. 교육을 받으면 굳이 부동산 중개소 사무실을 열지 않아도 집에서 PC로 3D단지나 3D모델하우스, VR홈투어 등을 통해 고객과 상담할 수 있다. 직방은 현재 대형 건설사들과 3D로 구현된 모델하우스도 만들고 있어, 온택트파트너스들이 3년 후 분양될 아파트들을 PC화면에서, 앱에서 더 꼼꼼하게 보여줄 수 있게 될 전망이다.



비대면 전자계약까지 갈 것…사옥 없앤 직방, 메타버스 안에서 소통


안 대표는 고가인 부동산도 비대면 전자계약까지 가능할 것으로 봤다. 그는 “당장은 직방 앱에 웹RTC 기능을 탑재해 비대면 상담하는 모델이지만 저녁에 아이들을 재우고 인스타그램으로 아이 옷을 사는 것처럼 부동산 거래도 24시간 비대면으로 되는 세상이 열릴 것”이라고 말했다. 직방은 국토부에서 지정한 전자계약 솔루션 도입을 추진 중이다.

직방은 조만간 서초동 GT타워에 있는 사옥을 아예 없애고 100% 언택트 근무를 시작한다. 대신 전국에 30여평의 소규모 라운지를 50여개 만들어 직방 구성원과 파트너들이 이용할 수 있게 했다.

집에서 가까운 라운지에서 근무하는 건 좋지만, 점심 식사후 인사하는 회사 문화가 그리워지는 것도 사실이다. 안성우 대표는 “그래서 더 완전한 오프라인 느낌이 필요해 줌이나 구글미트와 다른 ‘메타폴리스’라는 가상 공간(메타버스)에 건물을 세우고, 1개 층에 오피스를 차렸다. 근무중인 직방 직원들이 지나가면서 서로 인사하고 업무를 협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메타폴리스에 이데일리도 입주할 수 있을까. 안 대표는 “당장 임대료를 받고 메타폴리스를 분양할 생각은 없다”면서 “일단 직방과 파트너사들이 함께 공유하는 공간이 될 것이다. 다만, 메타폴리스 덕분에 인재 영입은 글로벌까지 쉽게 가능해지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보통 직장은 본인이 사는 도시 중심으로 이뤄지는데, 메타폴리스 방식은 굳이 강남 판교에 IT기업을 세우지 않아도 시골에 있는 인재든, 세계 곳곳의 인재든 훨씬 쉽게 모을 수 있고 자동 번역도 가능한 플랫폼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