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조단위 M&A 1년새 7.5배 껑충…국경 넘어 '종횡무진'

by김성훈 기자
2021.12.30 23:10:22

올해 조단위 거래 15건…전년比 7.5배↑
2조원 넘는 메가딜 7건 기록하며 열기
크로스보더딜, 전체 67%로 대세 '우뚝'
신사업 동력 확보 위한 M&A 열기 견인
대형 매물 여전…분위기 내년까지 지속

[이데일리 김성훈 기자] 올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이뤄진 조(兆)단위 거래가 전년 대비 7.5배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조원을 웃도는 이른바 ‘메가 딜(Mega Deal)’도 7건이나 쏟아지며 열기를 이끌었다. 코로나19로 매각을 미뤘던 굵직한 매물이 쏟아지자 대기업들과 경영참여형 사모펀드(PEF) 운용사들이 앞다퉈 인수전에 나선 결과로 풀이된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국경 간 거래인 ‘크로스보더 딜’이 대형 거래 중심으로 우뚝 섰다는 점이다. 중장기 비전에 도움이 되고 향후 가치 상향(밸류업)이 확실하다 판단한 매물에는 국경을 넘는 대형 거래까지 서슴지 않았다는 의미다. 현재 시장에 대형 매물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열기가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표=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 올해 조단위 M&A 15건…2조넘는 메가딜도 7건

30일 이데일리가 올해 거래(계약·잔금납입 포함)가 이뤄진 1조원 이상 M&A 거래를 자체 집계한 결과 총 15건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1조원 이상 M&A 거래가 푸르덴셜 생명(2조3400억원)과 LG화학 편광판 사업부(1조3365억원) 두 건에 그쳤던 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조 단위 거래가 7.5배 늘어난 것이다.

대형 거래가 속속 이뤄지면서 시장 전체 규모 증가를 견인했다는 평가다. 올해 이뤄진 조단위 거래 15건의 거래 규모는 총 39조6450억원이다. 지난해 이뤄진 M&A 전체 거래 금액(26조9612억원)마저 넘어선 수치다.

특히 올해 2조원을 넘는 메가딜도 7건이나 기록했다. 업종별로 △반도체 △보험 △유통 △게임 △자동차 △건설 등 전 분야 고르게 거래가 이뤄진 점도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단연 눈길을 끄는 것은 SK하이닉스(000660)의 인텔 낸드 사업 부문 인수다. 거래액만 10조6740억원에 이르는 메가톤급 딜로 전체 조 단위 거래의 27%를 차지했다. 지난 22일 중국의 반독점 심사 승인에 이어 30일 전체 계약금 가운데 약 70억달러(약 8조3020억원)를 1차로 인텔에 지급할 계획이다.



이밖에 지난 10월 미국 처브사(社)에 5조원에 매각된 라이나 생명과 상반기 유통시장을 화끈하게 달궜던 이베이코리아(3조4400억원), 넷마블이 인수한 카지노게임사인 스핀엑스(2조6260억원), 두산공작기계(2조4000억원), 대우건설(2조1000억원), 미국 매치그룹이 인수한 하이퍼커넥트(2조원) 등이 메가딜로 기록됐다.

3건중 2건이 크로스보더…내년까지 분위기 간다

특히 주목할 점은 국경 넘어 이뤄진 크로스보더가 빅딜 거래의 대세로 발돋움했다는 점이다. 조단위 M&A 거래 15건 가운데 67%(10건)가 크로스보더 형태로 이뤄졌다. 2조원 이상 거래 7건 중에서는 5건(71%)이 크로스보더로 집계됐다.

중견 PEF 운용사인 센트로이드PE가 올해 8월 인수한 테일러메이드(1조9000억원)와 이마트의 스타벅스 코리아 지분(1조3550억원) 인수, BTS(방탄소년단)로 유명한 하이브(352820)가 1조1200억원에 인수한 미국 연예기획사 이타카홀딩스, 현대차(005380)의 보스턴다이내믹스(1조원) 인수도 크로스보더딜에 꼽힌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를 딛고 올해 대기업을 중심으로 신사업 동력 확보를 위해 M&A에 나서는 케이스가 늘면서 열기를 이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때마침 기업들의 자금 사정 등 유동성이 풍부해진 점도 적극적인 M&A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시장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대형 매물 출현도 한몫했다. 올해 1조원 규모의 엑시트(자금회수)에 성공한 한 PEF 운용사 관계자는 “특정 업종의 게임체인저급 매물이 시장에 나올 경우 인수와 동시에 시장을 이끌 수 있다는 점이 경쟁으로 이어졌다”며 “올해 시장에서 눈길을 끄는 매물들이 다수 나오면서 대형 거래로 이어진 점도 영향을 미쳤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조단위 거래로 뜨거워진 M&A 시장 분위기는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최대 8조원의 몸값이 점쳐지는 한온시스템(018880) 매각이 진행 중이며 IMM 프라이빗에쿼티(PE)와 IMM인베스트먼트가 보유 중인 현대LNG해운, 폐기물 업체 EMK 등이 수조원대 몸값이 점쳐지는 시장 매물로 꼽힌다. 이밖에 버거킹과 대경오앤티 등도 수천억 몸값으로 내년 매각 작업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