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 도심복합개발…"무분별한 사업지 남발" vs "사업자 확보 난항"(종합)

by박종화 기자
2022.07.18 17:11:27

[국토부 업무보고]
정부, 민간 제안 도심복합사업 도입…공공시행도 전환 허용해
인센티브 유지하며 이익환수제 재설계…속도·사업성 확보 관건
'공공개발 거부감' 강남서 호응…"질서있는 제도 설계 필요해"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정부가 민간이 직접 도시 복합사업을 시행하는 걸 허용한다. 공공 시행 사업과 같은 인센티브를 받으면서도 의무는 가벼워진다. 주택 공급과 도심 개발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갈 것으로 보인다.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 추진 중인 서울 영등포구 신길2구역. (사진=뉴시스)
국토교통부는 18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업무계획을 윤석열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이 가운데 핵심은 주택 공급 확대를 통한 주거 안정이다. 국토부는 광복절 직전 주택 250만호 공급 계획을 발표할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 임기 중 주택 공급 물량과 입지, 품질 제고 방안 등을 마련하기로 했다.

국토부는 이날 이에 하나로 민간 제안 도심 복합사업을 공개했다. 도심 복합사업은 역세권 등을 ‘고밀 개발’해 주택 등을 공급하는 사업이다. 그동안엔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이란 이름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기관에만 사업 시행을 허용했다.

국토부는 앞으론 민간 사업자도 도심 복합사업을 제안·시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원활한 ‘고밀 개발’을 위해 용적률 규제 완화, 세제 혜택 등 공공에 주던 혜택을 그대로 유지한다. 빠른 사업 진행을 위해선 조합 설립 없이 토지주가 신탁사 등 전문기관과 협업해 사업을 진행하도록 유도한다.

국토부 관계자는 “왜 공공에서 도심 복합사업을 독점하느냐는 불만이 있어 주민 선택권을 보장하고 주택 공급을 늘리는 차원에서 민간 시행을 허용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인센티브에 따른 개발이익 환수 방안으론 역세권 첫 집 등 공공주택 공급과 생활 SOC 기부채납 등을 들었다. 다만 공공주택 공급 비율 등 공공 시행 사업에 비하면 환수 강도가 약해질 것이란 게 부동산 전문가들 시각이다. 투기 억제를 위해 도입된 현금청산 규정(권리청산기준일 이후 사업지 내 토지를 매입하면 입주권을 주지 않고 현금으로만 보상하는 것)도 공공 시행 사업보다 완화될 가능성이 크다. 공공 시행 사업과 인센티브는 같으면서도 공공성 확보 부담은 가벼워지는 셈이다. 다만 국토부는 사업 지구 지정을 위한 주민 동의율 요건은 지금보다 높일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토부는 기존 도심 공공주택 복합사업 후보지가 민간 시행으로 전환하는 것도 허용키로 했다. 사실상 도심 개발사업 주도권이 민간으로 넘어갈 공산이 커졌다.

이태희 한국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기존 도심 복합사업 인센티브를 유지하면서 민간 단독시행을 허용한다면 굉장한 이점이 될 것”이라며 “기존 방식으로 재개발이 어려운 지역이나 공공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서울 강남권에서 호응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공공 주도로 도심 복합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지역 주민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국중길 인천 굴포천구역 주민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그동안엔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도심 복합사업 후보지를 지정하고 공공 개발을 강요했다”며 “민간 시행이라는 선택권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본다”고 말했다.

문제는 디테일이다. 이태희 연구위원은 “민간 도심 복합사업에만 특혜를 준다는 형평성 논란이 나올 수 있다”면서 “과거 뉴타운 사업처럼 무분별한 사업지 남발로 세입자 등 주거를 불안하게 하지 않도록 질서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민섭 서울벤처대학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주택 경기가 하강할 땐 민간 사업자를 유인할 사업성을 확보하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