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이 유죄면 이재용도 유죄"…檢, 항소심 재판부 맹비난

by이승현 기자
2018.02.07 15:42:09

언론 통해 항소심 재판결과 날선 비판
"이재용 유죄 장애부분 회피…뇌물공여 36억만으로도 집유 안 돼"
"뇌물수수자 최순실 유죄 받으면 항소심 잘못 드러나"

[이데일리 이승현 윤여진 기자] 검찰이 이재용(50) 부회장에게 36억원의 뇌물공여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한 항소심 재판부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7일 기자들과 만나 “이 부회장에 대한 항소심 판결은 법리상으로나 상식상으로 대단히 잘못된 판결로서 반드시 시정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내가 개인자격으로 말하는 게 아니다”며 “우리도 (박영수 특별검사팀과 함께) 그 재판을 수행한 주체”라고 강조했다. 이번 재판결과에 대해 서울중앙지검 차원 입장이라고 분명히 한 것이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13부(재판장 정형식)는 지난 5일 박근혜(66) 전 대통령과 ‘비선실세’ 최순실(61)씨에게 뇌물을 공여한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한 1심 판결을 파기하고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했다. 구속수감 상태였던 이 부회장은 353일 만에 석방됐다.

재판부는 1심과 달리 이 부회장을 위한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작업이 실제로 없었고 이에 박 전 대통령에게 도움을 달라는 명시적 혹은 묵시적 부정청탁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은 이와 관련, 또 1심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단독면담에서의 부정청탁의 간접증거로 채택한 ‘안종범(전 경제수석) 업무수첩’과 ‘김영한(전 민정수석) 업무일지’ 증거능력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안종범 수첩의 정확도는 다른 사건에서 검증됐다. 틀린 것으로 검증된 적이 한번도 없었다”며 “(이재용 사건 항소심 재판부가) 핵심증거를 다른 재판부와 달리 무시해버렸다”고 비판했다. 앞서 김종·장시호·문형표·홍완선 등 다른 국정농단 연루자 사건의 재판부는 이 수첩의 증거능력을 인정했다.

서울중앙지검 측은 재판부의 판결문 내용도 조목조목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최씨의 딸 정유라씨가 탄 말인) 20억원짜리 ‘비타나’와 7억원짜리 ‘라우싱’에 대해 판단하지 않았다”면서 “이 부회장 승계작업이 없다고 판시하면서 승계작업 과정에서 불법을 행한 혐의로 수감된 문형표 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과 홍완선 전 본부장에 대해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유죄판결에 장애가 되는 부분을 회피하려고 했고, ‘뇌물이 국외로 갔으니 재산국외도피죄도 아니다’라고 했다”며 지적했다.

특히 “백번 양보해서 항소심에서 인정된 (뇌물공여액) 36억원만으로도 집행유예가 나올 사안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는 13일로 예정된 뇌물수수자인 최씨에 대한 1심 선고를 언급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국정농단 사건으로 각각 실형을 받은 장시호씨와 차은택씨보다 이 부회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의 책임이 더 가벼운지 묻고 싶다”고 했다. 이어 “최순실씨 1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이 나면 동전의 양면인 공여자(이 부회장) 측에 대한 항소심 판결이 잘못됐다는 것을 명백하게 보여줄 거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특검은 지난 5일 이 부회장 항소심 선고결과에 대해 “법원에서 정의가 살아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를 기대했는데 너무 안타깝다. 법원과 견해가 다른 부분은 상고해 철저히 다투도록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오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지난해 2월 17일 특검팀에 구속된 지 353일 만에 풀려나게 됐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