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LH, 여성임원 0.09%…더 두꺼워진 유리천장

by신수정 기자
2021.03.23 17:55:57

작년 4분기 기준 상임임원 중 여성 임원 0명
1~2급 포함해도 여성 관리자 비율 1.5% 불과

[이데일리 신수정 기자 ]3기 신도시 땅 투기 의혹 등에 휩싸인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조직 내 ‘유리천정(여성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장벽)’도 두꺼운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LH의 유리천장을 뚫은 여성 임원은 0%대다. 2020년 4분기 기준 정규직 여성 중 임원의 비중은 0.09%로 전년도보다 오히려 줄었다. 2019년 0.13%, 2018년 0.10%로 집계됐다. 2015년부터 2017년까지는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었다.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LH 광명시흥사업본부.
관리자 직급에 속하는 2급 이상 중 여성 현원의 비율은 정원 중 약 1.5%에 불과하다. 현재 1급은 1명, 2급은 7명이다. 일반 정규직 현원 중 22.4%가 여성이라는 점을 감안 했을 때 현저히 적은 수다. 1인당 평균 보수액도 차이가 벌어졌다. 작년 말 기준 남성의 1인당 평균 보수액은 8304만원, 같은 기준 여성은 5846만원으로 2000만원 이상 차이가 났다.

LH 관계자는 “토목·건축 분야에 집중된 회사다 보니 과거 80~90년대 여성 입사자가 드물어 고위직에 오른 여성도 적은 것으로 보인다”며 “또 성별에 따른 보수 제도의 차별은 없으나 근속 기간 등으로 인한 차이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평균 근속연수를 보면 작년 말 기준 남성은 18.6년인 반면 여성은 12.4년으로 6.2년 가량 차이가 벌어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남성 중심의 유대가 강한 조직 문화 속에서 승진 심사 인사가 이뤄질 경우 비자발적인 근속연수 감소가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전길양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교수는 “공공기관의 경우 남성 중심 문화가 익숙해진 것이 사실이다”며 “특히 육아휴직을 제대로 쓸 수 없는 조직 문화나 경력관리를 할 수 없는 환경 등이 지속성에 영향을 미친다”고 분석했다.

LH의 경우 육아휴직 사용자 수가 오히려 줄고 있다. 2015년 100명이 출산휴가를 사용했지만 2016년 66명으로 급감하다, 2018년 74명으로 소폭 늘었다. 2019년에는 다시 64명으로 주저앉았다. 배우자 출산휴가 사용자 수도 감소 추세다. 2015년 186명이 휴가를 사용했지만 2016년 126명, 2017년 119명, 2018년 112명, 2019년 99명으로 우하향 중이다.

최현일 열린사이버대학 부동산학과 교수는 “신도시 개발이나 주택 건축 위주의 업무가 남성 중심 문화를 견고히 해 왔을 것으로 본다”며 “임원 비율이 0%대를 보이는 것 역시 이 조직문화의 영향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LH 개혁을 통해 특수인들 간 뭉치는 조직문화를 쇄신하고 양성평등 문화를 함께 가져가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