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 줄어도 뛰는 철광석값, 철강사 발목 잡나

by경계영 기자
2020.05.25 17:42:27

코로나19에 최대 광산 브라질 생산 차질
사태 진정된 中선 철강 생산 늘어…철광석값↑
수요 부진에 제품 판매가격 인상하기도 어려워
"철강재보다 철광석 가격 더 올라 마진 부정적"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수요 감소 어려움을 겪는 철강업계에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악재가 겹쳤다. 판매가격 인상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 수익성 악화 우려가 커진다.

25일 한국자원정보서비스에 따르면 22일 기준 철광석 가격은 t당 97.61달러로 지난해 8월 첫째 주 115.63달러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코로나19가 본격화한 이후 90달러대를 맴돌던 철광석 가격은 이달 들어 1일 83.06달러→8일 85.26달러→15일 91.55달러 등으로 4주 새 15달러 가까이 치솟았다. DCE 철광석 선물은 t당 101.4달러로 올해 첫 100달러를 돌파하며 현물 가격도 더 오를 가능성이 커졌다.

단위=t당 달러, 자료=한국자원정보서비스
코로나19로 경기 침체 우려와 함께 원유를 비롯한 원자재 가격이 떨어지는 것과 반대로 철광석 가격이 오르는 배경엔 브라질에서의 생산 차질 영향이 컸다.

최근 브라질에 본사를 둔 세계 최대 광산업체인 발레(Vale)는 올해 철광석 생산량을 종전 3억4000만~3억5500만t에서 3억1000만~3억3300만t으로 낮추겠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브라질이 철광석 4억8000만t 생산한 점을 고려하면 70% 수준으로 줄어드는 셈이다. 모간파이낸셜(Morgans Financial)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생산이 더 줄 수 있다”고 봤다.

이와 달리 중국에서의 철광석 투입은 늘고 있다. 마이스틸(Mysteel)·SBB 등에 따르면 이달 상순 중국에서의 하루 평균 조강생산량은 282만t으로 전년 동기 대비 14%, 전월 대비 6% 각각 증가했다.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중국이 경기부양책을 내놓으리란 기대감이 더 빠르게 생산을 늘렸다.



이같은 철광석값 상승은 예기치 못한 부분이다. 지난달 말 1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포스코(005490)는 2분기 철광석 가격이 t당 80~85달러 수준에서 약보합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렇다고 오른 철광석값을 주요 업체에 공급하는 제품 가격에 전가할 수 있는 상황도 아니다. 자동차 강판의 경우 철강·자동차업계가 상반기 판가 인상을 두고 지속 협상하고 있지만 아직 결론이 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선박에 들어가는 후판 역시 지난해 철광석값 상승을 반영해 소폭 올랐다가 1분기 다시 그만큼 내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곧 철강업체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앞서 지난해도 철광석 가격이 t당 120달러 수준으로 뛰었는데도 수요가 부진하다보니 판매가격을 그만큼 인상하지 못해 철강업체 수익성이 나빠졌다.

김유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철광석 시장 내 수급이 균형을 이루지 못해 철광석 가격은 당분간 계속 강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최근 철강재 가격은 전월 말 대비 5%~9% 올랐지만 같은 기간 철광석 가격이 15% 이상 상승하면서 철강업체의 마진엔 부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분석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 제강공장에서 전로 조업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포스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