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의민족 정보독점' 규제 숨고르는 까닭은

by전재욱 기자
2020.07.21 15:56:13

우아한형제들·DH 기업 결합 심사 계기로
온라인 플랫폼 `정보독점` 폐해 우려 규제 강화 움직임
우려 공감하지만 상시 규제案에 당정청 신중 모드
앞서 오픈마켓 사업자 피해간 규제…"택배도 규제하랴?"

[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정보 독점 우려에 대해 더불어민주당과 정부, 청와대가 신중하게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인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과 2, 3위인 요기요·배달통의 운영사 딜리버리히어로의 합병 심사 계기로 규제 필요성에 대한 공감은 이뤄진 상황. 하지만 규제 범위를 정하는데 형평성과 산업 발전을 저해 요인이 없는지 꼼꼼히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 배달노동자, 소비자 등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들이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배민 기업결합 심사에 반대하는 의견을 밝히고 있다. 이들은 기자회견 직후 공정거래위원회에 배민 기업결합에 반대 의견서를 제출했다.(사진=이데일리 전재욱 기자)
2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당정청은 공정거래위원회가 마련한 이른바 ‘온라인 플랫폼 공정거래법’ 입법을 추진하고자 세부 내용을 가다듬고 있다. 특히 쿠팡 등 이커머스와 배민 등 배달앱을 포함한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의 정보 독점을 해소하는 방안을 마련하고자 의견 수렴에 주력하고 있다.

현재 공정위가 제정하려고 추진하는 이 법은 △사업자와 입점업체 간 불공정거래 금지 △소비자 구제안 마련 △독과점 남용행위 금지 등을 골자로 한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는 여기에 ‘고객 정보 독점을 금지’ 하는 내용을 추가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해당 내용을 포함하려면 우선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 이미 업력이 오래 쌓인 오픈마켓 사업자까지 규제를 소급 적용하게 되면 배달앱 사업자를 규제하려고 오픈마켓 사업자를 희생양으로 만드는 것처럼 비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플랫폼사업자가 판매자와 소비자 직거래를 막은 것이 문제라면 오프라인에서 플랫폼 사업을 시작한 택배 사업자부터 규제해야 옳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일각에서는 배민이 가입자의 정보를 활용해 PB상품(자체상품) 판매 마케팅에 이용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가맹점주에게는 단골고객에 대한 정보가 없고, 배민이 정보를 독점해 활용하는 폐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배민 관계자는 “정보통신망법 개인정보보호법에 의거 개인을 식별할 수 있는 고객 정보와 데이터를 가맹점주에게 제공하지 않고, 배달 목적 달성 후 삭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고객이 안심번호를 선택하는 것도 고객 정보 노출을 방지하기 위한 것이지 정보를 독점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그러므로 PB상품에 삭제된 고객 데이터를 활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당정청의 온라인 플랫폼 독점 규제 대한 신중한 입장은 ‘소뿔을 고치려다 소를 죽이는’ 데 대한 경계심도 있다. 입법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한 관계자는 “공정위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거래법`에 정보독점 규제 방안이 빠진 것은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이해한다”며 “당정청도 공정위 우려에 공감하면서 규제 수위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 정보 독점 폐해를 우려해 사업자를 상시 규제하는 경우는 찾기 어렵다. 다만 기업 결합 과정에서 정보 독점 여부를 주요 변수로 다룬다. 영국은 데이터 기반 사업자의 결합에 ‘공익성 심사’를 하는 방안을 상원에서 논의하고 있다. 호주는 인수합병 과정에서 ‘경쟁자의 퇴출’과 ‘데이터 자산의 중요성’을 고려하도록 법을 고쳤다. 일본은 올해 마련한 기업결합 심사 운용지침에 ‘합병에 따른 데이터 독점’ 여부를 조건으로 신설했다.

한 공정거래법 전문가는 “우리도 온라인 플랫폼 공룡이 탄생하는 것을 경계하는 과정에서 기업의 성장을 막기보다 합병 조건을 강화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면서 “평상시에도 정보 독점을 우려해 온라인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경제적인 판단이라기보다 정치적인 사안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