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스타일] “눈썹 그린 夫, 핫팬츠 입는 男”...진화하는 ’맨즈뷰티‘

by박성의 기자
2017.07.19 16:01:05

男 65% ''꾸미는 남자''에 긍정적 평가
男 53% 피부보정화장품, 사용의사 있어
국내 맨즈뷰티 산업 ''걸음마 단계'' 지나
"패션·뷰티상품 성별경계 곧 허물어질 것"

국내 화장품 브랜드 ‘라비오뜨’는 엠넷 오디션 프로그램 ‘프로듀스101’에 출연한 뉴이스트 멤버 김종현(JR)과 최민기(렌)를 지난 17일 새 광고모델로 선정했다. (사진=라비오뜨)
[이데일리 박성의 기자] BB크림까지는 이해했다. 긴 머리카락도 발목양말도 ‘OK‘. ‘꾸미는 남자’를 흉보는 건 촌스럽다고 느꼈다. ‘개성은 존중받아 마땅하지!’라는 트렌디한 가치관을 뽐내던 송유미(29·여) 씨. 그녀의 ‘당당함’은 직장인 남자친구가 허벅지에 걸친 반바지와 눈썹문신을 하고 나타난 날 무참히 깨졌다. 송씨의 당황한 기색에 남자친구는 말했다. “왜 그런 눈으로 봐? 촌스럽게.”

올 여름, 남성미(美)의 경계가 급격히 허물어지고 있다. ‘꾸미는 남성’은 더 이상 미디어가 만들어낸 환상이나 ‘유별난’ 소수의 이야기가 아니다. 유행을 선도하는 트렌드 세터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패션·뷰티용품이 남성들의 주 관심사로 주목받고 있다. 외모를 가꾸는 남성과 관련된 산업을 일컫는 ‘맨즈뷰티’라는 신조어가 탄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변화는 설문조사에서도 읽힌다. 18일 SK플래닛이 설문 플랫폼 ’틸리언‘에 의뢰해 10~60대 남성 510명에게 맨즈뷰티에 대해 물은 결과, 외모 관리에 신경쓰지 않는 털털한 남성보다, 자신을 가꿀 줄 아는 남성에 더 높은 점수를 줬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열심히 꾸미는 남자’에 대한 생각을 묻는 질문에 ‘부럽고 닮고 싶다’(13.9%)와 ‘매력 있다’(51.2%)는 긍정적인 답변이 65.1%로 집계됐다. 반면 ‘거부감이 든다’(13.5%)와 ‘관심 없다’(21.4%)고 답한 남성은 절반이 채 안 됐다. 과거 거울 앞 남자들을 비아냥대던 조롱이 이제 동경의 시선으로 변화한 셈이다.

아름다움을 좇는 ‘수컷’이 늘면서 여성용 아이템으로 주목받던 보정속옷이 남성 사이에서 인기다. CJ몰 조사결과 엉덩이 볼륨감을 높이는데 도움이 되는 ‘힙업 팬티’나 ‘엉뽕(엉덩이 패드)’, 바디라인을 보다 보정해주는 ‘남성용 바디쉐이퍼’ 등 남성 보정속옷 주문량이 지난 상반기 전년 동기 대비 3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부도 남자의 주된 관심사로 떠올랐다. ‘구릿빛 피부’보다는 배우 송중기처럼 ‘뽀얀 피부’를 원하는 남성이 많아지면서, ‘BB크림은 엄마 화장대에나 있는 것’이라는 편견에도 금이 갔다. ‘피부보정화장품을 사용해봤거나 사용해 볼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남성 응답자 510명 중 269명(52.7%)이 ‘그렇다’고 답했다. 현재 혹은 가까운 미래에 남성 2명 중 1명은 BB크림을 바를 수 있다는 얘기다.

미백과 주름개선 효과가 있는 남성화장품 매출은 최근 3년간 연평균 20%대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 2012년 11번가의 남성화장품 거래액을 100으로 산정했을 때 △2013년 95.7 △2014년 115 △2015년 128.5 △2016년 164로 4년 만에 50% 이상 신장했다.

한성섭 SK플래닛 뷰티팀 팀장은 “남성들에게도 외모가 또 하나의 경쟁력이 되면서 피부, 패션부터 몸매 관리까지 자기개발에 투자를 아끼지 않으려는 소비 성향이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눈썹 펜슬, 쿠션 팩트, 미스트, 색깔형 립글로스 등 다양한 남성전용 화장품 매출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의 맨즈뷰티 산업은 이제 ‘걸음마 단계’를 지나고 있다고 분석한다. 가부장제에서 싹튼 남성미에 대한 ‘나이 든 편견’을 이제 막 깨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타고난 외모가 잘 생겨서가 아닌, 가꿀 줄 아는 남성이 호감을 사는 사회가 도래하면서, 남성뷰티 시장 역시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는 외모에 관심을 갖는 남성을 나약하다고 절하했지만, 이제는 꾸밀 줄 아는 것도 하나의 능력으로 평가받고 있다”며 “여성의 전유물이던 발목양말이 남성의 아이템으로 각광받게 됐듯, 앞으로 다양한 상품들의 성(性) 경계가 무너지면서 관련 상업의 규모도 성장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