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뉴딜 잡아라”… 태양광업계, ‘韓특화’ 솔루션 키운다

by김정유 기자
2020.07.09 16:34:36

13일 ‘그린뉴딜’ 정책 발표, 태양광업계 기대감
국내 최대 신재생전시회서 韓시장 특화제품 공개
양면형·수상·영농형 모듈 등 고출력 제품로 승부
저가 中제품 공세 대응, 정책적 인센티브도 필요

(그래픽=이데일리 김다은 기자)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국내 태양광 업계가 정부의 ‘그린뉴딜’ 정책과 맞물려 한국시장 맞춤형 제품·솔루션을 강화한다. 그간 저가 중국산 제품들이 잠식해왔던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 효율을 높이고 접근도를 높인 맞춤형 제품들로 경쟁력을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본격적인 그린뉴딜 정책 추진으로 태양광 시장 확대가 기대되는 상황인만큼 국내 업체들의 움직임도 한층 활발해질 전망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큐셀, 현대에너지솔루션, 신성이엔지 등 국내 대표 태양광 업체들은 오는 15일 대구 엑스코에서 열리는 ‘국제그린에너지엑스포’에 참가해 한국시장 맞춤 제품을 대거 공개할 예정이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글로벌 태양광 전시회들이 대부분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는 상황에서 올해 처음 열리는 국제 행사다. 특히 최근 문재인 정부가 그린뉴딜 정책 추진을 본격화하고 있는 시점에서 열리는 전시회인만큼 업체들의 관심이 뜨겁다.

그린뉴딜은 현재 화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며 고용과 투자를 늘리는 정책을 뜻한다. 이미 유럽과 미국 등 선진국에선 그린뉴딜은 정책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문 대통령이 지난 5월 취임 3주년 연설에서 한국판 뉴딜의 한 축으로 그린뉴딜을 거론하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정부는 오는 13일 청와대에서 보다 구체화한 한국판 뉴딜 종합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국내 태양광 업계는 기존 에너지전환 정책에 그린뉴딜 정책까지 더해질 경우 파급력이 더 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태양광 업체들도 그린뉴딜 정책 추진에 따라 한국시장에 특화한 제품과 기술을 키우고 있다. 국내 태양광 업계 1위 업체인 한화큐셀은 이번 전시회에서 한국시장 맞춤형 제품들을 중심으로 한 전시부스를 따로 구축하는 등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화큐셀은 그간 유럽과 미국 등 해외 중심으로 마케팅을 펼쳐왔지만 이번엔 한국시장에서 경쟁력을 나타낼 수 있는 제품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대표적인 제품군이 수상·영농형 태양광이다.



특히 수상태양광은 한국처럼 국토면적이 작은 국가에서 활용도가 높다. 한화큐셀은 수상태양광 신제품으로 개발한 ‘큐피크 듀오 포세이돈’을 선보인다. 섭씨 85도, 상대습도 85%의 가혹한 환경에서 3000시간 이상 노출돼도 문제가 없는 모듈이다. 강화된 KS인증 기준보다도 더 높은 내부시험 기준을 적용해 고온·고습에 특화했다. 또한 논밭에 설치하는 영농형 태양광 모듈 시제품도 내놨다. 일반 태양광 모듈보다 크기를 줄여 농사에 필요한 햇빛을 확보해주고 모듈 하중을 줄여 농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한 게 특징이다. 김희철 한화큐셀 사장은 “국내 특성에 맞는 다양한 제품과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개발해 고객들의 다양한 요구를 만족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중공업계열 태양광 업체인 현대에너지솔루션(322000)도 한국시장 특화 제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우선 대면적 양면 태양광 모듈과 수상태양광용 모듈을 주력으로 선보일 예정이다. 양면형 모듈은 기존에 전면에서 받은 태양광으로만 발전하던 모듈과 달리, 바닥에 반사된 산란광까지 전기로 만들 수 있어 출력을 높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단면형 모듈대비 최대 30%까지 효율을 높일 수 있어 적은 공간에서 더 많은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한화큐셀도 이 같은 양면형 모듈 ‘큐피크 듀오 G9’을 출시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적은 공간에서 최대 효율을 내는 게 한국시장에선 필수”라며 “최근 중국업체들까지 양면형 모듈로 국내 시장 침투에 속도를 내고 있는만큼 국내 업체들도 이에 대응하고자 경쟁력있는 제품들을 내놓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견기업 신성이엔지(011930)는 빛을 받을 수 있는 면적을 늘려 출력을 높이는 태양광 모듈 제품을 내세울 예정이다. 동시에 수상태양광 모듈도 선보인다. 이 회사는 전북 김제에 설비 투자를 진행, 대규모 태양광 투자가 이뤄지는 새만금에서 가점을 받고 제품을 공급할 수 있는 이점을 갖고 있다. 신성이엔지는 국내 시장에 맞게 가격은 좀 더 안정화하고, 효율을 높인 제품을 늘려 시장 영향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업체들이 이처럼 한국형 특화제품을 경쟁적으로 선보이고 있는 배경엔 저가 중국산 제품들의 공세도 한몫을 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대상 태양광 모듈의 중국산 비중은 2014년 16.5%에서 2018년 27.5%까지 늘었다. 국내 발주처들이 가격 경쟁력을 중심으로 제품을 선택하다보니 국산 제품대비 약 30% 저렴한 중국산 점유율이 매년 늘고 있는 것이다. 가격 경쟁력으론 따라잡을 수 없는 만큼 국내 업체들은 발전효율 및 출력을 높이고 보다 한국시장에 맞는 특화기술을 내세우며 대응력을 키우고 있는 상황이다.

태양광 업계 한 관계자는 “유럽, 미국 등과 달리 한국은 프리미엄 제품보다 일반 모듈 또는 가격이 저렴한 모듈을 주로 쓴다”며 “이미 웅진에너지, OCI 등 많은 태양광 제조기업들이 못 버티고 철수하고 있는 상황인만큼 그린뉴딜 정책 흐름에 맞춰 정부도 제조기업에 정책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식으로 산업경쟁력을 키워줄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