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오지마, 사랑해버릴 것 같아"…과거 감성글 눈길

by이선영 기자
2022.03.03 15:56:29

[이데일리 이선영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여 년 전 블로그에 남긴 감성 글이 뒤늦게 누리꾼들에게 발굴되며 화제다.

3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싸이월드 감성의 2000년대 중반 이재명 블로그’ 등의 제목으로 해당 글의 캡처본이 공유되고 있다.

당시 이 후보가 직접 인터넷에 올린 본인의 17세 시절 모습. (사진=이 후보 블로그 캡처)
해당 블로그는 이 후보가 과거 성남에서 시민운동을 하던 2005년 12월 9일 개설됐다. 가장 최근 게시물은 2010년 5월 31일에 올라온 것으로 이 후보는 2006년 5월 지방선거에 열린우리당 소속 성남시장 후보로 출마해 지방선거를 준비하며 이 블로그를 홍보 차원에서 활용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 이 후보는 선거를 전후해 하루에 5~6개씩 감성 글들을 올렸다.

이 후보는 블로그 프로필란에 “이름은 이재명이며, 닉네임은 무지개송어다. 성남에서 변호사를 하고 있다”고 적었다.

자신을 표현하는 키워드로는 “성실, 용기, 꿈”을 꼽았고 좋아하는 것으로는 “테니스, 야구, 축구”를 들었다. 싫어하는 것으론 “부정축재자”라고 했고, 앞으로 원하는 건 “사람들의 마음”이라고 했다.

자기소개란에는 “선택의 기로에서 변화하지 말아야 한다. 삶에 향기가 나는 사람이 되자”라고 적었다. 이 후보의 아이디는 ‘snhope’인데, 성남의 머릿글자인 SN과 ‘희망’을 뜻하는 영단어를 합한 것으로 보인다.

블로그는 15개의 카테고리로 분류돼 있었는데, 그중 ‘동영상 스토리’ 카테고리에 집중적으로 감성 글이 게재됐다. 주로 사랑·우정·인생을 주제로 한 글들이었다.



(사진=이 후보 블로그 캡처)
2006년 이 후보는 ‘사랑과 이별’이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사랑과 이별이 달리기 시합을 했대. 출발 신호가 땅 울리자 사랑이 막 달리기 시작했어. 도착 지점까지 다다랐는데도 이별은 가만히 있더래. 혼자서만 뛰던 사랑은 너무 지쳐서 달리는 걸 관두려 했는데 그제야 이별이 뛰더래. 그거 알아? 사랑이 힘들어질 때 이별이 찾아온다는 걸” 등의 글귀를 올렸다.

또 다른 게시글에는 “이렇게 참기 힘든 건지 몰랐어. 혼자서 가슴이 멍들도록 우는 건 처음 느끼지만 이렇게 힘든지 몰랐었어. 힘들고 괴로워. 내 주위에서 그녀의 향기가 풍겨온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쳐다보지도 못하겠어”라고 적었다.

이외에도 “삶이란 때론 이렇게 외롭구나” “맘대로 넘어오지마. 안 그럼 진짜 사랑해버린다” “눈물이 난다. 평생 흘리지 않기로 한 눈물 네가 버리고 간 내 사랑이 운다” “가족은 하늘이 맺어준 인연이라면, 친구는 내가 선택한 가족이다” “사랑은 답이 없습니다” “오지마. 사랑해버릴 것 같아” “아무 것도 안 하고 계속 이러고만 있어야지. 니가 와서 안아줄 때까지” “완벽한 남자보다 사랑 앞에서 약간 바보스러운 남자가 좋다“라는 글들이 게재됐다.

이 후보는 본인의 17세 시절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그는 성남시장에 당선된 후에 해당 블로그 운영을 멈췄다.

이를 본 누리꾼들은 ”딱 싸이월드 감성이다“ ”2006년이면 40대인데…“ ”내 손발이 다 오그라든다“ 라며 당황스러운 반응을 보이는 한편 ”금광이다 파도 파도 계속 나와“ ”귀여니 소설 읽는 줄 알았다“ ”퍼가요~♡“ ”멘트 하나하나 주옥같다“ ”저 때는 다 저러긴 했다. 저 당시 기준으로는 보편적인 감수성이다“ ”누가 갱년기를 물으면, 이 후보 블로그를 보여줘라“는 등 즐기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 후보 글들이 인기를 끌자 전날 오후 ‘이재명 블로그’가 트위터 실시간 트렌드에 오르기도 했다. 또 트위터 이용자들은 음성 대화 서비스 ‘스페이스’를 통해 ‘이재명 블로그 낭독회’까지 열었고, 이 후보 블로그 안부 게시판에는 “사랑을 배우러 왔어요” “성지순례 왔습니다”라는 글도 이어졌다.

한편 3일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와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는 전격 단일화를 선언했다. 안 후보는 이날 중앙선관위에 후보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이번 단일화로 윤석열 후보가 이재명 후보와의 초박빙 대선 구도에서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일각에서는 단일화가 예상보다 늦어진 데다 단일화에 대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면서 이 후보 지지층이 결집할 수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