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부재에 보류된 삼성電 `지주사` 전환..美나스닥 상장도 어려워

by양희동 기자
2017.03.24 16:13:51

권오현 부회장 "검토는 하겠지만 실행 어렵다"
사실상 지주회사 전환 검토 보류 시사 발언
분할 후 사업회사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도 희박
이재용 부회장 구속 상태로는 중요 결정 어려워

삼성전자 제48기 정기주주총회에서 이사회 의장인 권오현 부회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권오현 부회장이 24일 정기 주주총회를 통해 삼성전자(005930)의 지주회사 전환 검토 작업에 대해 사실상 ‘보류’ 의사를 내비쳤다. 이로 인해 삼성전자가 지주회사와의 분할을 통해 사업회사를 미국 나스닥에 상장하겠다던 중장기 비전도 더 이상 추진하기 어려워졌다. 권 부회장의 이번 지주회사 전환 검토 보류 시사는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 기소로 인한 ‘총수 부재’ 상황에서는 전환 작업에 필요한 자산 재배분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총수 부재가 삼성전자의 중요 의사 결정에 미치는 영향을 단적으로 방증하는 대목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오전 9시부터 서울 서초구 삼성 서초사옥 5층 다목적홀에서 ‘제 48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었다. 이사회 의장인 권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지주회사 전환 검토에 대해 언급하며 “법률·세제 등 다양한 측면에서 검토를 진행한 뒤 결과를 주주들에게 공유하겠다”면서도 “다만 검토 과정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부정적인 영향이 존재해 지금으로서는 실행이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권 부회장의 이같은 발언을 지주회사 검토 작업 보류로 받아들이고 있다.

애초 지난달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이재용 부회장을 뇌물공여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한 이후 삼성전자의 지주회사 전환 검토는 사실상 중단됐다는 분석이 많았다. 그러나 이상훈 삼성전자 사장(CFO·최고재무책임자)가 지난 14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의소에서 열린 국세청장 초청 간담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지주회사 전환은 주주와의 약속 사안으로 그룹 이슈와 관계없이 현재 검토하고 있으며 예정대로 발표할 것”이라고 답하면서 장기적으로 전환을 검토할 것이란 해석도 나오는 상태였다.

하지만 권 부회장이 이날 ‘부정적 영향의 존재’를 이유로 보류를 시사하는 발언을 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계에선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기소된 상태에서 지주회사 전환에 필수적인 자산 재배분이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주회사 전환은 지주회사와 사업회사를 분할하는 것이 핵심인데 삼성전자가 가지고 있는 현금을 비롯한 수 백조원의 모든 자산을 총수가 없는 상태에서 배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국내법에 따라 지주회사 전환을 하려면 관계사 보유주식 등도 매매 또는 매입해야하는데 이 역시 현재로선 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분석했다.

지주회사 전환 작업 보류로 이르면 3~4년 뒤 추진 될 것으로 예상됐던 삼성전자의 미국 증시 상장 가능성도 희박해졌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29일 ‘주주가치 제고 방안’에 대한 컨퍼런스콜(다자간 전화회의)에서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언급한바 있다.

당시 이명진 삼성전자 IR그룹장(전무)는 “미국 증시 상장은 지난 수년간 삼성이 지속적으로 검토해온 내용이며 마케팅 측면에서 긍정적일 수 있다”며 “장기적으론 미국 증시 상장에 따른 평가 가치 증대 여부가 불확실해 지주회사 전환 여부를 결정한 후 검토하겠다”고 답했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미국은 ‘해외부패방지법’이 적용되고 있는 곳인데 등기이사인 이재용 부회장이 구속 기소된 상황에서 지주회사 전환 이후 분할된 사업회사를 나스닥에 상장하는 방안을 고려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삼성전자가 총수 부재 상황에서는 회사의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어렵다는 사실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