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재편 첫 산 넘었다..법원, 한진칼 신주발행 승인(상보)

by이승현 기자
2020.12.01 15:35:57

3자연합 제기한 신주발행금지 가처부신청 기각
'사업상 중요한 자본제휴' '긴급한 자금조달' 필요성 인정
"3자연합 제안, 산은의 거래목적·동기 충족 어려워"
"한진칼 지배권 구도 변화 생기긴 하나 결정적 요인 아냐"

인천국제공항 계류장에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여객기가 계류되어 있다.(사진=뉴시스)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법원이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 펀드) 등 3자연합이 제기한 한진칼(180640)의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각했다. 이로써 산업은행과 한진그룹의 계획대로 한진칼의 신주발행을 통해 대한항공(003490)이 아시아나항공(020560)을 인수할 수 있게 됐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재판장 이승련)는 1일 “KCGI의 주장처럼 한진칼 현 경영진의 경영권이나 지배권 방어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신주를 발행한 것이라 보기 어렵다”며 “신주발행금지를 요구하는 3자연합 측 가처분 신청을 기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한진칼의 신주발행은 ‘사업상 중요한 자본제휴’와 ‘긴급한 자금조달’의 필요성이 있었다”고 판단했다. 우선 대한항공이 경쟁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할 경우 시장에서 유일한 국적 항공사로서 독점적 지위를 확보할 수 있고, 이로써 당면한 재정상 위기를 타개하고 규모의 경제를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보아 산업은행의 제안을 받아들인 것은 한진칼이 경영 판단의 재량 범위 내에서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사항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또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가 차질없이 종결될 경우, 한진칼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을 통합ㆍ관리하는 지주회사가 되고, 정책금융기관인 산업은행을 그 주요 주주로 확보함으로써 자체 재무능력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항공사 통합 및 운영에 필요한 자금을 보다 안정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게 된다고 했다. 산업은행 역시 아시아나항공 문제를 해결함과 동시에 한진칼의 경영에 참여해 그간 막대한 공적 자금을 투입해 온 항공사 간의 통합 과정을 효율적으로 감독할 수 있게 된다고 판결했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의 적자와 부실이 누적돼 그 존속이 불확실하게 될 경우, 아시아나항공 인수 차제가 무산될 위험이 있기 때문에 한진칼로서는 인수 대상회사인 아시아나항공의 심각한 부실화를 방지해 이 사건 거래를 유지하고 보전할 유인이 있다고 보인다”며 “따라서 한진칼이 대한항공을 통해 아시아나항공에 긴급하게 대여할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이 사건 신주발행을 추진한 것은 이 사건 거래 구조와 내용을 고려할 때 합리적인 경영 판단으로 수긍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재판부는 “3자연합은 무의결권 우선주 발행, 주주배정 방식의 신주발행, 사채인수, 보유자산 매각, 주주간 계약 체결 등의 방법으로 주주연합의 신주인수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도 이 사건 거래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조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위와 같은 방안들은 앞서 본 산업은행의 거래 목적과 동기를 충분히 충족시킬 수 있다고 보기 어려워 이 사건 거래를 온전히 이루어지게 하는 방법이 될지 의문이고, 재무적ㆍ경제적 측면에서도 한진칼 회사에 이익이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이어 “이 사건 신주발행이 진행될 경우 3자연합이 당초 예상했던 한진칼에 대한 지배권 구도에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하여 신주발행이 한진칼의 지배권 구도를 결정적으로 바꾼다고 볼 수는 없다”며 “산업은행을 한진칼 현 경영진의 우호 주주로 보아 지분율을 계산하더라도, 한진칼 현 경영진 측의 지분율이 과반수에 이르지는 않으므로 채권자 3자연합은 지분 매수나 소수주주와의 연대를 통해 얼마든지 경영권 변동을 도모해 볼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