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대장동 초기개발업자 "유동규, 이재명 취임 직후부터 관여"

by한광범 기자
2021.10.12 16:26:48

이강길, 2009~11년 대장동 민영 재개발 추진 주도
"배모 기자, 2009년 정영학이 소개…사업 돕겠다 해"
"정영학·정재창, 대장동 재개발 애초 용역으로 참여"
"대장동 수익, 1조 예상 못해…당시엔 최대 3200억"

[이데일리 한광범 기자]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2010년 이재명 성남시장(현 경기도지사) 취임 직후부터 대장동 재개발 사업에 관여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013년 성남도시개발공사 설립 이전부터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재개발사업에 관여했다는 이야기다.

지난달 24일 경기도 성남시청 인근 교차로에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과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상반된 내용의 현수막이 나란히 걸려 있다. (사진=연합뉴스)


대장동 재개발사업의 초창기 민간개발을 추진했던 이강길 전 씨세븐 대표는 최근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 시장 취임 이후 유 전 본부장이 사업에 관여했다”며 “이재명 성남시장을 대신해 주민들을 면담하고, 대장동 현장을 방문했다. 대장동 현장에 있던 많은 사람들이 이같은 상황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이씨는 2009년 6월 자신이 보유한 회사 씨세븐(현 다한울)을 통해 대장동 도시개발사업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와 민간개발을 위한 시행계약을 체결하고 2년여간 사업을 주도한 바 있다.

“유동규는 ‘낙하산’..성남시 도시국장 등 재개발 전문가 있어”

유 전 본부장의 능력에 대해선 “낙하산”이라고 평가절하했다. 그는 “성남시엔 당시에도 도시국장 등 재개발 전문가들이 있었다”며 “다만 유동규가 아파트 리모델링 조합장 등을 하며 이 시장과 인연이 돼 중요 직책을 맡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에 관여한 모 경제지 기자 2명의 사업 관여 배경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 매체 법조팀장을 지낸 김만배씨의 경우 화천대유 소유주이자 천화동인 1~3호를 본인과 가족 명의로 갖고 있으며, 김씨 뒤를 이어 법조팀장을 지낸 전직 기자 배모씨 역시 천화동인 7호 소유주다.

김씨의 경우 본인과 가족 명의로 2000억원 가까운 배당금을 받았고, 배씨는 121억원가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 사람 중 대장동 개발사업에 먼저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건 배기자였다는 것이 이씨의 설명이다. 이씨는 “정 회계사가 2009년께 마케팅 회사 대표였던 A씨를 사무실로 데리고 와서 인사를 시켰는데, 그때 배기자도 함께 왔다”고 말했다.

“배 기자, ‘김만배라는 대단한 사람 있다’ 언급”



당시 배기자는 보도전문채널 방송기자로 이씨에게 법조를 담당하는 부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안면을 튼 후엔 “저를 형이라고 부르면서 도움을 줄 수 있다고 했다”고 주장했다.

2009년 하반기는 대장동 개발 사업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성남시에 공영개발 제안을 하며 민간 개발업자들의 반발이 거센 시기였다. 재개발추진위원회와 민간 개발업자들은 공영개발을 막기 위해 성남시·LH를 상대로 한 전방위적 로비와 함께 주민들을 동원해 공영개발 반대 집회를 지속적으로 열기도 했다.

이씨는 “배기자가 법조계에 아는 사람이 많고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며 사업을 돕겠다고 했다. 시위도 도울 수 있다고 했다”며 “그 이후에 ‘김만배라는 대단한 분이 있다. 나중에 도움이 될 것이니 소개하겠다’고 했다”고 털어놨다.

대장동 개발 의혹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를 대장동 개발사업에 합류시킨 이씨는 다른 주요 인물들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이번 사건의 ‘스모킹건(결정적 증거)’이라는 평가를 받는 ‘정영학 녹취록’의 주인공인 정영학 회계사에 대해선 “2009년 사업 초기 회계 자문을 했다”며 “당시 일을 워낙 열심히 해줘서 감사함과 격려 차원에서 회사 지분을 조금 줬다”고 전했다.

“정영학, 자금흐름 문제 확인 후 살기위해 녹취한듯”

그는 정 회계사가 녹취록과 관련해선 “숫자에 밝은 사람이라 (화천대유 등의) 내부 자금 흐름에 문제가 있다고 보고 본인의 살길을 찾기 위해서 녹취를 하고 검찰에 제출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남 변호사와 정 회계사에게 150억원을 요구한 정재창씨에 대해선 “법무사 사무실을 운영했던 인물이다. (대출해준) 저축은행에서 등기업무를 맡기라고 해 대장동 사업에 합류했다”며 “당시엔 지분은 없고 용역비만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제가 사업에선 손을 뗀 후 정쟁창이 남욱, 정영학 등과 동업했지만 대장동 개발이 진전되지 않자 돈을 빨리 회전할 수 있다고 보고 위례신도시 개발로 옮겨간 것”이라며 “이제 와서 대장동 파이가 커지니까 과거 자기들끼리 한 약정을 지키라고 주장하는 상황”이라고 언급했다.

대장동에서 소위 ‘대박’을 꿈꿨던 이씨였지만 지금과 같은 막대한 ‘1조원 수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이씨는 “1조원 수익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당시 수익을 최대치로 예상했을 때가 3200억원 수준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마저도 대장동 인근의 판교 부동산 가격이 오르고, 대장동 부동산 가격을 판교 수준이라고 가정했을 때 나온 금액”이라며 “(당시 부동산 전망 하에선) 1조원 개발이익 예상은 나올 수 없는 구조였다”고 잘라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