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서 오래 살았지만 나는 한국인…다음엔 독주회 하고파"

by장병호 기자
2023.01.26 17:23:44

새 앨범 낸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
26일 '바버, 브루흐' 발매 기자간담회
영국 명문 RCO·지휘자 페트렌코와 녹음
"제 자신에 대한 표현 많이 담은 앨범"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외국에서 오래 살아서 한국에선 저를 외국인으로 보는 분도 계신 것 같아요. 저는 맵고 뜨거운 음식을 먹으면 ‘시원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한국 사람입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가 26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연 새 앨범 ‘바버, 브루흐’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마스트미디어)
26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만난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29)는 “어릴 땐 못 느꼈지만 점점 커가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느끼게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에스더 유는 이날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낸 세 번째 앨범 ‘바버, 브루흐’의 발매를 기념해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해외 무대를 누비는 바이올리니스트가 되기까지의 성장 과정, 앞으로의 활동 계획 등을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에스더 유는 한국보다 해외에서 더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다. 미국에서 한국인 부모님 밑에서 태어나 그곳에서 유년 시절을 보냈고, 이후 벨기에, 독일, 영국 등에서 음악적 기반을 다져왔다. 바이올린과 처음 만난 것은 미국에서 지내던 4세 때. 미국 뉴욕 스즈키 스쿨을 다니면서다.

“바이올린이 너무 하고 싶었어요. 스즈키 스쿨은 부모님이 학생과 함께 음악을 배우는 곳이었는데, 저희 부모님은 맞벌이하느라 바쁘셨죠. 그럼에도 학교에서 예외적으로 저에게 바이올린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줬습니다. 덕분에 제 레슨이 끝난 뒤에도 다른 학생들의 레슨을 보며 음악을 더 사랑하게 됐어요.”



5세 때 부모님과 함께 벨기에로 건너간 뒤에도 바이올린을 꾸준히 연습했다. 다른 연주자들처럼 10대 때는 콩쿠르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 특히 세계 무대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2010년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최연소 입상을 하면서다. 2년 뒤엔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역대 최연소 입상 기록을 세웠다. 같은 해 세계적인 지휘자 고(故) 로린 마젤이 에스더 유를 영국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의 한국·중국 콘서트 협연자로 낙점해 한국 무대를 가졌다. 또 다른 명 지휘자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에게도 발탁돼 남미 5개국 공연과 함께 도이치 그라모폰 앨범 발매 기회도 얻었다.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가 26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연 새 앨범 ‘바버, 브루흐’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바이올린을 연주하고 있다. (사진=마스트미디어)
26일 발매한 새 앨범 ‘바버, 브루흐’는 영국을 대표하는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RPO)와 상임 음악감독인 지휘자 바실리 페트렌코가 함께 녹음했다. 에스더 유가 발표하는 6년 만의 앨범이자 로열 필하모닉과 지휘자 페트렌코가 함께 참여한 첫 스튜디오 녹음 앨범이기도 하다. 에스더 유는 2018년부터 로열 필하모닉의 상주음악가를 역임하며 음악적 관계를 쌓아왔다.

에스더 유는 이번 앨범을 “저 자신에 대한 표현을 많이 담은 앨범”이라고 소개했다. 선곡부터 그렇다. 수록곡인 막스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 1번, 사무엘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두 작곡가가 28~29세 시절에 작곡한 곡이다. 에스더 유는 “제 나이와 잘 어울리는 작품으로 곡의 분위기는 다르지만 감정 표현에선 비슷한 점도 있어 선곡했다”며 “코로나19 이후 힐링이 필요한 만큼 사람들이 편하게 들을 수 있는 곡을 녹음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에스더 유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한국에 오래 머물며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점을 더욱 깊이 있게 느꼈다고 했다. 오는 29일엔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 신년음악회에서 브루흐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이후엔 태국, 독일, 콜롬비아, 영국,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 전 세계 무대에서 협연 및 리사이틀(독주회)을 가질 예정이다. 에스더 유는 “한국에선 그동안 오케스트라 협연을 많이 했는데, 언젠가는 리사이틀도 해보고 싶다”며 기대를 전했다.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가 26일 서울 강남구 오드포트에서 연 새 앨범 ‘바버, 브루흐’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기자들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마스트미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