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th W페스타]日서 히트친 ‘82년생 김지영’…“편견은 발굴해야”

by김경은 기자
2020.10.20 17:18:06

제9회 이데일리 W페스타 ‘편견을 깨면 영웅이 보인다’ 세션
영국 일본 대표 등 한자리 ‘작은 비정상회담’ 개최

제9회 이데일리 W페스타가 20일 오전 서울 중구 남대문로 밀레니엄 힐튼 서울 그랜드볼룸에서 열렸다. 임현주(왼쪽부터) MBC 아나운서, 폴카버 서울시 외국인 다문화담당관 외국인주민사업팀장, 발라카 니야지 한국 P&G 대표, 방송인 오오기 히토시, 방송인 파나사 토트한이 ‘편견을 깨면 영웅이 보인다’를 주제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 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82년생 김지영’의 일본어 번역판이 출간되면서 일본에서도 큰 반향을 일으켰다. 마음이 아팠고 반성도 하게 됐다. 일본사회는 아주 가부장적이다. 일본인들은 부인하지만 미디어를 통해 드러나는 일본사회의 무의식적 편견이 불편할 때가 많다.”(방송인 오오기 히토시씨)

여성의 고정적 성(性)역할을 다루면서 한국사회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던 책이 국경을 넘어 일본사회에서도 비슷한 반응을 이끌어냈다는 말이다. 인종과 성별 등 타고난 정체성 탓에 편견의 벽에 가로막히는 일은 안타깝게도 보편적이다. 우리 사회도 다양성이 강조되면서 불편해지는 편견들이 하나둘씩 표면화하고 있다. 이런 편견에 맞서는 각 나라의 ‘소영웅’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20일 이데일리가 서울 중구 소월로 밀레니엄 힐튼 서울에서 개최한 ‘제9회 이데일리 W페스타’의 세번째 세션 ‘ TO GET HERO, 편견을 깨면 영웅이 보인다’에서다.

“성평등은 올바른 행동이라 추구하는 것”

여성 아나운서에 대한 고정관념을 무너트린 임현주 MBC 아나운서를 모더레이터로 폴 카버 서울시 외국인 다문화담당관 외국인주민사업팀장과 방송인 파나사 토트한, 오오기 히토시 그리고 발라카 니야지 한국P&G 대표가 제9회 이데일리 W페스타에서 ‘작은 비정상회담’을 열었다.

일본인으로 한국 방송가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는 오오기 히토시는 일본의 꽃을 든 시위, 이른바 ‘플라워 데모’를 하는 일본 여성들을 일본을 대표하는 영웅으로 꼽았다. 성범죄 판결의 항의로 출발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지원과 보호 등 불합리한 법제도를 바꾸기 위해 실질적 행동에 나선 운동이다.

오오기 히토시는 “편견은 일상적으로 누구나 가지고 있다”며 “그런 편견들을 하나씩 발견해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항의를 하신 분들의 이름을 말씀 드리고 싶다. 운동을 주도하신 분의 이름은 기타하라 미키코씨다”라며 “일본은 시위가 많지 않아서 더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성 평등 수준에서 149개 나라 중 110위다.

다국적 기업 전문경영인(CEO)으로 성평등 조직문화 구축에 앞장서고 있는 발라카 대표는 “성평등은 말이 좋아서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올바른 행동이기 때문에 추구하는 것”이라며 “다양성과 포용성은 주변적인 것이 아닌 비즈니스에도 중요한 전략이 돼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 출신 여성으로 2018년 한국P&G 대표로 선임됐다.



발라카 대표는 진정한 양성평등을 달성하려는 조직의 노력을 보려면 역설적으로 ‘남성정책’을 보라고 강조했다. 그는 “남성이 변화해야 진정한 변화 이끌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모든 사회에서 제대로 된 개선을 하려면 남녀가 함께 동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우리’ 강조하는 한국…외국인 포용 개선

우리 사회에서 생활터전을 꾸린 이들이 느끼는 인종차별은 어느 정도일까. 집단주의가 강하지만 다른 문화권에 대한 포용의 정도가 점점 개선하고 있는 것이 느껴진다고 입을 모았다.

영국에서 온 폴 카버 팀장은 한국인들의 외국인에 대한 편견을 느꼈던 경험에 대해 “모든 한국 사람들과 모든 의견에 대해 동조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했으면 좋겠다”며 “‘그렇게 싫으면 너희 나라로 돌아가라’라는 댓글이 마음 아팠다”고 말했다.

오오기 히토시도 비슷한 경험을 털어놨다. 오오기는 “한국은 ‘우리’라는 말을 많이 하는데 그 우리에서 배제되는 것이 마음이 아팠다”면서 집단주의가 강한 한국 사회의 독특한 문화를 언급했다.

이들은 소통과 수용을 통해 편견을 극복했다고 했다. 파나사 토트한 태국 출신 방송인은 “10년 전 한국 지하철에서 태국어로 이야기하고 통화하니까 어른들이 쳐다봐서 ‘내가 뭘 잘못했나’ 생각이 든 적이 있다”면서 “요즘은 지하철에서 대화도 하고 재미있다. 소통하게 되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발라카 대표는 “‘외국인이니까 잘 몰라서 그렇구나’라고 수용심을 가지고 받아 들여줘서 언제든지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든지 고정관념과 편견이 있는 만큼 다른 문화권을 배우면서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