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락가락’ 정제마진에 세금부담까지… 불안한 정유업계

by김정유 기자
2020.07.13 15:52:56

정제마진 매주 마이너스·플러스 ‘갈지자’ 행보
코로나19 재유행 우려에 해외 항공유 수요 제한
상반기 유예됐던 세금부담까지 겹쳐 ‘골머리’

[이데일리 김정유 기자] 최근 ‘갈지자’ 행보를 보이고 있는 정제마진에 정유업계의 불안감이 가시지 않고 있다. 13주간 마이너스(-) 행진을 기록했던 정제마진이 6월 중순 반등하며 기대감을 모았지만 ‘코로나19’ 재유행 우려로 마진 개선에 제동이 걸린 모습이다. 더불어 올 상반기 정부가 유예해줬던 각종 세금까지 납부해야 하는 상황이어서 정유사들의 한숨이 나날이 커지고 있는 형국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7월2주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은 배럴당 0.1달러를 기록했다. 배럴당 -0.5달러를 기록했던 전주와 비교하면 비교적 긍정적인 신호로 풀이되지만 업계의 우려감은 여전하다. 정제마진 흐름이 오락가락 행보를 보이고 있어서다. 실제 3월3주부터 6월2주까지 13주간 마이너스를 이어갔던 정제마진은 6월3주(배럴당 0.1달러)부터 반등했지만 불과 2주 만에 플러스 행진을 마쳤고, 이후 7월부터 다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런 상황에서 다시 정제마진이 플러스로 반등한 것이어서 업계로서도 향후 흐름을 예단키 힘든 상황이다.



이 같은 정제마진 흐름은 최근 확산되고 있는 코로나19 재유행 우려감이 영향을 끼쳤다. 최근 미국내 대부분의 주에서 수송원료 수요가 늘며 휘발유 마진이 강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유사들의 수익에 큰 영향을 미치는 항공유(등유) 마진이 하락하면서 정제마진 개선 폭을 제한했다는 분석이다. 내수 항공유 수요는 지난 5월부터 반등하고 있는 상황이지만 해외 수요의 경우엔 아직 개선이 더딘 편이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재유행 우려감이 커지면서 락다운(Lockdown) 조치 등이 예상되면서 항공유 수요 발목을 잡는 모습”이라면서도 “다만 휘발유, 경유 등 수송용 원료로 쓰이는 제품들의 경우 낮은 수준이지만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정유사들의 정제마진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수준이다. 정제마진이 플러스로 돌아온다 하더라도 현재 수준에 불과하다면 정유사들은 여전히 적자를 면치 못한다. 1분기 최악의 적자를 기록했던 정유사들은 올 2분기 역시 손실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적과 맞물려 세금 문제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4월 정유사들의 실적 악화를 고려해 일부 세금을 유예해준 바 있다. 현재 정유사 사정은 나아지지 않은 상황이지만 당장 이달 말 유예됐던 세금을 한꺼번에 물어야 한다. 교통·에너지·환경세(4월분 기준 1조4000억원), 석유수입부과금(400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정유업계는 3분기에 다소 기대를 걸고 있는 모습이다. 국제유가가 최근 상당 수준으로 회복한데다, 중국을 중심으로 한 수요 반등, 글로벌 석유 공급 감소 등으로 3분기 실적은 개선될 것이란 전망에서다. 하지만 코로나19는 여전한 변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가 재유행할 경우 3분기 이후 시장 전망은 의미가 없어진다”며 “중국 티팟(중소 정제공장) 가동률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일부 부정적인 영향이 있는데 결국 이 모든 것을 상쇄할 수 있는 건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돼 석유제품 소비가 늘어나는 것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