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파 성향 CNN, '트럼프 생방송' 릭트 CEO 결국 경질

by김정남 기자
2023.06.07 23:57:25

CNN, 트럼프 생방송에 궁지 몰린 릭트 CEO 교체

[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크리스 릭트 CNN 최고경영자(CEO)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타운홀 행사를 주도하면서 궁지에 몰린 끝에 결국 퇴진했다.

CNN 모회사인 워너브라더스 디스커버리의 데이비드 재슬러브 CEO는 7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릭트 CEO의 교체 사실을 직원들에게 통보하면서 “CNN을 이끄는 일은 쉽지 않은 일이고, 특히 엄청난 혼란과 변화의 시기에는 더 그렇다”며 “릭트 CEO는 이 일에 심혈을 기울였으나, 불행하게도 우리가 바라는대로 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사실상 문책성 경질이다.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위치한 CNN 본사.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제공)




릭트 CEO가 물러난 것은 지난달 10일 공화당 내 유력 대권 주자인 트럼프 전 대통령의 타운홀 행사를 생방송을 한 게 결정적인 계기다. 이는 300만명 이상 보면서 시청률은 성과를 냈으나, 트럼프 전 대통령이 생방송으로 거짓말을 할 수 있게 했다는 이유로 비판 받았다. CNN은 미국 내 대표적인 좌파 성향 방송사로 꼽힌다. 릭트 CEO는 지난해 4월 워너브라더스와 디스커버리가 합병한 뒤 CEO로 임명됐다. 1년 남짓 만에 불명예 퇴진한 셈이다.

그가 물러난 것은 미국 잡지인 ‘디 애틀랜틱’에 실린 1만5000단어 분량의 인물 기사 역시 영향을 미쳤다고 CNBC 등은 전했다. 릭트 CEO는 이 기사를 통해 제프 주커 전 사장 재임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CNN의 보도를 강력 비판했다. 전임 주커 전 사장은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맹비난하면서 CNN의 성향을 중립에서 좌파 쪽으로 변모 시킨 인사로 평가 받는다.

CNN은 당분간 4명의 임원이 공동 운영한다. 재슬러브 CEO는 “우리는 신중하고 철저하게 새로운 리더를 찾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