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택시에서 벗어나려는 카카오모빌리티…자율주행으로 간다

by노재웅 기자
2022.02.10 15:52:40

카카오모빌리티 첫 기술 컨퍼런스 ‘NEMO 2022’ 개최
택시 호출 아닌 자율주행·UAM 안내하는 카카오T
"사람 아닌 기계 위한 이동 데이터 제공에 집중"
올해 기계용 지도 제작과 파트너 협력 핵심 과제
단계적 생태계 조성으로 자율주행·UAM 시장 선도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CEO가 10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기술 콘퍼런스 ‘넥스트 모빌리티: 네모(NEMO) 2022’ 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이데일리 노재웅 기자] “제주도에 가기 위해서 공항으로 가는 시간이 더 걸렸던 경험이 다들 있으시죠. 자율주행 기술과 도심항공교통(UAM)이 실현되면 이러한 시간을 획기적으로 단축해줄 것입니다.”

류긍선 카카오모빌리티 최고경영자(CEO)가 10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기술 콘퍼런스 ‘넥스트 모빌리티: 네모(NEMO) 2022’ 무대에서 한 말이다. 이어 보여준 영상에서는 이용자가 카카오T를 열고 신도림역에서부터 코엑스까지 길 안내를 검색하자 자율주행차와 UAM 승하차장을 연동한 안내를 받아 이동하는 모습이 나왔다. 택시나 지하철보다 더 빠른 길 안내 경로로 자율주행차와 UAM을 선택한 것이다.

카카오T 자율주행-UAM 길안내 화면. 카카오모빌리티 제공
2015년 카카오T 택시 출시 이후 지난 7년간 택시 호출 시장을 주도하며 사업을 키워온 카카오모빌리티가 회사 창립 이후 처음으로 개최한 기술 콘퍼런스에서 선보인 건 얼마나 더 정확하게 길 안내를 해주고, 택시 배차 시스템을 어떻게 더 정교하게 만들 것인지가 아니었다.

대신 자율주행과 UAM을 화두로 던졌다. 류 대표는 이 두 가지를 카카오모빌리티의 다음 목표, 즉 ‘이동의 다음(Next Mobility)’으로 설정하고 새로운 이동 산업으로의 확장을 위해 시동을 걸겠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택시 배차 공룡 플랫폼 아닌 자율주행 기술 기업으로

유승일 카카오모빌리티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이날 기조연설에서 “김기사를 운영하던 기술 스타트업 록앤올을 인수해 김기사는 ‘카카오내비’로 새로 태어났고, 카카오T 택시 배차 시스템에 특화된 여러 기능을 개발했다”면서 “이렇게 구축된 기술 인프라는 다른 이동 서비스로 확장돼 대리운전·시외버스·기차를 넘어 바이크·렌터카 등 개인형 모빌리티, 나아가 물류의 이동까지 활용되기 시작했다”고 그간 해온 모빌리티 사업을 설명했다.

비약적인 기술 발전과 사업 확장의 뒤에는 잡음도 뒤따랐다. 카카오모빌리티는 90%가 넘는 택시 호출 시장 점유율을 차지하며 덩치가 커진 사이, 수수료 갑질과 가맹택시 불공정 배차 등의 논란에 시달려야만 했다. 작년 9월에는 카카오T 안에 꽃 배달 서비스를 넣겠다고 했다가 골목상권 침해 논란으로 철수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율주행과 UAM은 카카오모빌리티의 현재의 수익 모델과 다른 기술인 동시에, 사용자와 이익집단 사이에 벌어지는 다양한 갈등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기술이다. 사람의 이동을 포함해 물류나 배달 모두 자율주행으로 연결할 수 있다면, 기존 택시업계나 배달 중개 업계와의 갈등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UAM 가장 빨리 도입될 국가”

유 CTO는 모든 이동의 디지털 전환을 위해 올해 △경로 안내 등 자사 인프라를 다양한 서비스형(SaaS) 제품으로 파트너사들에 제공하는 동시에 △사람이 아닌 기계(AI)를 위한 지도 제작에 착수하는 것을 핵심 도전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이 모든 과정은 카카오모빌리티 단독이 아닌 다양한 파트너사들과 함께 진행한다. 이날 콘퍼런스에도 미국 자율주행 업계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크리스 엄슨 오로라 CEO와 UAM 기체 제조사 볼로콥터의 플로리안 로이터 CEO, 박일평 LG사이언스파크 대표, 이재일 우아한형제들(배달의민족) 개발자, 이준희 GS리테일 물류팀장 등이 연사로 참여해 카카오모빌리티와 함께 할 미래 모빌리티 기술과 비전을 공유했다.

크리스 엄슨 오로라 CEO는 “자율주행 기술의 확산을 위해서는 파트너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플로리안 로이터 볼로콥터 CEO는 “카카오모빌리티와 한국형 UAM 상용화 공동연구에 착수했다. 한국은 UAM이 가장 빠르게 도입될 국가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데일리 방인권 기자] 10일 서울 코엑스 그랜드볼룸에서 개최한 기술 콘퍼런스 ‘넥스트 모빌리티: 네모(NEMO) 2022’에서 모델들이 차량형 MMS가 장착된 차량을 소개하고 있다.
로봇형 MMS 아르고스가 코엑스 전시장을 이동하며 측위 센서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있는 모습.


콘퍼런스 전시장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미래에 보여줄 기술을 담은 실물도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LG와 함께 준비한 미래 자율주행차 콘셉트 모델 ‘LG 옴니팟’을 최초 공개했고, 카카오모빌리티가 자체 기술로 완성한 자율주행차도 전시했다.

측위 센서로 고정밀(HD) 지도를 구현해 가상세계에 디지털 트윈(복제 공간)을 구축할 수 있는 로봇형 모바일 매핑 시스템(MMS) ‘아르고스’도 전시장 복도를 누볐다. 아르고스가 주로 주차장, 건물 내부 등 실내 측위에 쓰인다면, 차량 지붕에 달 수 있는 차량형 MMS는 도로 측위를 할 수 있다.

유승일 CTO는 “지금까지 사람에게 이동을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데 집중했다면, 앞으로는 우리의 이동을 기계와 도로, 건물 속 AI가 이해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며 “이러한 데이터는 모두 외부 파트너에게도 제공해 모빌리티 너머의 세상을 함께 만들겠다”고 힘줘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