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의 회장 4년, 재계 리더로 우뚝 선 '박용만'

by윤종성 기자
2017.08.21 16:50:49

두산그룹 회장은 조카에게 넘기고 대한상의 전념
달라진 대한상의 위상..'소통의 달인' 박용만의 힘

[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조화를 도모하고, 균형잡힌 의견을 표명해야 한다”(손경식 CJ 회장)

“앞으로 많은 조언을 해달라”(박용만 상의 회장)

지난 2013년 8월 12일 서울 남대문로에 있는 CJ그룹 본사. 박용만 회장은 서울상의 회장에 선출되자마자 손 회장을 찾았다. 손 회장은 박 회장에게 “상공회의소 회장은 아주 중요한 자리”라며 “앞으로 상공업계를 위해 열심히 해달라”고 격려했다.

박 회장은 이날 손 회장의 당부를 가슴깊이 새겼다. 그리고 9일 뒤인 2013년 8월21일. 박 회장은 서울상의 회장이 겸직하는 대한상의 회장에 오르면서 취임일성으로 “회원사와 정부, 국민간의 메신저 역할에 충실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그가 한 약속은 정권이 바뀌고, 회장 임기를 6개월 가량 남긴 지금까지 한 번도 깨지지 않았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박 회장의 ‘대한상의 호(號)’가 21일로 출범 4년을 맞았다. 손 전 회장의 잔여 임기를 수행한 뒤, 2015년 3월 25일 만장일치로 제22대 회장에 추대 선출돼 회장직을 수행한 지 벌써 4년이다. 지난해 3월 조카인 박정원 회장에게 두산그룹 회장직을 승계하고, 대한상의에 진력을 쏟고있는 박 회장은 대한상의의 위상을 상당히 격상시켰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제는 대한상의가 명실공히 경제계를 대표하는 경제단체이자, 정부의 ‘정책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처럼 대정부 파트너로서 상의가 부각되는 것은 ‘소통의 달인’으로 불리는 박 회장의 역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 회장이 단순히 재계의 목소리만 대변하는 이익단체가 아니라, 설립 취지에 맞게 국가 전체를 위하는 단체로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기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특히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로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재계 대표성을 상실하고,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이 일자리 문제로 청와대와 각을 세운 뒤 입지가 위축되면서 박 회장과 대한상의의 역할은 상대적으로 더 부각되고 있다.

실제로 박 회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첫 미국 순방 일정에 동참한 방미 경제인단을 꾸리고, 문 대통령과 대기업 대표의 첫 청와대 회동을 주선하는 역할도 맡으며 ‘소통 창구’를 자처했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 등을 잇따라 초청해 기업인들을 상대로 한 강연을 주선한 것도 박 회장이다.

문 대통령도 박 회장이 계속 정부와 경제계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재계 관계자는 “박 회장이 사실상 재계 리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요즘 박 회장이 강조하는 것은 사회·경제적 편중과 대립 구도의 완화다. 그는 최근 기자들과 만나 “재벌 대 반재벌, 사용자 대 노동자, 진보 대 보수 등 사회 전체가 대립하는 구도가 되면서 모든 대화가 결국 파행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면서 “편중 문제를 빨리 해결하고 경제가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빈곤, 양극화, 근로시간, 일자리 불안 등과 같은 한국 사회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경제계가 힘을 보태야 한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