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 남기고 채용률 7.8%…청년도 외면하는 공공 디지털 일자리

by최정훈 기자
2021.08.19 15:52:36

올해 청년 디지털 일자리 채용률 55%…공공분야는 7.8%
작년 채용 부진성과 부진에도 추경 편성서 1700개 급조
"SNS 관리에 고용조건 열악, 디지털 일자리 질부터 높여야"

[이데일리 최정훈 기자] 올해도 이제 넉 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주도하는 공공분야의 청년 디지털 일자리사업 채용률이 7.8%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민간분야의 청년 디지털 일자리가 55% 수준을 보인 것과 대조적이다. 청년 일자리 수를 늘리기 위해 청년들도 외면하는 일자리를 급조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고용센터 기업지원과에 접수처가 설치돼있다.(사진=연합뉴스)


19일 고용노동부가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올해 청년 디지털 일자리 채용 인원은 6만869명으로 목표 인원인 12만명의 55.3% 수준이다. 청년 디지털 일자리사업은 중소·중견기업에서 IT 활용 가능한 직무에 미취업 청년을 채용할 경우 최대 6개월간 인건비 지원하는 사업이다. 청년 1인당 인건비 월 최대 180만원과 간접노무비 10만원도 지원한다.

이 사업의 운영체계는 크게 두 가지다. 사업 운영체계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민간위탁기관이 참여 기업을 발굴·지원하는 민간분야(일반분야)와 중앙부처에서 수행기관으로 별도 추천한 기관이 해당 산업에 특화해서 지원하는 공공분야(특화분야)다.

올 한 해를 절반 가량 지난 시점에서 채용률 55.3%은 준수한 것처럼 보이지만, 민간분야와 공공분야의 온도 차는 극명하게 갈린다. 민간분야는 10만8300명 중 6만736명(56.1%)가 채용된 반면 공공분야는 1700명 중 133명(7.8%)에 그쳤다. 공공분야는 한 해의 절반이 지나는 동안 목표 인원의 10분의 1도 채용하지 못했다는 뜻이다. 목표 인원의 나머지 1만명은 이달 말 사업을 진행할 예정으로 전부 민간분야만 선발한다. 당초 청년 디지털 일자리사업에는 4676억원이 편성됐지만, 1차 추경 때 5611억원이 추가됐다. 거기다 2차 추경에서도 924억원이 늘어나 올해 총예산은 1조1211억원에 달한다.



문제는 공공분야의 디지털 일자리를 정작 청년들이 외면하고 있는 건 비단 올해 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실제 지난해에도 청년 디지털 일자리사업 결과에 따르면 민간분야는 목표 인원 4만1898명 대비 채용 인원이 89.3%(3만7395명)에 달했지만, 공공분야는 1만8102명 중 77.4%(1만4019명)에 그쳤다.

특히 해양수산부의 양식수산물디지털 생산지원사업은 채용률이 10%에 불과했다. 수산양식업체가 대부분 수도권에서 먼데다 참여기업이 영세해 단기 채용을 선호하면서 청년들이 외면한 것. 환경부와 농식품부의 청년 디지털 일자리사업도 지방이나 오지에 있거나 기업이 영세해 채용단계에서 청년이 포기하는 사례가 다수였다.

고용부도 공공분야의 청년 디지털 일자리사업 성과가 부진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올해엔 민간분야만 선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1차 추경으로 청년 일자리 정책이 대거로 마련되면서 공공분야도 1700개의 일자리가 추가됐다. 일자리 수를 늘리려 청년들도 외면하는 일자리를 급조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지원하는 디지털 일자리가 단순하게 소셜미디어(SNS)를 관리하는 등 질적으로 떨어지는 상황에서 고용 조건마저도 열악하다 보니 청년들이 공공분야 일자리를 외면하는 건 당연한 결과”라며 “디지털 일자리사업은 민간에 집중하면서 청년에게도 실제로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일자리의 질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에 대해 고용부 관계자는 “추경사업으로 추진하면서 여성 취약계층 지원이나 그린뉴딜 지원 등으로 필요성을 인정받은 공공분야 디지털 일자리만 포함됐다”며 “4월 말에 사업이 시행돼 채용이 부진한 측면이 있지만, 연말까지 목표 인원을 달성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자료=김웅 국민의힘 의원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