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초연 부족함 채운 '웰메이드 대형 창작뮤지컬'

by장병호 기자
2020.01.23 16:59:01

EMK뮤지컬컴퍼니 '웃는 남자'
넘버 구성 등 변화 가미해 재공연
계급 갈등 주제 초연보다 명확해져
환상적인 엔딩 등 볼거리 여전해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부자들의 낙원은 가난한 자들의 지옥으로 세워진 것이다.”

지난 9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개막한 뮤지컬 ‘웃는 남자’의 주제는 극 중 대사이기도 한 이 문장에 잘 담겨 있다. 빅토르 위고의 동명 소설을 무대로 옮긴 이 작품은 17세기 영국을 무대로 빈부격차가 극심한 계급 갈등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 중심에는 주인공 그윈플렌이 있다. ‘웃는 남자’는 어린 시절 인신매매단 콤프라치코스에 의해 입이 찢어진 기이한 모습을 한 그윈플렌이 유랑극단과 함께 가난한 삶을 살던 중 뜻하지 않은 일로 귀족 사회에 들어오면서 겪는 갈등을 그린다. 가난한 자는 계속 가난하고, 부자는 그런 현실을 외면하는 모습은 지금 사회와도 닮아 있다.

뮤지컬 ‘웃는 남자’의 한 장면(사진=EMK뮤지컬컴퍼니).


2018년 초연 당시에는 이러한 메시지가 잘 다가오지는 않았다. 175억 원이라는 어마어마한 제작비가 보여준 화려한 무대가 시선을 사로잡았지만 극의 전개는 다소 매끄럽지 못한 느낌이었다. 약 1년 반 만에 재공연으로 다시 오른 ‘웃는 남자’에서 가장 달라진 점은 이러한 메시지가 초연 때보다 명확해졌다는 사실이다.

이유는 넘버 구성의 변화에 있다. 귀족들의 첫 등장을 알리는 1막 ‘가든 파티’ 장면에서는 2막에 등장하는 넘버 ‘우린 상위 일프로’를 차용한다. 화려하고 우아한 귀족의 모습을 다소 우스꽝스럽게 표현해 눈길을 끈다. 2막에만 등장하던 메인 넘버 ‘웃는 남자’는 이번 재공연에선 1막 중 주인공 그윈플렌이 극중극으로 톰짐잭과 펼치는 싸움 장면에도 흘러나온다. 수미상관식으로 주제를 강조한 부분이라 할 수 있다.



초연 때 호평을 받았던 무대 위의 볼거리는 여전하다. 특히 프롤로그의 선박 난파 장면에서는 초연 때는 없었던 배 모양의 세트가 등장시켜 더욱 실감나는 무대를 꾸민다. “환상적”이라는 말이 절로 나오는 엔딩은 다시 봐도 여전히 감탄스럽다.

뮤지컬 ‘웃는 남자’의 한 장면(사진=EMK뮤지컬컴퍼니).


재공연에서도 연출을 맡은 로버트 요한슨 연출은 “초연을 기반으로 몇 가지 부분에 변화를 줘 이번 공연은 초연보다 10분 정도 짧아졌다”다고 설명했다. 그는 “프롤로그는 더욱 날카롭고 탄력이 생겨 강화됐고, 부자들을 소개하는 가든파티 장면도 색다르게 바뀌었다”며 “변화한 장면과 수정한 부분에 만족하고 지금 공연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웃는 남자’는 이번 재공연에서 초연의 아쉬웠던 부분을 보완하고 완성도를 갖춰 ‘웰메이드 대형 창작뮤지컬’에 더욱 가까워졌다. “영화 ‘기생충’이 전 세계 이목을 끈 것처럼 한국의 뮤지컬도 이와 같이 전 세계적인 관심을 받기를 소망한다”는 요한슨 연출의 말은 괜한 자신감이 아닌 진심철럼 들린다.

이번 공연에선 초연의 흥행을 이끌었던 수호·박강현과 함께 이석훈·규현이 그윈플렌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데아 역에 이수빈·강혜인, 조시아나 여공작 역에 신영숙·김소향, 우르수스 역에 민영기·양준모 등이 캐스팅됐다. 공연은 오는 3월 1일까지.

뮤지컬 ‘웃는 남자’의 한 장면(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웃는 남자’의 한 장면(사진=EMK뮤지컬컴퍼니).
뮤지컬 ‘웃는 남자’의 한 장면(사진=EMK뮤지컬컴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