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 외압 공익 신고자’ 장준희 증언으로 본 이규원 수사 중단 과정은

by이성웅 기자
2021.10.21 17:17:52

20일 이성윤 '수사 외압' 혐의 첫 공판 열려
'공익 제보자' 장준희 검사 출석해 증언
"출금 정보 유출 수사 중 이규원 혐의 포착"
"대검과 지휘부 보고하자 지휘부 태도 바꿔 중단 지시"

[이데일리 이성웅 기자] ‘김학의 불법 출국 금지’ 의혹 사건 중 수사 중단 외압 혐의로 기소된 이성윤 서울고검장의 재판이 시작된 가운데, 검찰은 당분간 재판에서 검찰 내 외압이 어떻게 내려왔는지를 부각시킨 뒤 청와대와 법무부에서 지시가 내려간 과정까지 증인과 증거를 통해 제시할 전망이다. 특히 이번 의혹 사건을 공익 제보한 현직 검사는 대검찰청에서 일선 지청 수사팀으로 수사 중단 외압이 가해지고 담당 검사가 교체됐다는 내용의 증언을 하면서 향후 재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성윤 서울고검장이 지난 20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1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지난 2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선일)는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기소된 이 고검장의 첫 공판을 열었다.

이 고검장은 수원지검 안양지청에서 최초로 이규원 대전지검 부부장검사의 불법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를 시작하자 이를 멈추도록 외압을 행사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지난 2019년 4월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은 출국을 시도하던 중 긴급 출국 금지 조치에 막혔다. 김 전 차관에 대한 출금을 요청한 이가 당시 대검 과거사진상조사단에 파견됐던 이 검사다.

이후 안양지청 형사3부 수사팀은 김 전 차관 출국 금지 정보 누설 관련 수사를 배당 받았다. 법무부 직원 등을 상대로 조사하던 중 수사팀은 이 검사가 출금을 요청하는 과정에서 불법을 저질렀다는 정황을 포착했다. 가짜 내사 번호와 이미 무혐의 처분을 받은 사건 번호를 이용해 출금을 신청했다는 내용이다.

수사팀은 같은 해 6월 이 검사의 비위 혐의를 대검 반부패·강력부와 당시 이현철 안양지청장, 배용원 차장검사 등에게 보고했다. 당시 대검에서 반부패·강력부장을 맡고 있던 인물이 이 고검장이다.

이 고검장의 첫 공판엔 김학의 불법 출금 관련 의혹 전반을 공익 제보한 장준희 당시 안양지청 형사3부장이 증인으로 출석해 당시 상황을 증언했다.



장 부장검사는 “(대검 보고 후) 대검으로부터 조사가 적절치 않았고 조사 과정에서 검사가 폭언과 강압 수사를 했다는 등의 항의를 받았다”며 “그에 대해 경위서를 작성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장 부장검사는 이어 “안양지청장이 수사 의뢰된 혐의만 수사하라고 지시했는데 긴급 출금 위법 여부에 대해서 조사했다고 언성을 높였냐”는 검찰 측 질문에 “대검 연락을 받고 그렇게 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답했다.

수사팀이 대검에 보고를 올리자 수사에 별다른 의견이 없던 지청장이 태도를 바꿔 추가 수사를 막았다는 얘기다.

장 부장검사는 수사팀이 지휘부에 강하게 반발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도 부연했다. 그는 “수사 중단 지시 이후 담당 주임 검사가 재배당됐다”며 “당시 평검사들이 지청장과 차장검사에게 강한 반발 의사를 여러 차례 전달했지만 재배당 조치했다”고 말했다.

특히 장 부장검사는 “명확한 증거와 여러 진술이 있음에도 수사를 못하게 하는 행위는 당시 검사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위법한 지시였다”며 “법상 주어진 검사의 수사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해 수사팀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재배당 전 주임 검사였던 윤모 검사 역시 다음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할 전망이다.

장 부장검사의 증언과 별도로 이 고검장의 공소장엔 당시 수사 중단 외압에 청와대가 개입한 정황도 포함돼 있다.

공소장에 따르면 당시 이 검사는 안양지청 모 수사관으로부터 자신의 수사 사실을 입수한 뒤 이를 사법연수원 동기인 이광철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에게 알렸다. 검찰은 이 전 비서관이 이를 조국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보고하고 이를 다시 윤대진 당시 법무부 검찰국장에게 전달하는 방식으로 외압이 행사된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