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서 화장발 안 먹히네`…흔들리는 화장품株

by최정희 기자
2019.07.17 16:28:00

아모레퍼시픽·애경산업 올 들어 25% 안팎 급락
4년만에 對中 수출 1위, 일본에 뺏겨
중국 화장품 수요 `중저가`보다 `고급 브랜드`로 옮겨가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중국에서 ‘K-뷰티’, 우리나라 화장품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아모레퍼시픽(090430) 등 화장품주(株)의 주가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4년 만에 대중(對中) 화장품 수출 1위 국가 자리를 일본에 내주면서 입지가 흔들리는 모양새다. 그나마 LG생활건강(051900)은 중국인들의 고급 브랜드 선호에 수혜를 보고 있는 종목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화장품주 중에서도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단 분석이 나온다.

17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 아모레G(002790)는 연초 이후 주가가 각각 23.8%, 20.2% 급락했다. 애경산업은 25.2% 하락했고 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인 한국콜마(161890)는 19.4%의 하락세를 보였다. 코스메카코리아(241710)는 44.2%나 급락했다. 화장품주의 주가가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 것은 중국에서 우리나라 화장품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6월 화장품 수출액은 3억9000만달러로 전년동월보다 12.5%나 감소했다. 화장품 수출액에서 홍콩,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61.8%에 달하는데 지난 달 홍콩과 중국 수출이 각각 33.2%, 6.7% 감소했다. 이런 영향인지 금융정보분석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애경산업, 아모레퍼시픽의 2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 달 전보다 12.6%, 6.2% 감소했다.

중국인들이 경기 둔화에 화장품에 대한 소비를 줄인 것일까. 아니다. SK증권에 따르면 중국 내 화장품 판매 증가율(전년동월비)은 6월 22.5%를 기록했다. 중국 화장품 시장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으나 우리나라 수출 주요 품목이었던 중저가 브랜드 화장품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수요가 줄었다. 중국인들의 화장품 수요가 글로벌 고급 브랜드 등으로 옮겨간 영향이다. 3년간 유지됐던 중국 화장품 수출 1위 국가란 타이틀도 올해(1~5월 누적, 23.9%) 일본(24.1%)에 밀렸다.



ktb투자증권은 화장품 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비중 확대(Overweight)’에서 ‘중립(Neutral)’으로 하향 조정했다. 배송이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K-뷰티’에 대한 프리미엄이 사라졌다”며 “중국 수요 지표의 의미 있는 회복을 확인하기 전까진 투자의견 상향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방한 중국인 관광객은 5월 50만명을 돌파했고 2분기 면세점 판매도 16.9%나 증가했다. 면세점 내 화장품 판매 성장세도 양호한 편이나 우리나라 화장품은 브랜드별 차별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우리나라 화장품 수요가 약화되면 방한 관광객이 유지될 수 있을지도 의문이란 지적도 나온다.

그나마 한방 화장품 ‘후’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구축한 LG생활건강은 양호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실제 LG생활건강은 주가가 연초 이후 47.5%나 급등했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입증된 고급 브랜드만이 중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고 화장품 시장 고성장에 대한 수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업체들 중에선 LG생활건강의 ‘후’가 가장 유리하다”고 말했다. SK증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Euromonitor)에 따르면 향후 5년간 중국 화장품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은 8.3%로 전망되는데 프리미엄 화장품은 같은 기간 그 두 배인 15.8%로 예상된다.

아모레퍼시픽의 경우 설화수라는 고급 브랜드가 있지만 성장 속도가 ‘후’보다 못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 외 마몽드, 라네즈, IOPE 등 중저가 브랜드의 수요 약세로 판매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전 연구원은 “화장품 주가가 바닥권이긴 하나 마냥 낙관하기에는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며 “독보적인 고급 브랜드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LG생활건강이나 내수 비중이 대부분인 네오팜(092730)을 제외하곤 대부분 중국 수요가 좋지 않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