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파갈등에 힘받는 쇄신론…민주당, 97그룹 세대교체론 부상

by이상원 기자
2022.06.14 18:05:47

선거 3연패 속 새로운 리더십 필요성 제기
재선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전재수 물망
친명 "세대교체 명분으로 이재명 막기 위한 것"
`처럼회` 해체 요구…암묵적 비명계 담합 의혹도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오는 8월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둔 더불어민주당에 `룰` 개정·지도 체제 변화 주장 속에 `세대 교체론` 바람까지 불고 있다. `친문`(친문재인)·`친명(친이재명)을 떠나 `97 그룹`(90년대 학번·70년대생)주자를 당의 간판으로 내세워 쇄신과 혁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 시켜야 한다는 차원에서다. 다만, 친명 측에서는 이런 움직임을 이재명 의원 출마 반대를 위한 사전 포석 차원으로 경계하고 있어 또 다른 뇌관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 지난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내 의원실로 첫 등원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


`세대 교체론`이 부상하는 배경에는 전국 단위 선거에서의 잇단 패배와 당내 계파 갈등이 깔려 있다. 근본적인 쇄신을 위해서는 `86 그룹`을 포함한 중진 중심의 리더십을 탈피해 새로운 가치를 실현할 `젊은 대표`가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문·친명 간 갈등을 잠재우면서 자연스럽게 계파 해체 수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기대감도 반영돼 있다.

`97 그룹`의 대표 주자로는 강병원·강훈식·박용진·박주민·전재수(가나다 순) 의원이 거론된다. 강병원 의원은 14일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 라디오 인터뷰에서 “역사적 사명이 맡겨진 다면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며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시사했다. 20대 국회 당시 `미스터 쓴소리`로 알려진 김해영 전 의원도 거론된다. 다만, 경험이 부족한 초선이자 원외 인사란 점이 한계로 꼽힌다.



지난 9일 간담회를 개최한 재선 의원들은 15일 `대선·지선 평가 토론회`를 통해 `세대 교체론` 담론을 확장하고 구체화 한다는 방침이다. 지난 간담회에서 출마를 위한 집단 토론 요청이 있었던 만큼, 선거 패배 분석과 함께 자연스럽게 향후 지도부 구성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한 재선 의원은 “토론을 수 차례 거치면서 앞으로 전당대회에 출마할 사람의 윤곽이 뚜렷해지지 않겠냐”며 “계파처럼 한 사람을 지지하거나 그런 형태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재선 의원은 “`새로운 얼굴`이 필요하다는 요구는 사실 재선에 국한된 목소리가 아니다”면서 “지금 이 시기에 교체하지 못하면 다음은 또 언제가 될는지 기약할 수 없다. 지금이 적기”라고 강조했다.

단순한 `간판 교체`로는 실질적 혁신을 이루지 못한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한 초선 의원은 “`97 그룹`이라고 해서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보장은 사실 없다”며 “맹목적 세대 교체 바람에 편승한다면 더 큰 역풍을 맞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친명 측에선 `세대 교체론` 자체가 이 의원의 당권 도전을 막기 위한 전략으로 보고 있다. 세대 교체를 명분 삼아 비(非)명계 간의 암묵적 담합이 이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친명계 한 의원은 “세대 교체가 필요하지 않다는 게 아니라 이 의원의 출마를 막기 위해 압박하는 차원으로 보인다”며 “이 의원이 (전당대회에) 나오지 않더라도 책임론이 계속 제기될 텐데 이 위기에서 당을 구할 대표적 인물 또한 이 의원 말고는 없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당내 강성 의원 모임인 `처럼회` 해산 요구가 빗발치는 것 역시 `이재명계` 해체 요구로 받아들이고 있다. 친명계로 꼽히는 중진 우원식 의원은 이날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라디오 인터뷰에서 “결국 `나도 없앨 테니까 너도 없애라`라고 하는 남 탓 용, 면피용”이라고 불만을 드러냈다. 처럼회 소속 황운하 의원도 “사적인 이해관계, 정치적인 이해관계를 초월하겠다는 소명을 가진 분들이 모였다. 보스가 있는 계파 모임이 아니다”라며 해체 가능성이 없음을 시사했다.

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4월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후보자의 자료제출 미비에 항의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사진=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