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공직자, 기본으로 돌아가야” ‘법검갈등’ 우회 비판

by김영환 기자
2020.11.30 16:20:15

文대통령, 30일 수석·보좌관회의 주재
추미애-윤석열 갈등 최고조.."소속 부처 이익 아닌 국민에 봉사"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이 극에 달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은 30일 “공직자들이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12월 한 달을 남겨놓고 있는 2020년을 맞아 공직자의 기본적 자세를 강조한 발언이지만 이날 추 장관의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효력 집행정지 재판이 열린 날이어서 검찰에 대한 주의가 아니냐는 해석이 뒤따른다.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청와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본관에서 수석·보좌관 회의를 주재하고 “‘대한민국의 위대한 2020년’으로 역사에 기록될 수 있도록 남은 한 달, 유종의 미를 거두기를 바란다”라며 “위기를 대하는 공직자들의 마음가짐부터 더욱 가다듬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모든 공직자는 오직 국민에게 봉사하며 더 나은 나라를 만들어 나가는 소명을 다해야 할 것”이라며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받드는 선공후사의 자세로 위기를 넘어, 격변의 시대를 개척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발언은 윤 총장에 대한 추 장관의 징계 조치에 집단으로 반발하고 나선 검찰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직접적으로 추 장관과 윤 총장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소속 부처나 집단의 이익’이라는 대목에서 법무부와 검찰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24일 추 장관이 검찰총장 직무배제라는 초유의 조치를 취한 이후 국민의힘 등 야권에선 문 대통령의 입장을 거듭 촉구했다. 침묵을 지켜오던 문 대통령이 에둘러 간접적인 답변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문 대통령은 “과거의 관행이나 문화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급변하는 세계적 조류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라며 “진통이 따르고 어려움을 겪더라도, 개혁과 혁신으로 낡은 것과 과감히 결별하고 변화하려는 의지를 가질 때 새로운 미래가 열릴 것”이라고 했다. 겉으로는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우리의 자세를 주문한 내용이지만 ‘개혁’, ‘혁신’ 등의 단어 선별로 정부의 개혁 작업을 짚어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문 대통령은 “정부가 굳은 의지를 갖고 추진하는 한국판 뉴딜, 탄소중립 2050, 권력기관 개혁, 규제 개혁 등은 위기의 시대 대한민국의 생존을 넘어 새로운 미래로 도약하려는 변화와 혁신의 노력”이라며 “혼란스럽게 보이지만 대한민국이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고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는 자신감을 국민들이 가져달라”고 강조했다. 검찰 개혁에 무게를 싣는 발언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