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정유株…내년 3월까진 어두운 터널

by박태진 기자
2018.12.26 17:50:04

WTI 두 달새 44%↓..美증시 폭락 여파 겹쳐
내년 3월 IMO 규제 효과 등 정제마진 기대
실적회복 통해 주가 상승할 듯

10월 2일 대비 이달 26일 등락율.(자료=마켓포인트)
[이데일리 박태진 기자] 정유주(株)가 맥을 못 추고 있다. 국제유가의 급락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미국 연방정부의 셧다운(부분폐쇄) 여파까지 작용하면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특히 서부텍사스산원유(WTI)가 24일(현지시간) 전 거래일보다 6.7% 하락한 배럴당 42.5달러까지 내려앉으며 지난해 6월 이후 최저치를 기록한 직격탄을 맞았다.

전문가들은 공급차질의 우려가 사라지고 수요 둔화에 대한 걱정이 커진 만큼 당장 유가가 반등할 가능성은 낮다고 내다봤다. 다만 석유수출기구(OPEC)의 감산효과, 국제해사기구(IMO) 황산화물 배출 규제 영향이 나타날 내년 3월 이후부터는 정유업체의 실적이 개선되고 주가도 이 시기를 전후로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26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096770)은 전일대비 0.55% 오른 18만2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S-Oil은 전일대비 1.47% 오른 10만3500원에 거래를 끝냈다. 반면 GS(078930)는 1.73% 하락한 5만1100원으로 마감했다.

SK이노베이션과 S-Oil은 상승세를 보였지만 이들 주가는 두 달 새 적게는 10%에서 많게는 26% 가까이 빠졌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 10월 2일 연중(52주) 최고점(22만7000원) 대비 19.82% 급락했다. GS와 S-Oil은 같은 기간 9.72%, 25.54% 각각 하락했다.

유가 급락의 영향이 컸다. WTI는 지난 10월 3일 배럴당 76.41달러로 올해 고점을 찍은 후 지금까지 44.34% 폭락했다.

이로 인해 정유 3사의 4분기 영업이익도 전년동기대비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신한금융투자는 SK이노베이션의 4분기 영업이익이 1609억원으로 전년대비 81% 감소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또 S-Oil은 419억원, GS는 3753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각각 88.7%, 30.1%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증권업계는 정유주의 주가 반등 시기로 내년 2분기 내외를 꼽고 있다. IMO 황산화물 배출 규제가 2020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는 데 선주(조선사)들 입장에서는 규제 도입 반년 전부터 저유황유를 쓰기 시작해야하기 때문이다. IMO 규제 강화에 따라서 정제마진 개선을 통해 주가도 반등하는 시점이 이때라는 말이다. 정제마진이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가격과 수송비 등 각종 비용을 뺀 마진을 일컫는다.

이도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IMO 규제 도입은 원유 수요를 황 함유량이 높은 두바이유에서 WTI로 이동시킬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황 함유량이 낮은 WTI의 수요가 상대적으로 증가하며 두바이유 대비 가격 역전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내년 2분기는 IMO 규제를 통해 WTI가 배럴당 60달러를 재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며 “또 4~5월에는 이란 이슈가 재부각되며 국내 정유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대이란 제재는 180일마다 재검토되는데 11월에는 유가 급등 우려 때문에 제재 수위가 약했지만 1차 검토시기(내년 4월말~5월초)에는 주저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유가 반등과 맞물려 미국과 중국 업체들의 정기보수가 실시되는 것도 국내 정유 업체에겐 호재라는 분석이다.

원민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이 내년 3월부터, 중국은 4월부터 정기보수에 많이 들어가면서 정제마진 좋아져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주가는 그 이전부터 움직이기 때문에 내년 초부터는 반등세로 돌아설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