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S 화재 5건 중 4건은 배터리 결함 탓…삼성·LG "근거 불충분"

by김형욱 기자
2020.02.06 15:00:25

ESS 화재사고 조사단 화재사고 원인 조사결과 발표

지난해 1월 울산시 남구 대성산업가스 에너지저장장치(ESS)에서 불이 나 건물 밖으로 화염이 치솟는 가운데 소방대원들이 진화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제공
[이데일리 김형욱 기자] 민·관 합동 조사단이 최근 잇따랐던 에너지저장장치(ESS) 화재 5건 중 4건은 배터리 이상 때문이라고 결론지었다. 발화 원인이 다양할 수 있다고 했던 지난해 6월 조사 결과 때와 달리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한 것이다.

LG화학(051910)·삼성SDI(006400) 등 배터리 업계는 즉각 반박했다. 배터리가 발화지점일 순 있지만 화재가 배터리의 결함 때문이라고 단정지을 만한 근거는 불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만 반면 배터리 업계에서는 ESS를 늘리려면 결국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는 판단아래 정부와 손잡고 함께 안전대책을 수립하기로 했다.

ESS 화재사고 조사단(공동단장 김재철 숭실대 교수·문이연 한국전기안전공사 이사)은 6일 지난해 8월 이후 발생한 5건의 ESS 화재사고 원인 조사를 한 결과 △충남 예산 △강원 평창 △경북 군위 △경남 김해 4곳의 화재 원인을 배터리 이상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나머지 1곳(△경남 하동)은 노출된 가압 충전부 외부 이물이 접촉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LG화학과 삼성SDI가 배터리 이상으로 추정된 네 곳 중 각각 2곳의 배터리를 공급했다. 경남 하동 ESS의 배터리는 LG화학이 공급했다.

조사단은 한 곳 예외를 빼면 배터리 이상을 ESS 화재의 직접적인 원인으로 지목했다. 지난해 6월 1차 조사단이 화재 원인으로 배터리 셀 자체 결함보다는 배터리 보호체계 미흡 등 간접적인 책임을 물었던 비교해 책임 소재를 좀 더 명확히 한 것이다. 이번 조사단은 지난해 10월 학계와 연구기관, 국회, 소방청 등 각계각층 전문가 20명으로 구성돼 3개월여 동안 조사를 이어왔다. 조사단은 특히 화재 현장 배터리에서 배터리가 발화 지점이라는 점, 또 수거한 배터리에서 내부발화 때 나타나는 용융 흔적이 나오고 일부에선 배터리 보호기능이 작동하지 않았던 점을 근거로 배터리를 화재 원인으로 지목했다.



조사단은 화재가 발생한 네 곳의 ESS 충전률이 95% 이상 높은 수준으로 운영된데다 배터리 이상 현상까지 결합해 화재가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번 조사를 토대로 신규 설비에 대한 충전률을 옥내 80%, 옥외 90%로 제한하기로 했다. 또 모든 ESS 설비에 블랙박스를 설치해 운영 데이터를 별도 보관하도록 했다.

LG화학과 삼성SDI는 화재 원인을 배터리 문제로 보기에는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입장이다. ESS 내에서 배터리는 발화 지점일 수밖에 없지만 이를 근거로 화재 원인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다는 것이다. 배터리 외 다른 부분에서 화재가 나도 배터리로 불이 옮겨 붙으면 용융 흔적이 생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자체적으로 시행한 가혹한 환경에서의 실증 실험에서도 화재가 발생하지 않은 것을 입증 근거로 제시했다.

장우석 현대경제연구원 신성장연구실장은 “조사위가 배터리를 ‘불량’이라고 하지 않고 ‘이상’이라고 한 것은 배터리에 모든 책임을 지우기보다는 배터리 품질이 더 좋고 훌륭더라면 불이 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제언한 것”이라며 “이번 조사를 비싼 수업료 삼아 배터리와 ESS 신뢰성을 높여 나간다면 이번 일을 전화위복 삼아 안정적인 성장을 꾀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