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반도체 초격차' 고삐 당긴다

by신민준 기자
2021.05.12 17:10:17

삼성, 세계 최대 팹 평택P2 상반기 시동 가동…하반기 본격 가동
올해 설비투자 최대 38조원 전망…패키지 기술 경쟁력도 강화
SK, 설비투자 10조원 예상…"내년 설비투자 일부 하반기 앞당겨 실행"

[이데일리 신민준 기자]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반도체 투자에 고삐를 당기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에 따른 반도체 수요 증가와 공급 부족 등으로 인한 슈퍼사이클(장기 호황)을 대비하는 동시에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에서 주도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는 정부가 13일 발표하는 K-반도체 벨트 전략에 부응,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재편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조만간 국내외 투자계획을 발표하거나 예정돼 있던 투자를 앞당겨 집행하는 등 대규모 투자를 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평택2캠퍼스(P2, 왼쪽)와 SK하이닉스 이천 M16 생산공장(오른쪽). (사진=각 사)
삼성, 기초공사 중 P3 2023년 양산 전망

12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올해 상반기 중 세계 최대 반도체 생산 공장인 경기도 평택 2캠퍼스(P2)의 낸드 플래시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생산 라인 시동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P2는 극자외선(EUV) D램과 6세대 V낸드플래시, 5나노급 EUV기반 초미세 파운드리 제품 양산하는 복합 생산 공장(팹·Fab)이다.

삼성전자는 작년 8월부터 상층부 D램 생산라인을 가동하고 있다. 낸드와 파운드리는 올해 상반기 중 시동 가동을 거친 뒤 하반기에 본격 가동할 방침이다. P2는 연면적 12만8900㎡(약 3만9060평) 규모로 축구장 16개 크기에 달한다. P2는 투자 비용이 30조원 이상으로 직접 고용 인력과 협력사 등을 인력 포함하면 약 3만명 이상의 고용 창출이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작년 9월부터 평택 3캠퍼스(P3) 기초 터 닦기 등의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내년 장비 반입을 거치면 2023년에 양산을 시작할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P3에는 최대 50조원의 투자가 이뤄질 예정이다. 연면적 70만㎡(약 21만평)로 P2의 6배 규모다. P3는 10나노 초반급 EUV D램과 176단 이상 7세대 V낸드를 양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상황에 따라 P3에 파운드리 라인도 갖출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올해 삼성전자의 설비투자 규모를 최대 38조원 수준으로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작년 반도체 설비투자 규모는 32조9000억원이었다.

삼성전자는 후공정인 패키지 기술 경쟁력도 강화하고 있다. 파운드리가 초미세공정을 넘어 패키징서비스 경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최근 로직 반도체 한 개와 4개의 고대역폭 메모리(HBM) 반도체를 하나의 패키지로 구현한 독자적 2.5차원(2.5D) 패키지 기술 아이큐브(I-Cube)4를 개발했다.

삼성전자는 해외 설비투자도 추진 중이다. 삼성전자는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 중이다. 삼성전자는 170억달러(약 19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증설할 계획이다. 텍사스주 오스틴과 뉴욕주 버팔로, 애리조나주 피닉스 등이 증설 후보지로 거론되고 있다.



SK, 파운드리 사업 확대도 검토

SK하이닉스(000660)도 내년도 설비투자 일부를 올해 하반기로 앞당겨 집행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는 올해에 예년과 비슷한 약 10조원의 설비투자가 예상됐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컨퍼런스콜에서 “업계 전반의 공급부족으로 내년 투자분의 일부를 올해 하반기에 당겨 집행할 것”이라며 “연초 계획보다 시설투자 규모가 다소 증가하지만 생산량 증가는 내년에 발생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반도체 장비 투자에 적극적이다. SK하이닉스는 네덜란드 ASML의 EUV스캐너 기계장치 구입을 위해 2025년 12월까지 4조7549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현재로선 1개의 반도체 생산 공정에 EUV 장비를 투입하고 추후 확대할 계획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월 준공한 경기도 이천 M16생산 공장에서 EUV 장비를 활용해 올해 하반기부터 4세대 10나노급(1a) D램 제품을 생산할 예정이다. M16은 총 투자액 3조5000억원으로 축구장 8개에 해당하는 5만7000㎡(약 1만 7000여 평)의 건축면적을 보유하고 있다. 인텔 낸드사업부를 인수한 SK하이닉스는 낸드플래시 사업의 경쟁력도 한층 업그레이드한다. SK하이닉스는 연내 176단 제품 양산을 시작할 방침이다.

SK하이닉스는 파운드리 사업 확대를 위한 다양한 방안도 검토 중이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자회사 SK하이닉스시스템아이씨(IC)를 통해 8인치 파운드리 사업을 하고 있다. SK하이닉스IC는 충북 청주에 있는 파운드리 설비를 중국 우시 공장으로 이전 설치 중이다. 내년 초 우시로 완전 이전 후 중국 시장을 주로 공략할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는 등 반도체시장이 호황을 보이고 있다”며 “수요와 공급 측면을 살펴봤을 때 당분간 반도체시장의 호황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관련 기업들도 투자 계획 일부를 앞당기는 등 시장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 발 빠른 대응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내일(13일)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한 이른바 K-반도체 벨트 전략을 발표한다. 세제 지원 확대와 인력 양성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인 지원책이 담길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