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굶어 죽겠는데 문 닫으라고만"…또다시 벼랑 끝 유흥업주들

by공지유 기자
2020.11.24 15:27:26

24일 0시부터 유흥시설 5종 집합금지
유흥업주들 "집 팔아도 생계 어렵다" 호소
방역 형평성 지적도…"영업 대책 마련하라"

[이데일리 공지유 기자] “이대로 가다가 굶어 죽게 생겼는데 무턱대고 문을 닫으라고만 하니…최소한 살 방법이라도 마련해줘야 하지 않습니까.”

사회적 거리두기가 2단계로 격상하며 집합금지 명령이 내려진 유흥시설 업주들이 또 다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장기간 영업을 못하다가 문을 연 지 한 달 남짓 된 시점에서 또 문을 닫게 되자 생계에 위기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이들은 유흥시설만 집합금지 조치를 내리는 것이 형평성에 어긋난다며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23일 오후 서울 구로구 한 콜라텍에 영업을 중단한다는 안내가 붙어 있다. 수도권 콜라텍들은 사회적 거리두기 1.5단계 이후 자발적 휴업을 결정했지만 2단계로 격상하며 다음달 7일까지 강제로 영업을 중단해야 한다. (사진=공지유 기자)
“40년 동안 지금이 최대고비…빚 못갚아 폐업·도주도”

방역당국이 24일 0시부터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하며 △음식점은 오후 9시까지 정상영업, 그 이후로 포장·배달만 허용 △카페는 포장·배달만 허용 △노래연습장은 오후 9시 이후 운영 중단 △유흥시설 5종(유흥주점·단란주점·감성주점·콜라텍·헌팅포차)은 집합금지 조치가 내려졌다.

유흥시설에 해당하는 단란주점·유흥주점·콜라텍 등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장기간 집합금지로 많은 이들이 폐업 등 생활고에 시달리고 있다고 토로했다.

안양에서 40년째 라이브카페를 운영하는 60대 김충진씨는 “지난 2월부터 가게 문을 열었다가 닫았다가 벌써 세 번째 영업을 못하는데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며 “지난달 1단계가 돼서 한 달 정도 영업했는데 매출도 회복이 전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씨는 지난 8월 안양에서 술집을 운영하다 생활고로 극단선택을 한 자매 사건을 보며 남일이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고 덤덤하게 말했다. 그는 “임대료, 관리비는 한 달에도 수백만원씩 나가는데 생계를 유지할 방법이 없다”며 “그들 외에도 상당한 우울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콜라텍을 운영하는 업주들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콜라텍의 경우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으로 약 8개월간 가게 문을 열지 못했다.

서울 영등포구에서 콜라텍을 운영하는 고재철(60)씨는 “정년퇴직한 뒤 모은 돈 전부를 투자해 가게를 열었는데 지금은 상황이 너무 어려워 집까지 팔았다”며 “이 상태로 한두 달 더 가면 정말 버틸 수 없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오호석 한유흥음식업중앙회 비상대책위원장은 “유흥시설들이 집합금지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방역조치에 협조하며 무던히 애를 썼는데 이번에 또 문을 닫게 됐다”며 “현재 빚을 내더라도 먹고 살 수 없을 정도로 생활고에 허덕이는 업소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왜 유흥업소만 문 닫나…규제 형평성 안 맞아”

이들은 일반음식점과 카페, 노래연습장은 제한적인 영업이 가능한데 유흥업소만 전부 문을 닫으라고 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입장을 보였다. 영세 유흥업소의 경우 사람이 많이 모이지 않는데 일괄적으로 모든 가게를 닫으라고 하는 건 영세사업자들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키는 일이라는 것이다.

유흥업주 김씨는 “문을 닫으라고 할 거면 전체 업종이 형평성 있게 닫아서 이동을 제한하고 방역을 할 것이지 왜 우리만 집합금지인지 이해가 안 간다”며 “손님들 대부분이 카페나 식당에서 식사를 하고 유흥업소를 온다. 1차로 오는 사람들이 거의 없는데 식당에서 손님을 받는다면 코로나19가 종식될 지 의문”이라고 꼬집었다.

콜라텍 업주 고씨도 “체육시설로 분류된 무도회장들은 버젓이 영업을 하는데 콜라텍이라는 이유로 못하게 하고 나라에서 보상해주는 것도 없으니 악에 받치는 것”이라며 “영업을 규제하더라도 문이라도 열어줬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람이 살아나갈 게 아니냐”고 성토했다.

강명구 전국콜라텍연합회장은 “물론 나라가 먼저니 협조해야겠지만 아무 대책도 없이 문을 닫으라고 하면 우린 먹고살 게 없어 다 굶어 죽는다”라며 “단계별로 인원을 줄여서라도 영업을 할 수 있게 해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