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협상 테이블' LG-SK, 바이든 결정 후에도 장기전 예고

by경계영 기자
2021.04.08 16:44:12

대통령 거부권 행사 앞두고 양측 로비전
이후에도 특허 침해 소송 2건 남아있어
양측 협상보다 소송전 끝까지 갈 가능성

[이데일리 경계영 기자]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배터리(이차전지) 영업비밀 침해 최종 결정이 나왔는데도 협상 타결 근처에도 가지 못하고 있다. 패소한 SK이노베이션으로선 11일(현지시간)까지 남아있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는 데다 배터리 특허 침해 소송에선 SK이노베이션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어 양측 소송전은 끝까지 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배터리 소송전, 영업비밀·특허 두고 다퉈

미국 ITC에서 2019년 4월 이후 진행된 LG에너지솔루션과 SK이노베이션 간 배터리 소송은 총 3건이다. 시작점에 있는 영업비밀 침해 소송은 지난 2월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일체에 대한 10년 미국 내 수입 금지 명령’을 받으며 패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오는 11일(현지시간)까지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ITC의 결정이 확정된다.

나머지 2건은 특허 침해 관련한 내용이다. SK이노베이션이 먼저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은 오는 7월30일 예비 결정이 나올 예정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의 경우 ITC는 예비 결정에서 SK이노베이션의 손을 들어줬고 8월2일 최종 결정 내릴 계획이다.



SK이노, 거부권 행사에 총력…이후엔 특허 소송까지

우선 SK이노베이션은 바이든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환경보호국(EPA) 국장과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에서 에너지 및 기후변화 정책실 디렉터 등을 역임한 캐롤 브라우너(Carol Browner) 변호사와 오바마 행정부에서 법무부 차관을 지낸 샐리 예이츠(Sally Yates) 변호사를 자문위원으로 영입하는 등 로비전에 돌입했다.



ITC 상위기관인 무역대표부(USTR) 설득에도 나섰다. SK이노베이션 측 변호사는 지난달 말 USTR 대표 등을 만나 이번 소송 결과에 대해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는 실증에 기반하지 않았고, LG에너지솔루션은 보호할 수 있는 영업비밀이 없다”고 주장했다.

다만 행사 가능성을 단언할 순 없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IT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 판결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전례는 ITC가 세워진 1910년 이후 단 한 건도 없었다. 거부권 행사는 미국이 그간 강조한 지식재산권 보호를 스스로 뒤집는 셈이라는 평가다. ITC의 삼성전자-애플 관련 결정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긴 했지만 이는 특허 침해 관련된 내용이었다.

LG엔솔, 연방지방법원서 배상금 판결 대기

만일 바이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SK이노베이션이 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은 크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달 초 권영수 LG그룹 부회장과 장동현 SK㈜ 사장이 양측 대표로 만났지만 합의금에 대한 입장 차만 확인했고 그 이후 협상이 진전되진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ITC의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 대한 최종 결정 이후 궁지에 몰렸던 SK이노베이션은 특허 침해 소송 2건 가운데 1건의 예비 결정에서 승소하며 반격의 불씨를 되살렸다. ITC가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특허 침해 소송에서 LG에너지솔루션의 제재(취소) 요청까지 기각하자 “사실상 SK의 승리”라고 자평하기도 했다.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의 패소를 특허 침해 소송에서 만회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와 달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에서 승기를 잡은 LG에너지솔루션은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기한이 지난 후 ITC와 함께 영업비밀 침해 소송을 제기한 델라웨어 연방법원에서의 소송에 주력할 방침이다. ITC가 영업비밀 침해 여부를 판결했다면 연방법원은 손해배상 규모를 결정한다. 업계 관계자는 “ITC에서의 소송 3건과 이와 연관된 연방법원 소송 등에서 판결이 모두 나와야 소송전도 막을 내릴 것”이라고 봤다.

[그래픽=이데일리 이미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