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희 "택배기사 사망 책임 통감"…CJ대한통운, 작업강도 낮춘다

by함지현 기자
2020.10.22 15:42:41

"재발 방지 대책 전력…택배기사 건강·안전 경영 최우선"
분류지원인력 4000명 투입 등 종합대책 발표
유가족과 위로금 지급 위한 협의도 진행 중

[이데일리 이영훈 기자] 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22일 오후 서울 중구 태평로빌딩에서 택배 노동자 사망 사건과 관련해 사과문 발표에 앞서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데일리 함지현 기자]박근희 CJ대한통운 대표이사가 최근 이어진 택배기사 과로사 문제에 대해 사과했다. 그러면서 작업 강도를 낮추기 위한 택배기사·택배 종사자 보호 종합대책도 함께 내놨다.

박 대표는 22일 서울 중구 태평로 빌딩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연이은 택배기사의 사망에 대해 회사를 맡고 있는 대표이사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 드린 점에 대해서도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머리를 숙였다.

그는 “몇 마디 말로 책임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코로나로 물량이 늘어나는 과정에서 현장 상황을 세밀하게 챙기지 못했던 부분은 없었는지 되묻고 살펴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택배기사·택배 종사자 보호 종합대책은 대표이사인 제가 책임지고 확실히 이행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택배기사 및 택배 종사자들의 건강과 안전을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삼고 현장 혁신·관련 기술 개발을 지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택배 물량이 몰리면서 올해 사망한 택배 기사는 총 9명에 달한다. 이 중 CJ대한통운 택배기사는 5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가장 최근에는 지난 20일 CJ대한통운 곤지함허브터미널 간선차 운전노동자 A씨가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다 휴게실에서 갑자기 쓰러져 사망한 것으로 전해졌다. 회사 측은 이번 사안에 대해서는 우선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다만 이외에 유가족들과는 위로금 지급을 위한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CJ대한통운은 박 대표의 사과와 더불어 택배기사들의 작업 시간과 강도를 대폭 낮추기 위한 종합 대책을 발표했다.



우선 인수업무를 돕는 분류지원인력 4000명을 내달부터 단계적으로 투입한다. 현재 택배기사와 대리점이 공동으로 고용한 인원이 약 1000명 수준이다. 여기에 3000명을 더한 총 4000명을 회사 측에서 투입해 택배기사들의 작업 시간을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들어가는 비용은 약 5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 추가 인력 고용 형태 등 구체적인 내용은 집배점과 협의해 결정할 방침이다.

‘시간 선택 근무제도’도 도입한다. 지원인력 투입으로 분류작업을 하지 않게 된 택배기사들이 오전 업무 개시 시간을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는 제도다. 지역 상황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아침 7시부터 12시 사이 업무 개시 시간 조정이 가능하다.

택배기사들이 적정 배송량을 초과하지 않는 방법도 고민한다. 전문기관에 의뢰해 건강한 성인이 하루 배송할 수 있는 적정량을 산출한 뒤 이를 초과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초과 물량이 나올 경우 택배기사 3~4명이 팀을 이뤄 물량을 분담하는 ‘초과물량 공유제’ 도입도 검토한다. 택배 물량은 기사의 수입과 직결되는 만큼 일방적인 물량 제한보다 처리 가능한 수준을 산정해 이를 조율하는 데 집중한다.

선제적 산업재해 예방안도 마련한다. 올해 말까지 전체 집배점을 대상으로 산재보험 가입 여부 실태조사를 실시해 내년 상반기까지 모든 택배기사가 가입할 수 있도록 한다. 또 신규 집배점은 계약 시, 기존 집배점은 재계약 시 산재보험 100% 가입을 권고하는 정책도 강화한다.

또 전체 택배기사를 대상으로 지원하는 건강검진 주기를 내년부터 2년에서 1년으로 줄이고 뇌심혈관계 검사 항목도 추가하기로 했다. 모든 비용은 CJ대한통운이 부담한다. 건강검진 시 이상 소견이 있는 택배기사들을 대상으로 집중관리체계를 도입하고 고위험군으로 판정될 경우 회복할 때까지 업무 배제·물량 축소 등을 강력히 요청할 방침이다.

이밖에 자동분류장치인 휠소터에 이어 2022년까지 소형상품 전용 분류장비를 추가 구축할 계획이다. 또 2022년까지 100억 원 규모의 상생협력 기금을 조성해 긴급 생계 지원·업무 만족도 제고 등 복지 증진을 위해 사용한다.

정태영 CJ대한통운 택배부문장은 “현장 상황을 최대한 반영해 택배기사·택배종사자들이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작업 환경을 구축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