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레버리지·곱버스 진입문턱… 불개미 열기 식을까

by이슬기 기자
2020.12.02 15:52:34

레버리지 투자자 내년부턴 교육이수·예탁금 필요
하지만 신규투자자 진입문턱 생긴 9월 이후 보면
규제 관련 없이 지수 따라 ETP 거래대금 늘어나
내년 제도 전면시행해도 시장엔 큰 영향 없을 듯

[이데일리 이슬기 기자] 내년부터 레버리지·곱버스(인버스 2배) 상장지수펀드(ETF)와 상장지수증권(ETN)를 매수할 투자자들은 모두 기본예탁금 1000만원이 필요하고 사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위험도가 높은 상품인 만큼 투자의 문턱을 높이겠다는 금융당국의 제도가 시행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증권가에서는 문턱 수준이 그리 높지 않은 데다, 올해 레버리지 ETF로 쏠쏠히 이익을 본 투자자가 많기 때문에 레버리지·곱버스 ETF의 열기는 크게 식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데일리 문승용 기자]
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내년 1월 4일부터 레버리지·곱버스 ETF·ETN 기존투자자에 대해서도 기본예탁금 제도를 시행한다. 레버리지·곱버스 ETF·ETN의 경우 신규 투자자에 대해선 지난 9월 7일부터 기본 예탁금 제도를 시행해 왔으나, 기존 투자자의 경우 제도 시행을 유예한 바 있다.

그러나 다음달 4일부턴 기본예탁금 1000만원(증권사·투자자별 마다 다소 상이)이 있으며, 3000원을 내고 금융투자교육원이 시행하는 1시간의 사전교육을 완료한 투자자에 한해서만 레버리지·곱버스 ETF·ETN을 살 수 있다.

증권가에선 해당 규제가 투기적 수요를 다소 누그러트릴 순 있어도 극적으로 시장을 쪼그라들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오진 않을 것이라고 보고있다.



실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신규 투자자에 한해 기본 예탁금 제도를 시행한 지난 9월 이후에도 ETF·ETN 거래량은 줄어들지 않았다. 레버리지·곱버스 ETF·ETN의 합계 거래대금을 보면, 2020년 △8월 41조 8958억원 △9월 43조 114억원 △10월 37조 6391억원 △11월 51조 1607억원 등을 기록했다. 기본예탁금 제도의 시행과 별개로 지수가 크게 오르면서 2배로 추종하는 상품에 자금이 쏠린 것이다.

이는 기본예탁금 시행제도 전과 똑같은 흐름이다. 지난 3월 코스피 지수가 코로나19로 크게 하락하자 레버리지·곱버스 ETF·ETN의 거래대금은 한 달 동안 총 101조원을 기록했다. 전달(25조원)의 4배 가량이다. 그런가 하면 이후 지수가 횡보를 보였던 8~10월에는 거래대금이 줄었었다.

따라서 내년 관련 제도가 전면적으로 시행돼도 레버리지·곱버스 상품의 인기는 여전할 것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레버리지·곱버스 투자에 어느정도 허들이 생긴 건 사실이나 예탁금 1000만원이 그리 높은 수준도 아니고 강의도 40분짜리로 짧다”며 “아주 소액투자자를 제외하면 상당수가 레버리지·곱버스 상품을 살 것이라고 생각하며, 이미 올해 시장에서 해당 상품의 효과를 본 투자자가 많기 때문에 레버리지·곱버스 상품의 열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민경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앞서 이뤄졌던 주식워런트증권(ELW) 규제 같은 경우 옵션 거래에 준하는 진입장벽 규제를 만들면서 시장이 쪼그라들었지만, 이번 경우는 1000만원 예탁금과 교육 이수 정도밖에 되지 않아 극적인 효과는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과열된 시장을 진정시키는 효과는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레버리지·곱버스 ETF·ETN의 사전교육은 원하는 때 언제라도 받을 수 있다. 올 연말까지 이수하지 않을 경우 내년 1월 4일 당장 레버리지·곱버스 상품을 살 순 없지만, 이후에라도 교육을 이수한다면 다시 거래가 가능하다. 모든 조건을 갖춘 투자자는 홈트레이딩시스템(HTS) 등을 통해 ETF·ETN 거래 신청을 한 후 교육 이수번호를 등록하고, 기본예탁금이 충족됐는지 확인받은 뒤에야 레버리지·곱버스 ETF·ETN을 매수할 수 있다. 레버리지 ETF·ETN 사전교육과 관련한 사항은 금융투자교육원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