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한때 '재벌저격수' 박영선 장관의 연이은 상생 행보

by권오석 기자
2019.09.19 17:10:05

국회의원 시절 '재벌저격수'로 불리던 박영선 장관
장관 입각 후 대·중소기업 상생 협력 강조 행보
바쁜 일정 중 행사 현장 직접 챙기기도
중기업계 "구체적인 성과, 아직 기다려봐야"

박영선(왼쪽) 중소벤처기업부 장관과 한성숙 네이버 대표이사가 19일 스몰 비즈니스와 창작자를 위한 지원 공간인 ‘파트너스퀘어 종로’ 공식 오픈식에서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태형 기자)
[이데일리 권오석 기자] “‘자상한 기업’과 같은 협업·상생을 통해 위기를 같이 극복하는 분위기와 문화를 확산시키고, 이를 정부가 적극 지원하겠습니다.”

19일 네이버 파트너스퀘어 서울 종로점 개관식에 참석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 장관이 축사를 통해 밝힌 말이다. 과거 국회의원(4선) 시절, 국정감사 현장에서의 재벌·대기업을 향한 날카로운 비판과 지적으로 ‘재벌저격수’라고 불렸던 박 장관이었다. 그러나 입각 후에는 오히려 대기업과의 상생 협력을 주요 정책으로 내세우면서 이전과는 정반대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중기부가 네이버·소상공인연합회와 체결한 일명 ‘자상한 기업’(자발적 상생협력 기업) 업무협약의 실천과제로 추진된 파트너스퀘어 종로점은 온라인 진출을 희망하는 소상공인들을 대상으로 1인 미디어 영상제작을 위한 스튜디오 및 촬영장비 제공, 제품 홍보·기획 마케팅 등을 제공한다. 박 장관은 “중기부는 소상공인들의 스마트상점·온라인화를 네이버와 함께 꾸준히 발전시킬 계획”이라고 했다.



사실 이날 행사는 박 장관의 참석이 불투명했었다고 한다. 국정현안점검회의 등 다른 일정과의 조율로, 행사 이틀 전(17일)에야 기자들에게도 정식 공지됐다. 중기부 관계자는 “네이버가 자상한 기업 1호 기업인 만큼, 장관이 직접 챙겨야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자상한 기업이란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 간 상생 협약을 위한 파트너십을 맺게 해주는 제도로, 5호 협약까지 이뤄졌다.

자상한 기업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과 공존에 역점을 둔 중기부의 대표적인 정책으로, 박 장관이 자신의 최대 성과로 꼽기도 했다. 박 장관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은 ‘연결의 힘’이며, 정부와 기업 등 관계된 모든 이들의 노력을 소상공인들이 현장에서 피부로 느낄 수 있도록 연결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을 강조하는 박 장관의 전향적인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7월에는 구글과 함께 게임과 애플리케이션 분야 혁신 창업자를 육성하는 제도인 ‘창구 프로그램’을 신설했다. 중기부 창업도약패키지를 의미하는 ‘창’과 구글 플레이를 의미하는 ‘구’를 합친 말로, 게임과 앱 분야 창업자 60개사를 선발해 중기부가 185억원의 사업비를 제공하고 구글이 마케팅·판로(120억원)를 지원한다.

클라우드·AI 산업 육성을 위한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는 중기부로선, 글로벌 빅데이터 플랫폼인 구글은 경쟁 상대나 다름없다. 그럼에도 구글과의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이유에 대해 박 장관은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이제는 스타트업이 국내에만 머물면 안 되고 글로벌화해야 하며 구글과는 협력자이면서 경쟁자여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업계는 구체적인 정책 성과는 기다려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최저임금과 주52시간 등 노동 이슈와 같은 업계 주요 현안들이 여전히 산적해있다. 이에 대한 실마리를 중기부가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