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킹처벌법` 14건 계류…`제2의 신당역 사건` 막을 수 있나

by이상원 기자
2022.09.20 17:13:38

2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
여야 "분명히 막을 수 있는 범죄였다"
관련 부처에 구속영장 기각·미청구 질타
여야, `반의사 불벌죄` 폐지에 한 목소리
국회 법사위서 제자리걸음…`공회전` 비판도

[이데일리 이상원 기자] 여야는 이른바 ‘신당역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에 대한 정부부처 현안 보고가 이뤄진 20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관련 부서를 질책하며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국회 여가위 위원들은 1차 신고 당시 구속영장이 기각된 사실과 2차 신고에서 구속영장을 신청하지 않은 점을 집중적으로 질타했다. 여야는 국회 차원의 재발 방지를 위한 법안 마련에 속도를 낼 방침이다.

지난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회의실 앞 복도에서 신당역 역무원 피살사건 피해자 추모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사진=연합뉴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는 이날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해당 사건과 관련해 여성가족부와 법무부, 경찰청, 서울시, 서울교통공사 등으로부터 현안 보고를 받았다. 여야는 “분명히 막을 수 있는 범죄였다”며 관련 부처에 대한 쓴소리를 이어갔다.

전주혜 국민의힘 의원은 “영장이 기각돼 살인이 방치된 것은 법원의 잘못이다. 재판 도중에도 불구속 피고인들은 충분히 피해자들에게 연락을 취할 수 있고, 스토킹도 할 수 있다”며 “법원은 스토킹 범죄 재판에 관한 매뉴얼조차 없다고 하더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사건이 살인사건까지 된 데에는 경찰의 책임이 크다”며 “법원이 영장을 기각한 후에도 (가해자가) 한달 후에 (피해자에게) 문자를 하는데 이게 영장 청구 사유가 아니냐”고 했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사법당국이 피해자를 살릴 4번의 기회를 놓쳤다고 비판했다. 그는 △1차 고소 사건 시 법원 구속영장을 기각한 점 △2차 고소 사건 시 구속영장을 청구하지 않은 점 △불법촬영과 스토킹 처벌법 위반 혐의 병합 재판 시에도 구속을 검토하지 않은 점 △검찰의 징역 9년을 구형 선고 시에도 불구속 상태였던 점을 나열하며 책임을 물었다.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과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가해자가 음란물 유포와 택시 운전자 폭행 등으로 과거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영장을 청구하지 않고 피해자에 대한 보호 조처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도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김상범 서울교통공사 사장은 신규직원을 채용할 때 의무적으로 범죄경력 조회를 하지만 본적지 통해 확인한 결과 가해자의 ‘전과 2범’의 전력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현행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디지털 성범죄의 경우 취업 결격 사유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피해자가 근무했던 서울교통공사가 적극적인 대응책을 마련했어야 한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이소영 민주당 의원은 “교통공사 관련 부서 직원들은 가해자가 피해자를 지속적으로 괴롭혀 왔음을 인지했다는 제보들이 있다”며 “교통공사가 이를 적극적으로 확인했다면 관련 상황을 더 빠르게 인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20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여성가족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권인숙 위원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여야는 이를 막기 위해 관련 법안 통과에 총력을 다할 전망이다. 특히 ‘반의사 불벌죄’(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을 시 처벌할 수 없는 범죄) 규정 삭제가 핵심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은 지난 16일 반의사 불벌죄 규정 삭제, 스토킹 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핵심으로 한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민주당도 ‘반의사 불벌죄’ 폐지를 골자로 한 개정안 추진에 힘쓰고 있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에서 반드시 스토킹처벌법을 강화하고 스토킹이 원천 금지될 수 있도록 반의사 불벌죄 폐지를 비롯해 징역 처벌 강화를 담은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할지는 미지수다. 앞서 지난해 6월 남인순 민주당 의원이 ‘반의사 불벌죄’ 철폐하는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두 차례 논의 후 제자리걸음인 상황이다. 현재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발의된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은 총 14건으로 스토킹 피해자 보호법 개정안도 2건이 함께 계류 상태다.

여가위 관계자는 “사고가 벌어진 후 관심을 두는 행태는 더 이상 막아야 한다”며 “여야 모두 이견이 없는 상황이기에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반드시 계류된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