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다주택자 또 옥죄기…“매물 ‘잠김’에 집값 더 오를 것”

by강신우 기자
2021.08.02 16:35:26

다주택자, 장특공제 혜택서 제외.."집 팔아라"
시장선 “안 팔면 그만” 조롱성 비판 나와
매물잠김에 증여만 늘 것..부작용 지적도
“양도세 완화로 출구 열어줘야”

[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안 팔고 버티면 그만 아닌가요?”

(사진=연합뉴스)
여당이 양도세 개편안을 내놨지만 시장은 뜨뜻미지근한 반응이다.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액을 현행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인 것에는 반기는 분위기지만 당장 장기보유특별공제(장특공제) 혜택이 줄어드는 다주택자 사이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주택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옥죄기式 다주택자 매도 유도에…“안 팔아”

2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은 이날 1주택자 양도세 비과세 기준을 12억원으로 높이는 대신 기간에 따라 양도세를 최대 80%까지 깎아주는 장특공제는 보유기간에 한해 양도차익 규모별로 공제 한도를 줄이기로 했다.

여기에 다주택자는 2023년1월부터 장특공제 혜택에서 제외된다. 다주택자 보유·거주 기간을 장기보유 혜택 기간으로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 때문에 다주택자가 장특공제 혜택을 얻으려면 1주택을 제외한 기존 주택을 모두 처분해야 한다. 실거주 목적이 아닌 단기 차익을 노린 다주택자의 투기적 수요를 억제하고 장기보유 실수요를 유도한다는 제도의 취지에 맞게 바로잡겠다는 의지다.

유동수 민주당 의원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법률안을 이날 대표발의하자 다주택자들의 조롱 섞인 비판이 이어졌다. 온라인 부동산커뮤니티에는 “(법 시행 전) 정권이 교체될 것” “다주택자들을 적폐로 몰고 주택공급을 어떻게 하려나” “올해도 집값 폭등으로 나라가 떠들썩하겠다” 등의 글이 올라왔다.

정부는 작년 7·10대책을 통해 보유세와 양도세(기본세율+10%포인트)를 대폭 인상했다. 주택시장 안정화를 목적으로 다주택자가 보유한 매물을 시장에 풀기 위해서다. 다주택자들에게 세 부담을 지워 옥죄는 방식으로 매물 출현을 유도했지만 증여만 늘고 매물은 안 나와 집값이 오히려 뛰는 예상 밖의 결과를 낳았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매매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값은 올해 상반기에만 3.18% 오르며 지난해 연간 상승률(3.01%)을 넘어섰다. 올해 아파트 증여는 양도세 중과가 시작되는 6월 직전달인 5월 1261건으로 가장 많았다. 1월(1026건)보다 23%나 늘었다.

“증여 늘고 매물 잠길 것…양도세 완화해야”

부동산시장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 역시 집값을 잡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한다. 이미 양도세 중과로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을뿐더러 내놓는다고 해도 증여에 그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서진형(대한부동산학회장) 경인여대 교수는 “정부에서 의도하는 것처럼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시장에 나오지 않을 것이며 기존 주택의 매물잠김 현상만 심화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지난 대책에서 6월 전까지 양도세 중과 유예기간을 뒀지만 재고주택이 나오지 않고 증여만 늘었다”며 “같은 현상이 반복될 것”이라고 했다.

박원갑 KB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장특공제를 받기 위해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을지가 최대 관심사인데 현재 조정대상지역에서 3주택자 양도세 최고세율이 82.5%에 달해 양도보다는 증여를 택할 가능성이 있다”며 “양도를 할 경우 수도권 인기 지역보다는 지역의 비인기지역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은 “다주택자들은 굳이 집을 팔 요인이 없고 이번 대책으로 결국 매매건수는 줄어들더라도 신고가는 계속 나오게 될 것”이라며 “매매가가 오르면 전셋값도 따라 오를 것이기 때문에 주택시장 불안정세가 유지될 것 같다”고 했다.

시장 안정화를 위해서는 양도세 완화와 민간 정비사업(재건축·재개발) 활성화 등을 통한 공급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양도세 완화없이는 다주택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을 것”이라며 “일시적으로라도 양도세를 완화해 다주택자들의 출구를 만들어줘서 입주물량을 늘려야 한다”고 했다. 이어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매물이 나오기 위해서는 도심 재개발이나 재건축도 필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