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박스에 백신 넣어가라고?"…분통터진 의료계

by김민정 기자
2021.08.03 17:05:19

정은경 "콜드체인 유지해서 배송할 예정"

[이데일리 김민정 기자] 코로나19 백신 배송을 정부가 동네 병원에 떠넘겨 운송 실수로 백신이 폐기되거나 안전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동네 병원한테 코로나 백신 배송까지 떠넘기다니요’라는 제목으로 청원이 올라왔다.

자신을 소아청소년과 의사라고 밝힌 청원인은 “첫 번째 백신 배송이 콜드체인 업체와 군인 대동 하에 배송됐다”며 “온도가 올라가면 폐기 처분돼야 하므로 오자마자 즉시 백신 냉장고에 넣어서 온도 유지에 최선을 다했는데 이번 주 백신은 보건소로 가지러 오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이어 그는 “동네 병원이 콜드체인 업체도 아니고 아이스박스로 이 더위에 4도에서 8도로 유지가 잘 되겠습니까”라며 “같은 건물에 (있는) 다른 병원들은 10바이알(병)이 넘어서 배송해주는데 그 미만은 아이스백 가지고 (백신을) 가지러 오라는 것이다. 같은 건물에 배송해주면 같이 배송해줘야 하는 게 아닌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청원인은 ”바이알은 군인이 지켜야 하고 9바이알은 군인이 안 지켜도 잃어버려도 됩니까”라며 “아침 진료도 못하고 한 시간 넘는 보건소를 가는 내내 온도 유지가 안 될까 봐 너무 조마조마하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질(병)청 보건소에서 해야 할 중요한 업무를 어떻게 개인에게 위임하느냐”며 “매주 동네 병원에 이걸 시켜야 하나. 반드시 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정부는 모더나 백신 공급이 지연되면서 접종 일정을 맞추기 위해 당국이 모든 위탁의료기관에 공급하던 방식을 개별 위탁의료기관이 보건소에서 백신을 수령하도록 배송체계를 임시 변경한 바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대한의사협회는 지난달 30일 입장문을 내고 “소량이라 할지라도 정부의 배송 방식은 백신 폐기량을 최소화해야 하는 현재 상황과 맞지 않을뿐더러 국민 건강을 위해 국가가 담당해야 할 백신 배송의 책임과 안전 관리 업무를 개별 의료 기관에 전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어 협회는 ”코로나 백신은 일정 수준의 저온 냉장 상태가 지속적으로 유지하는 콜드체인 유지가 필수적”이라며 “반드시 일정 온도 유지를 위해 온도계·냉매제 등 장비를 갖추고 엄격한 관리 하에 운송해야 한다”고 했다.

논란이 일자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은 지난 2일 브리핑을 통해 “앞으로는 위탁의료기관까지 콜드체인을 유지해서 배송할 예정”이라며 “백신 유통 중 위탁의료기관의 사정으로 휴가나 휴원, 정전 등으로 백신 수령이 어려울 경우에 한해 보건소를 통한 방문 수령을 안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