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기사 사망, 명백한 과로사…재발방지 대책 마련하라"

by공지유 기자
2021.03.08 15:45:00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 8일 쿠팡 규탄 기자회견
"과로사 명백한데 쿠팡은 발뺌…공식적 사과 필요"
정부에 쿠팡 특별근로감독·대표이사 사법조치 요구

[이데일리 공지유 이상원 기자] 쿠팡에서 심야 배송 업무를 담당하던 택배 노동자가 숨진 채 발견된 것과 관련, 택배 노동자들이 명백한 과로사라고 주장하며 사과와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 관계자들이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쿠팡 심야·새벽 배송 담당하던 이모 씨 사망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대책위)는 8일 오후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더 이상의 택배노동자 죽음을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며 “쿠팡은 공식적인 사과와 함께 재발 방지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 6일 낮 12시 23분쯤 쿠팡 서울 송파1캠프에서 심야 새벽배송을 담당하던 이모(48)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연락이 닿지 않는다’는 배우자 신고를 받은 경찰은 송파구 한 고시원에서 그를 발견했다. 이씨는 가족들과 떨어져 고시원에서 혼자 생활하며 근무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진경호 대책위 집행위원장은 “부검 결과 ‘뇌출혈과 심장 혈관이 많이 부어오른 상태였다’는 1차 소견이 있었다”며 “입사 후 1년 넘게 심야 새벽배송만 하루 10시간 넘게 일한 이씨의 직접적 사인이 뇌출혈과 심장질환인 것으로 봐 분명한 과로사라는 입장을 쿠팡에 밝힌다”고 말했다.

대책위 측은 이씨가 생전 부인에게 심야배송의 어려움을 호소했다며 과도한 업무로 인한 과로사를 주장했지만, 쿠팡은 이에 즉각 반박했다. 쿠팡은 8일 입장문을 내고 “고인과 유가족분들께 깊은 애도와 위로를 표한다”며 “고인의 사망 원인을 확인하는 절차에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쿠팡은 이어 “고인은 지난 2월 24일 마지막 출근 이후 7일 동안 휴가 및 휴무로 근무하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사망한 것”이라며 “지난 12주간 고인의 근무일수는 주당 평균 약 4일, 근무기간은 약 40시간이었다. 이는 지난해 발표한 택배업계 실태조사 결과인 평균 주 6일, 71시간 근무에 비해 현저히 낮은 수준”이라고 해명했다.

대책위는 이러한 쿠팡의 태도를 비판했다. 박석운 대책위 공동대표는 “오늘 쿠팡에서 언론에 낸 입장을 들으며 작년 10월 대구 칠곡물류센터에서 27살 건장한 청년이 야간 노동을 하다가 과로사로 숨진 사건이 생각났다”며 “당시에도 쿠팡은 ‘근로기준법을 다 지켰다’고 발뺌했지만 4개월 뒤인 지난달 겨우 과로사에 의한 사망이라고 산재 인정이 됐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쿠팡 대구칠곡물류센터에서 일용직 노동자로 일하던 27살 장덕준씨가 숨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달 9일 장씨의 죽음을 업무상 질병으로 인한 산재로 인정했다.

박 공동대표는 “그 후 1달이 넘었지만 여전히 쿠팡에서는 진정성 있는 사과와 재발 방지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며 “이번 사건도 고인이 ‘휴가 중이었다’는 구실을 대며 책임을 방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책위는 “쿠팡에서 지난해만 4건, 올해만 2건의 과로사가 발생했다”며 “고인의 죽음을 계기로 ‘심야배송’, ‘로켓배송’ 등 노동자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노동환경의 실체를 확인하고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대책위는 정부에 △쿠팡의 중대재해다발사업장 지정 △쿠팡 특별근로감독 실시와 대표이사 사법조치 등을 요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