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대화 앞두고..北 “남조선 참견마라”..운신 폭 좁아진 文대통령

by김영환 기자
2019.06.27 16:47:31

北외무성 미국담당 국장 명의의 담화로 南정부 비판
"조미 대화 당사자는 北美..남조선 참견할 문제 아니다"
G20 계기 외교전 나서는 文대통령에 악재

G20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가 27일 오후 오사카 간사이 국제공항에서 환영 인사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김영환 기자] 북한이 27일 남북 대화 가능성에 확실하게 선을 그으면서 추후 한반도 비핵화 협상에서 우리 정부의 입지가 줄어들 전망이다. 이날부터 G20 정상회의 계기 외교전에 나서는 문재인 대통령도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담당 국장은 이날 담화를 통해 “조미 대화의 당사자는 말 그대로 우리와 미국이며 조미 적대관계의 발생 근원으로 보아도 남조선 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고 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의 중재자 역할을 자처해온 우리 정부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북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이 친서를 주고받으면서 대화 재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나온 담화여서 더욱 주목된다. 그간 북한이 우리 정부에 한반도 비핵화 과정에서 당사자 역할을 촉구해온 것으로 미뤄 우리 측의 중재자론을 비판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전날(26일) 문 대통령은 국내외 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북미 양국 간 3차 정상회담에 관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며 “남북 간에도 다양한 경로로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북측의 이번 담화는 이에 대한 반발로 보인다. 권 국장은 “남조선 당국자들이 북남사이에 다양한 교류와 물밑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고 일축했다.



G20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나 한반도 문제를 놓고 의견을 교환하게 될 문 대통령으로서는 북한의 갑작스러운 도발이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은 최근 북중 정상회담과 북러 정상회담 결과를 공유하면서 북미 간 대화 재개의 선순환을 이끌어내기 위해 노력 중이다.

G20 정상회의를 마치는 대로 장소를 서울로 옮겨 갖게 되는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동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 기간 동안 비무장지대(DMZ)를 들러 대북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기대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이 일정을 함께 소화하게 될지 미지수다.

북한이 우리 정부에는 ‘선긋기’에 나섰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향한 유화 메시지는 계속됐다. 권 국장은 “조미 관계는 우리 국무위원회 위원장 동지(김정은)와 미국 대통령(트럼프) 사이의 친분 관계에 기초하여 나가고 있다”고 양 정상간 변함없는 관계를 내세웠다.

통일부 당국자는 권 국장 명의 담화에 대해 “정부는 남북공동선언을 비롯한 남북간 합의를 차질없이 이행해나간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라며 “남과 북 그리고 북미간 대화의 조속한 재개를 바탕으로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을 위해 계속 노력해나갈 것”이라고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