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E&S 호주 가스전, 원주민 "고향 파괴"…3억달러 자금조달 고심[ESG 워치]

by김경은 기자
2024.02.28 16:27:01

3억달러 금융보증보험 지난 1월 효력상실
무보, 환경영향평가 등 원점서 재검토
SK E&S "재심사 포함 조달방안 검토 단계"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SK E&S가 추진 중인 호주 바로사(Barossa) 가스전 개발사업이 지역사회 원주민 반발로 인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리스크에 봉착하면서 자금조달에 애로를 겪고 있다. SK E&S는 프로젝트 자금조달 방식을 재구조화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28일 산업계 및 금융업계에 따르면 호주 북부 티위섬 인근에서 진행 중인 바로사-칼디다(이하 바로사) 가스전 공동 사업자인 SK E&S는 지난 1월 말 효력을 상실한 무역보험공사와의 3억달러(약 4000억원) ‘해외사업금융보험 청약승낙서’에 대한 재심사 요청을 하지 않은 상태다. 회사 측은 “무역보험공사 지급보증 재심의를 포함해 조달 방식을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호주 바로사(Barossa) 가스전 개발사업. 사진=SK E&S
해외 자원개발 사업에 대한 무역보험공사의 지급보증은 은행 대출에 대한 미상환 리스크를 담보해 준다. 무역보험공사의 승인을 받은 이후 1년간 금융계약을 체결하지 않을 경우 한번 연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호주 바로사 가스전은 이 지역 원주민이 지난 2022년 10월 인허가 무효소송을 제기하면서 15개월간 시추 작업에 차질이 발생했다. 이에 지난 1월 효력이 상실되면서 신규 심사를 받아야 한다. 재심사는 신규 심사와 동일하게 사업성 검토를 거쳐야 하는데, 지난 2년간 대외환경의 변화에 따라 승인 여부는 불투명하다. 환율, 시장금리, 사업성, 환경영향 등을 고루 평가에 반영하는데, 그동안 대외경제환경 여건은 물론 원주민의 반발로 인한 리스크까지 새롭게 부각된 상황이다.

무역보험공사의 재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SK E&S는 자체 신용을 통한 금융권 조달이나 사내 자기자본 활용, 유가증권 발행 등을 통해 3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 자금 조달 재구조화를 진행해야 한다.



아울러 사업 지연에 따라 약 3억불(4000억원)의 비용 상승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SK E&S는 2021년 3월 최종투자결정 이후 5년간 전체 투자비 37억달러(약 4조8000억원) 가운데 14억달러(약 1조 8200억원)를 투입키로 했다. 공정률은 60%를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투자비 상승에 대한 분담안에 대해서도 협의를 진행해야 한다. SK E&S는 지분 37.5%를 확보하고 있고, 호주 산토스가 50%를 확보하고 있다.

호주 바다의 바로사 가스전 개발 사업자로 참여한 SK E&S는 CCS(탄소·포집·저장) 기술을 적용해 저탄소 액화천연가스(LNG)를 생산하고 20년간 장기계약을 통해 연평균 130만톤을 국내로 도입할 계획이다. 아울러 도입한 천연가스를 이용해 보령플랜트에서 수소를 생산하고 이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CCS 기술로 포집저장하고 블루수소 생산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티위섬 원주민 대표로 온 무느피 부족의 장로인 피라와잉기(Pirrawayingi)가 27일 국회 소통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기후솔루션 제공
그러나 해당 지역 일부 원주민은 가스전 개발이 신화 속 숭배 대상인 ‘무지개 뱀’의 노여움을 일으키고 사람이 악어로 변신한다는 설화 등을 이유로 시추에 반대해 왔다. 한국을 방문한 원주민들은 지난 27일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장혜영 의원, 기후솔루션, 청년기후긴급행동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 정부, 공적 금융기관 등을 대상으로 사업을 재고해달라고 요청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의 제2 본사(HQ2) 유치 좌절 사례 등 지역사회 반발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ESG 리스크로 이어져 프로젝트 진행을 불투명하게 한다. 이에 해당 프로젝트가 원활히 진행되기 위해서는 호주 정부와 사업 개발자들의 지역사회 설득이 관건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