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예술극장, K팝 공연장으로? 문체부 "검토한 적 없다"

by장병호 기자
2019.01.16 14:55:15

관광업계 제안에 이해찬 대표가 검토 요청
문체부 "연극 극장으로 활성화 방안 고민 중"
500여석 규모 K팝 공연에 어울릴지 의문도
이성열 감독 "관광객 위한 활성화 함께 노력"

명동예술극장 전경(사진=국립극단).


[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는 연극 전용 공연장인 명동예술극장에 대한 K팝 공연장으로의 용도 변경 가능성에 대해 “검토한 적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체부 공연전통예술과 관계자는 16일 이데일리와의 통화에서 “명동예술극장을 K팝 공연장으로 용도 변경하는 것을 검토하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없다”며 “외국인 대상 홍보 방안 등 연극 전용 공연장으로서의 활용 방안을 검토하기 위해 국립극단 측에 명동예술극장의 운영 현황을 공유해달라고 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명동예술극장의 용도 변경 가능성 논란은 지난 4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한국관광협회중앙회, 한국여행업협회, 명동관광특구협의회, 명동상인회 등 관광업계 관계자들과의 간담회에서 황동하 명동관광특구협의회장의 제안으로 불거졌다.

이 자리에서 황 회장은 “명동예술극장을 문체부에서 서울시나 중구청으로 이관해 K팝을 소개하는 등 활성화하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이후 이 대표가 문체부에 관련 내용에 대한 검토를 요청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연극계에서는 명동예술극장의 용도가 바뀌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현재 명동예술극장의 공연장 가동률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하고 이를 활성화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지 K팝 공연장으로의 용도 변경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며 “명동예술극장에 더 많은 연극을 올리기 위해서는 얼마의 예산이 필요하지, 명동예술극장 앞 야외 광장을 이용한 이벤트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명동예술극장은 한국 연극사를 대표하는 공연장이다. 일제강점기였던 1934년 4월 ‘명치좌’라는 이름으로 개관한 뒤 해방 이후 서울시 공관으로 사용하다 1961년부터 국립극장으로 쓰였다. 1975년 장충동 국립극장 건물 신축 비용 마련을 위해 민간에 매각됐다.

2000년대 초 건물이 헐린다는 소문에 문화계 인사들과 명동 주변 상인들이 힘을 모은 끝에 2004년 정부가 부지를 매입, 2009년 558석 규모의 연극 전용 공연장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2015년 국립극단과 통합되면서 현재 순수 연극을 공연하는 국립극단 대표 공연장으로 이용되고 있다.

이성열 국립극단 예술감독은 “명동예술극장에 대한 명동관광특구 상인들의 의견은 예전부터 지속적으로 나왔던 것”이라며 “명동예술극장은 국민의 문화향유를 위한 소임이 있고 역사적으로도 의미가 큰 곳이기 때문에 특정 지역의 경제적 이득만을 위해 용도를 다르게 하는 것은 오히려 더 손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예술감독은 “500여 석에 불과한 명동예술극장에서 K팝 공연을 한다면 회당 수익도 크지 않을 것”이라며 “문체부에서도 명동예술극장의 용도를 변경하기 위해 특별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또한 “현재도 명동예술극장에서는 1주일에 영어 자막을 2회 제공하는 등 외국인 관광객을 위한 공연을 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외국인 관광객은 물론 더 많은 국내 관객을 유치하기 위해 도움이 될 다양한 이벤트를 고민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