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업계, '산성' 낮춰 일석이조 노린다

by이재운 기자
2018.02.01 15:36:15

식각 후 세척 과정서 산도(pH) 낮춘 물질 사용
습식 대신 건식 도입도 확대..유해성·오염 낮춰
환경 논란 해소하고 신기술 생산성 높이는 효과

출처: SK그룹 채용 블로그
[이데일리 이재운 기자] 반도체 업계가 오염도를 최소화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한다. 유해성에 대한 논란을 해소하는 동시에, 더욱 세밀해지는 ‘나노 구조’ 경쟁 환경 속에서 제품 경쟁력은 높이면서 동시에 원가 절감을 추구하는 조치이기도 하다.

1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전시회 ‘세미콘코리아 2018’에서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 등 국내·외 반도체 업체들은 주요 공정에서 사용하는 화학 물질의 변화 추세에 대한 사례를 공유했다.

업계는 환경 영향 문제와 생산 효율이라는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쫓기 위해 새로운 물질 활용에 주목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우선 산도(pH)를 낮춰 강한 산성에서 보다 중성에 가까운 물질을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또 기존의 물을 사용하는 습식 세척(Wet Cleaning)과 함께 새로이 건식 세척(Dry Cleaning)에 대한 방안에도 역시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는 여러 공정에서 화학물질을 다량 사용한다. 특히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에 새기는 ‘식각(Etch)’ 공정 직후 여기서 발생한 부산물(Particle)을 제거하는 세척 과정에서 변화가 생기고 있다.

유럽의 반도체 연구소인 아이멕(imec)의 기 베렉케 선임연구원은 미세공정인 나노미터(nm) 단위의 ‘나노 구조’에서 “칩의 설계가 더 깊어지는 등 기술 난이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pH를 낮추고 소재 비율에 변화를 주며 다양한 방식이 시도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메모리 제조 공정에서 강점을 가진 국내 업체들도 역시 이런 요소에 주목하고 있다. 우선 D램의 경우 생산과정에서 날로 복잡해지는 CMP(화학적 기계 연마) 공정에서 갈수록 부담이 증가하면서, 이를 고려한 공정 개선 작업에 매진하고 있다. 김상수 SK하이닉스 책임은 세리아(Ceria, 산화세륨) 관련 방안에 주목하며 “생산 비용 절감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도 고려한 연구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새로운 화학 물질 사용 시 고려해야 할 사항으로 ‘낮은 산도(pH)’와 ‘높은 산화(oxidation)’를 꼽았다.

낸드플래시의 경우 기존의 습식 세척 대신 건식 세척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신재진 삼성전자 수석은 건식 세척이 “반도체 표면(surface)의 부산물(by-product) 제거를 촉진하고 있다”며 습식 대비 건식이 갖는 여러 장점에 주목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직 적층 방식의 3D(3차원) 낸드 개발 과정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우위를 갖는다고 밝혔다.

업계는 이런 움직임을 통해 환경 오염과 근무자 건강에 대한 논란을 줄이는데 우선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 반도체 관련 사업장에서 불거진 여러 직업병 논란 이후 공정 자동화는 물론 독성을 줄인 소재·물질 활용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반도체 직업병 관련 보상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막대한 추가 비용이 지출되면서 관련 논란 종식에 노력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미세공정 발달과 3D 낸드 등 새로운 형태의 기술이 등장하면서, 식각 등 주요 공정에 사용하는 물질의 특성도 변화해 이 부분 기술을 발빠르게 확보하려는 목적도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