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중고 시누크헬기 '1500억 졸속 구매' 논란…여전히 남는 의혹 3가지

by김관용 기자
2017.09.20 15:21:58

軍 "KIDA 사업타당성 조사서 2030년까지 운용 가능 판단"
하지만 단 한 달만에 소요결정 '이례적'
국방부가 각 군에 소요검토 지시, 보통의 사업 절차와 달라
제조사 美 보잉, 헬기 수명 언급 안한 것도 의문

[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우리 군이 3년 전 주한미군으로부터 1500여 억원에 구입한 중고 시누크(CH-47D) 수송헬기 14대가 ‘졸속 구매’ 논란에 휩싸였다. 국회 국방위원회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해당 헬기의 노후화로 성능개량을 할 수 없어 군의 골칫거리로 전락했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20일 군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문제가 된 시누크 헬기에 대해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올해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30년 정도까지는 사용 가능하다고 판단됐다”고 말했다. 성능 개량은 제한되지만, 수송헬기 용도로는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 결과였다. 시누크 헬기를 새 제품으로 구매하면 대당 500억원 가량이다. 중고를 도입해 경제성과 효율성 측면에서 타당한 사업이었다는게 군의 주장이다. KIDA는 중고 시누크 헬기 도입을 앞둔 2013년에도 사업 타당성 조사에서 ‘적정하다’고 판단한바 있다.

이 의원은 앞서 “지난 달 합동참모본부와 육군 및 공군이 해당 헬기에 대해 추진하려던 성능개량사업을 KIDA의 사업타당성 조사 결과에 따라 취소했다”고 강조했다. 중고헬기 14대의 성능개량 제외는 해당 헬기가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는 의미라는 지적이었다.

문제의 시누크 헬기가 50년 가까이 운용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해 군 관계자는 “1967∼1980년 제작 기종”이라면서 “제작연도가 달라 운용 기간도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주한미군이 시누크헬기를 이용해 야포 항공 수송 훈련을 하고 있다. [사진=주한 미 제2보병사단]
군의 이같은 해명에도 이번 헬기 도입 사업은 석연찮은 부분이 있다. 우선 소요 결정이 이례적으로 단 한 달만에 이뤄졌다는 점이다. 중고 시누크 헬기 14대 도입은 지난 2012년 11월 경 미군의 요청 이후 다음달인 12월 말 합참이 소요결정을 내렸다. 이후 국방중기계획에 즉각 반영됐다. 통상적으로는 몇 년이 걸리는 과정이다.

특히 이번 헬기 구매 사업은 각 군의 소요제기 이후 합참이 이를 결정하고 국방부와 방위사업청이 집행하는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 국방부가 각 군에 헬기 소요 검토를 지시하고 육군과 공군이 각각 필요 요청을 하자 육군 9대, 공군 5대의 시누크 중고 헬기가 배정된 것이다. 당시 국방부는 전력자원관리실장 명의의 공문을 통해 “군에 행정소요를 최소화해서 신속히 검토하라”고 지시한바 있다.

군 관계자는 ‘장관의 지시 없이 전략자원관리실장이 이같은 지시를 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규정을 찾아보고 확인해봐야 한다”고 답했다. 당시 김관진 국방부 장관이 개입했다는 의심을 사는 대목이다.

시누크 헬기 제작사인 미국 보잉사가 우리 군이 도입한 중고 헬기를 얼마나 더 쓸 수 있는지 알려주지 않은 것도 납득하기 힘든 부분이다. 당시 우리 군은 주한미군으로부터 이 헬기를 도입하면서 미 정부와의 무기거래를 의미하는 대외군사판매(FMS) 방식으로 2014년 3월 도입했다. 그러나 미국 측은 2015년 해당 헬기의 고유 부품 판매가 2018년 9월부터 중단된다고 통보했다.

물론 상용 구매로도 부품 조달은 가능하다. 하지만 업체가 부르는게 값일 수 있다. 비용상승이 불가피 하다는 의미다. 또 시간도 많이 걸려 헬기의 가동률 저하가 예상된다.